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명 숨지고 곳곳 산사태…지하철·열차 운행중단에 원전까지 멈춰
25일 오후 시간당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는 바람에 침수된 부산 기장군 장안읍사무소 앞에 주차된 차량이 침수돼 있다. (기장군 제공)
25일 오후 부산에 시간당 최고 110∼130㎜의 기록적인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4명이 숨지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는 등 한때 도시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24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굵어져 금정산을 낀 지역과 기장지역을 중심으로 ‘물폭탄’을 퍼부었다.
오후 5시께 비가 그쳤지만 금정구에는 242㎜, 북구에는 222㎜가 내렸다.
불과 3∼4시간 만에 2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나고 도시철도와 일반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도심 간선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4명 숨져
이날 오후 3시 15분께 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물에 고립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경찰은 금정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어 이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오후 4시께 부산시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옆 경사진 길을 건너던 남모(60·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가 차량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경사진 길에 주차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넘어져 있는 남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오후 4시 30분께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에서 여성 3명이 탄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운전자 등 2명은 탈출했지만 조수석에 탔던 홍모(53·여)씨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 5곳서 산사태…도시철도·열차 운행중단
오후 2시 22분께 부산시 북구 구포동에 있는 한 아파트 경로당이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수백 t의 흙더미에 붕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경로당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주민의 진술로 미뤄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빌라 주민 20여명은 산사태를 우려한 공무원이 미리 대피시킨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간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나들목 인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부산방면 2개 차로가 통제됐다.
또 북구 구포3동에 있는 빌라 뒷산 토사가 무너져 주민 15명이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집중호우로 학교 건물 1층까지 침수되면서 옥상으로 대피했던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 학생 400여명은 오후 5시께 물이 빠지면서 안전하게 귀가했다.
이날 오후 2시 22분께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의 선로가 빗물에 잠겨 부산대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 북구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의 선로가 30∼40㎝가량 잠기는 바람에 구명역부터 금곡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도 중단됐다.
오후 4시 12분께는 석대천에서 넘쳐 흐른 빗물이 금사역으로 흘러들어 도시철도 4호선이 전 구간이 멈춰 섰다.
1호선 열차 운행은 오후 5시 50분부터 재개됐지만 2·4호선은 오후 늦게 정상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교통공사는 밝혔다.
국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오후 2시 30분께 기장군 기장역에서 월래역 사이 동해남부선 철로가 침수되면서 자갈과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이 때문에 기장역에서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7시부터는 운행 중단 구간이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확대됐다.
◇ 원전까지 폭우로 가동 중단
이날 오후 3시54분께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kW)가 취수 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가동을 멈췄다.
또 원전 본부건물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의 터빈을 가동하는 증기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취수펌프가 자동으로 멈춤에 따라 설비 안전을 위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취수건물의 배수 작업을 한 뒤 안전 점검을 해 이상이 없으면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 간선도로 물바다…퇴근 전쟁
기록적인 폭우로 상당수의 시내 간선도로 등 11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금정구 온천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온천천 세병교 하부도로, 연안교 하부도로를 비롯한 온천천변 도로 곳곳의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낙동강 수위도 급상승해 북구 삼락생태공원 진·출입로, 강서구 화명생태공원과 북구민운동장 간 도로 등 낙동강변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남해고속도로의 만덕교차로에서 덕천나들목까지 2.4㎞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도시고속도로인 번영로의 오륜터널에서 회동나들목 구간도 전면 통제됐다.
이밖에 내성과 동래·금정·우장춘 지하차도, 중앙대로 교대교차로, 가야대로 학장교차로, 정관산업로 등 주요 간선도로도 침수돼 부산 전역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차량이 절반 이상 잠기자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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