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우호의 상징물인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 보존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인 우정의 종각 보존위원회(위원장 박상준)가 시설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한인사회에서 모금한 기금의 일부를 위원들의 식사비 등 단체 운영비용으로 무단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한인사회에서는 수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골프대회나 각종 후원행사 등을 통해 한인들로부터 돈을 거둬 기금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단체들이 그 상세한 내용과 사용 내역 등을 커뮤니티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정의 종각 보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종각 보수 및 사후관리를 위해 실시한 ‘총영사배 우정의 종각 보수를 위한 기금모금 골프대회’에서 조성된 후원금 3만달러 가운데 2,000여달러가 식사 및 행사비용 등 운영비로 전용됐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조성된 3만달러는 대회장을 맡았던 LA 평통 유승원 부회장이 1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한인 개인과 업체들이 적극 후원해 우정의 종각 보존사업만을 위해 조성된 사후관리를 위한 기금”이라며 “이는 한인사회에서 어렵게 조성된 신탁기금이기 때문에 어떠한 용도로도 전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정의 종각 보존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 기금의 사용범위에 대한 논의를 벌여 참석자 8명 가운데 7명이 상황에 따라 이 기금을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사들의 대다수가 우정의 종각 관리기금의 전용을 찬성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 기금이 종각 보존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 많다는 것이어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정의 종각 보존위원회 측은 사후관리 기금 일부를 운영비로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업무상 용도 이외에 부적절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상준 위원장은 16일 “지난해 LA시 관계자들과 우정의 종 재개장을 앞두고 타종식 준비를 위한 미팅에 1,000달러, 타종식 전야제를 위해 500달러, 행사 당일에 지출된 각종 비용 500달러 등 2,000여달러를 기금에서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기금에서 사용된 비용은 이사회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용된 것으로 올해 이사회비가 완납될 경우 전액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후원금의 사용은 차후 우정의 종각과 관련한 홍보 및 보존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종을 수리하는 것 이외에도 연중 세 번에 걸친 타종행사와 홍보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앞으로 기금의 전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보수 예산지원으로 어렵게 시설 재단장 공사를 마친 우정의 종각 보존관리를 위해 한인사회가 정성을 들여 모아준 기금을 실제 시설 보존을 위한 목적이 아닌 단체의 행사나 모임 등을 위한 운영비 또는 홍보비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이 기금을 총영사관에서 관리했더라면 기금을 전용할 수 있었겠나. 아무리 운영비가 없어도 우정의 종 사후 보수 및 관리를 위한 기금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며 “보존위원회는 기금의 내역을 낱낱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