뮤지컬 ‘올슉업’은 새삼 청춘의 매력을 깨닫게 한다. 내내 활기차고 사랑스럽다. 그룹 ‘비원에이포(B1A4)’의 멤버 산들(23·이정환)이 그래서 안성맞춤이다. ‘산들 바람’을 연상시키는 예명처럼 무대 위에서 노래와 연기가 시원시원하고 몸놀림이 가볍다.
정숙 법령이 내려진 미국의 어느 우울한 마을에 음악과 사랑을 전하겠다고 자부하는 젊은 청년 ‘엘비스’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를 모티브로 삼은 ‘엘비스’는 사랑스럽지만 능글맞고 다소 껄렁껄렁하다. 골반과 엉덩이도 거침없이 흔든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산들은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성격이 능글맞은 편도 아니고, 엘비스는 여자들을 홀리는 재주가 대단한데 저는 그런 부분이 없었거든요. 제가 (엘비스처럼) 손짓을 하면 팬들은 귀엽다고만 하시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무대에 선 산들은 제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엘비스를 소화한다. “엘비스가 어머니에게 생일 선물로 드리려고 노래를 녹음(‘마이 해피니스’)하다가 눈에 띄어 가수로 발탁됐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능글맞고 섹시한 엘비스지만 노래를 시작할 때는 순수한 마음이었던 거죠.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엘비스를 연기할 때 순수한 열정을 표현하려고 계속 생각했어요."
산들은 프레슬리 세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를 좋아했다고 했다. ‘올슉업’은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컴온 에브리바디(C’mon Everybody)’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등이 삽입됐다. “대단한 그 분의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극 중에서는 제가 엘비스잖아요. 그 분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자연스레 자부심이 들더라고요. 특히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실제 한번이라도 그 분의 라이브를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들어요."
어느덧 데뷔 4년차. 뮤지컬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무대 중 하나다. ‘올슉업’은 국내에서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이다. 산들은 2012년 ‘형제는 용감했다’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명지대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뮤지컬이 가수 활동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눈을 반짝였다.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에도 노래 가사에 빠져들면서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에 출연한 뒤 표현력이 정말 달라졌어요. 뮤지컬하면서 ‘노래도 연기니, 연기처럼 하라’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말보다 노래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편해요. 그래서 뮤지컬이 참 좋습니다."
산들뿐만 아니라 B1A4 멤버들 모두 재주가 많다. 최근 진영(24)이 엠넷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에 출연하는 등 뮤지컬·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다 같이 만나면 그새 성장한 것이 느껴져요. 같은 멤버들이라도 자랑스럽죠."
수많은 아이돌들이 뮤지컬계에 진출하면서 호평이나 혹평을 받는다. 산들은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갓 시작한만큼 보통 대사를 칠 때 발성 등을 다듬어야 하지만 B1A4의 메인보컬답게 가창력이 뛰어나고 쇼맨십과 무대 매너 등이 일품이다.
“제가 새로 무엇을 시작하면 팬들이 걱정부터 하세요. (가수들이 경연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이후에는 잘한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시죠. 제 별명이 인터넷에서 ‘뭔들’(무엇인들의 축약)이에요. ‘무엇을 하든 잘한다’ 그런 뜻이죠. 팬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슉업’으로는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왕용범 연출님께서 딱 한마디 해주셨어요. ‘계속 뮤지컬 할 거지?’ 그 때 기분이 정말 좋았죠. 앞으로도 용기를 가지고 뮤지컬 무대에 계속 오르고 싶어요."
‘올슉업’ 2월1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프로듀서 박진·최민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 서숙진, 조명 민경수, 음향 권도경, 의상 한정임. 5만5,000~11만원. 킹앤아이컴퍼니·공연문의 로네뜨. 1566-1823
■ 커튼콜: 산들이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은 ‘소나기’ ‘빨래’ ‘셜록홈즈’ 등이다. 특히 ‘소나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학교 다닐 때 교과에서 인상 깊게 읽었죠. 뮤지컬 역시 내용 그대로 풋풋한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이재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