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2세 재즈 힙합 싱어송라이터 샘 옥(25·Sam Ock)의 음악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감성을 자극하는 풍부한 힙합 사운드와 감성적인 멜로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미국에서 주류인 재즈와 힙합이 기반이지만 좀 더 ‘말랑말랑’하다. 본인이 누누이 밝혔듯 일본 재즈 힙합의 거장 누자베스(1974~2010)의 영향이 짙다. 포크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38), 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65),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OST,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좋아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난 샘 옥은 “미국에서 자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정체성(혼란)"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집안에서 한국인 정서에 대해 배우고 자랐는데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고.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 사이에서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었어요."
나는 누군인가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커가면서 미국인인게 맞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동시에 제 핏줄로는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인지했죠. 두 가지를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최근 소니뮤직을 통해 새 앨범 ‘그레이(GREY)’를 발표한 샘 옥은 17일 서울 홍대 앞 예스24 무브홀에서 내한공연한다. 지난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GMF) 2014’에서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으나 단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수월해졌어요. 앞으로 한국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크죠.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미국인이라는 점을 포용하려고 해요."
회색이라는 뜻의 앨범 제목 ‘그레이’에 대해서는 “삶의 어두운 부분과 순수한 진실이 만날 때 회색 빛을 띠게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표출한 앨범"이라고 부연했다. “작년에 우울증을 앓았어요. 다른 지인들의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보다 비롯된 개인적인 아픔이었죠. 기독교인이라서 신앙심에 대한 어려움도 겪었고요."
미국에 정착하기 전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지원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는 그는 미국 현지에선 ‘문화적인 차이’로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여겼다. “동양계 미국인 뮤지션이라는 것을 아직도 낯설어해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아니죠."
메릴랜드주에 사는 샘 옥은 대부분의 이민자들처럼 한국계 미국인 교회 네트웍 내부에서 활동을 했다. 크리스천 힙합 그룹 AMP를 통해 음악을 해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메릴랜드 대학에서 뮤직 테크놀로지를 전공했지만 2011년 데뷔앨범 ‘심플 스텝스(Simple Steps)’를 발매하기 전까지 음악은 취미활동에 가까웠다.
일본의 작은 음반회사를 통해 데뷔 앨범을 내놓았다는 게 특이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소니뮤직의 이세환 차장은 “유독 재즈를 베이스로 한 힙합, R&B를 좋아하는 일본 시장이었던 지라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고 봤다.
제프 버넷, 브루노 마스 등 솔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세계적인 뮤지션과 샘 옥의 이름이 나란히 언급되는 것이 그래서 낯설지만은 않다. “제 목소리에 묻어 있는 팝 느낌이 그분들과 굉장히 비슷하죠. 음악적인 감각이 특출난 분들과 함께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에요."
1인 프로젝트 밴드 ‘토이’를 이끄는 유희열은 “그들에겐 제프 버넷이 있다면 우리에겐 샘 옥이 있다. 어느 때나,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유쾌한 달콤함이 샘 옥의 음악에는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한국음악을 즐겨듣는 편은 아니지만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음악은 자주 접했다고 했다. “타블로의 진성성과 인간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신들의 음악을 스스로 만들고 부르는 에픽하이, 윤하, 제이레빗, 캐스커와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라며 눈을 빛냈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정성’이라고 했다. "음악이 곧 저라고 생각해요. 제가 믿고 있는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믿죠. 제가 믿는 것에 대해 진정성이 돋보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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