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슉업’은 청춘 뮤지컬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내내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등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와 ‘폴링 포 이브’ 등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 작가 조 디피에트로가 오리지널 대본을 썼다. ‘한여름밤의 꿈’에선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을 초자연적인 힘이 해결하는데 ‘올슉업’에서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를 모티브로 삼은 ‘엘비스’가 이 역을 감당한다.
정숙 법령이 내려진 미국의 어느 우울한 마을에 음악과 사랑을 전한다고 자부하는 젊은 청년 엘비스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어느 한가로운 프랑스 시골마을에 ‘비안느’가 초콜릿 가게를 열면서 마을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 조니 뎁·줄리엣 비노시 주연의 영화 ‘초콜릿’(2000)이 떠오른다.
여기에 흥겨움을 더하는 건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들. 그의 대표곡 24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컴온 에브리바디(C’mon Everybody)’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등이 라이브밴드 연주로 울려퍼질 때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다. 최근 탄생 80주년을 맞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의 감상포인트는 배우들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역할은 한국의 아이돌들이 감당한다. ‘올슉업’의 아이돌 대거 캐스팅은 그래서 낯설지 않다. 게다가 모범적으로 절제된 현재의 아이돌 모습보다 자유로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이다.
특히 그룹 ‘비원에이포(B1A4)’ 멤버인 산들의 엘비스가 눈길을 끈다. 능글맞음이 어색하지 않은 산들의 엘비스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이야기하는데 ‘섹스’ ‘소시지’로 알아듣는다. 음흉하고 능청스러우면서 껄렁껄렁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골반과 엉덩이도 거침 없이 흔든다. 대사를 말할 때 발성이 막히는 부분이 없지않지만 제 옷을 입은 듯 잘 소화한다. 가창력도 꽤 수준급이다. 2012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인데 향후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엘비스를 짝사랑한 나머지 남장까지 불사하는 1인 2역을 하는 ‘나탈리’ 역의 뮤지컬배우 정재은은 재발견이다. 그간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 오케스트라 편곡이 웅장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던 정재은은 팝과 록이 주축인 이번 작품에서도 발군의 가창력과 함께 생기로움을 뽐낸다. 나탈리를 짝사랑하는 ‘데니스’를 연기하는 저음의 안세하 등 조연들의 수준도 탄탄하다.
극이 끝날 때 네 쌍의 커플이 잇따라 탄생하는 것을 목도하고 나면 관객들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젊다고 다 청춘은 아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사랑에 빠져 생기로움과 활기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누구나 푸르다. ‘올슉업’은 흥겨움과 즐거움으로 이 명제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god’의 손호영·‘제국의 아이들’ 김동준·‘블락비’의 유권이 산들과 함께 엘비스를 나눠 맡는다. 뮤지컬배우 김예원이 나탈리 역에 정재은과 함께 더블캐스팅됐다. 엘비스의 마음을 빼앗는 지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산드라’는 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가희와 뮤지컬배우 구옥분이 번갈아 연기한다.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07년 국내 첫 선을 보였다. 공연마다 관객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무대는 라이선스 제작사가 기존 오디뮤지컬컴퍼니에서 킹앤아이컴퍼니로 바뀌면서 주인공 이름 등 일부 수정됐다. 지난해 상반기 최대흥행작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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