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 라이츠 워치’인권상 수상자
▶ 탈북 인권운동가 신동혁씨 연설
탈북 북한 인권운동가 신동혁씨가 지난 11일‘앨리슨 데스 포지스’ 인권상 수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야 마이어스 포토그라피>
“자유롭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는 수백년이 걸리지만 자유가 박탈된 지옥을 만드는 것은 하루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탈출한 북한 인권운동가 신동혁(32)씨가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HRW)로부터 ‘앨리슨 데스 포지스’ 인권상을 수상하면서 한 말이다.
신동혁씨는 지난 11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HRW 정의를 위한 목소리’ 연례만찬에서 올해의 수상자로 참석해 상을 받은 뒤 한국말로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에서 신씨는 “전기 철조망을 넘을 때는 이렇게 상을 받고 여러분들 앞에 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루만이라도 배불리 실컷 먹고 공개처형을 당해 죽었으면 하는 소망뿐이었는데 미국에서 이런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환영을 받고 있으니 꿈만 같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1982년 북한의 개천 14호 정치범 수용소에서 모범 수용자들을 연결해 주는 ‘표창결혼’을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씨는 “북한 독재자가 말하는 ‘인간쓰레기’의 몸에서 태어난 내겐 엄마가 있었지만 엄마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아버지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무슨 의미를 주는지 몰랐다”며 “아버지나 엄마나 똑같은 정치범 죄수였던 것이다. 결국 독재자들이 만든 시스템에 의해서 엄마와 형이 하는 행동, 말하는 것을 간수에게 신고함으로써 엄마와 형이 공기총으로 총살을 당해 죽었다”고 밝혔다.
2005년 수용소를 탈출해 두만강을 건너 탈북에 성공했고 중국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상하이의 한 음식점에서 한 기자와 우연히 만나 대한민국으로 보내졌다. 한국 정부의 심사를 거친 신씨는 2007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완전 통제구역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펴내고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날 신씨는 “독재자는 제 아버지를 인질로 잡고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독재자의 뒤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지만 내 뒤에는 휴먼 라이츠 워치가 있고 여러분들이 있다”며 “제 뒤에서 휴먼 라이츠 워치를 도와주고 또 저를 응원해 준다면 인질로 잡혀 있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결국은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은선 기자>
■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1978년 인권옹호 및 연구를 목적으로 법조인과 학자, 저널리스트, 인권옹호론자 등이 비정부 조직으로 설립한 국제 인권단체다. 뉴욕을 본부로 LA 등 전 세계 30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80여개국의 인권을 감시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하며 매년 ‘월드 리포트’라는 세계 인권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오픈 소사이어티 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단체와 개인의 기부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로 케네스 로스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앨리슨 데스 포지스 인권상이란
르완다 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미국의 인권운동가 앨리슨 데스 포지스(Alison Des Forges)를 기려 제정된 상이다.
HRW가 1988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인권탄압과 차별, 학대에 맞서 투쟁을 벌여온 200여명의 인권운동가들에게 수여해 왔다.
역대 수상자들로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 위구르인의 인권을 위해 싸워 온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협회 의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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