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병에 시달려도 말 못하는 개와 고양이들
▶ 미국내 애완견 32% 당뇨병·60%는 치아질환 앓아, 경제적 이유 가축병원 안가고 인터넷 의존이 원인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이 병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무심한 소유주가 수두룩하다.
병에 걸린 애완동물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말을 못하는 이들은 그들이 느끼는 통증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자상한 주인도 이들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잦다.
지난 6~7년간 과체중, 혹은 비만상태에 빠진 애완견의 비율은 37%, 고양이의 경우는 무려 90%가 늘어났다. 주인이 지나치게 잘 먹인 탓이다.
‘애완동물 비만방지협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애완견의 52%, 고양이의 58%가 비만한 상태다.
이처럼 체중이 늘면 당뇨병에서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온갖 질병들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이후 당뇨병에 걸린 애완견은 32%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애완동물 비만방지협회는 2007년 이래 관절염에 시달리는 애완견이 38%, 같은 증세를 지닌 고양이는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갑상선과 신장질환도 늘어났고 심지어 벼룩 감염률도 높아졌다.
전국 43개 주에 총 830개의 동물병원을 갖고 있는 배니필드의 2011년도 ‘펫 건강백서’는 애완견의 60%, 고양이의 49%가 치아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인들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애완동물을 좋아한다. 미애완동물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6,990만 마리의 개와 7,410만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소유주들은 이들을 ‘털복숭이 아기’로 간주한다. 가까운 예로 미국의 애완견 가운데 42%는 주인 가족 중 한 명과 침대를 같이 쓴다.
이처럼 애완동물을 끔찍이 아끼면서도 ‘아기’가 병이 들었는지 모르는 주인이 증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수의사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미수의학협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애완견 소유주의 가축병원 방문회수는 21%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주인에게 이끌려 가축병원을 찾은 고양이의 수도 30% 감소했다.
반면 이들의 응급방문 횟수는 크게 늘어났다. 다시 말해 애완동물이 아파서 거의 죽을 때 쯤 돼서야 병원에 데리고 가는 주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물론 극심한 불경기가 가축병원을 멀리하게 된 원인의 일부인 것은 사실이나 전부는 아니다.
미동물병원협회(AVMA) 최고경영자(CEO)인 수의사 론 디헤이븐의 지적대로 가축병원 방문 횟수 감소추세는 미국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 빠진 2008년도 이전부터 시작됐다.
또 다른 부분적인 이유로 효과가 크게 개선된 애완동물 백신이 꼽힌다. 웬만한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수년간 면역력이 지속된다. 그러다보니 한 차례 예방접종만 하면 더 이상 수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됐다.
소유주들 가운데 약 30%는 매년 정기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그들의 애완동물이 병에 걸릴 확률이 부쩍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애완동물에게 들어가는 건강비용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과 수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불필요한 백신이나 치료를 강요한다는 뿌리 깊은 불신도 소비자들이 가축병원의 문턱을 자주 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하긴 수의사들이 책정한 비용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카고에서 43년간 가축병원을 운영해온 셸던 루빈은 “수의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보통 15만 달러 정도의 학비 대출을 받는다”며 “게다가 졸업 후 개업하려면 일반 병원을 여는 것만큼이나 많은 돈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동물도 인간이 앓는 대부분의 질환에 걸린다. 따라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하려면 수의사 역시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구를 대부분 갖추어야 한다. 동물 진료비가 왜 이리 비싸냐고 불평을 터뜨리는 것은 수의사 입장에서 보면 ‘억지’다.
구글이 만물박사로 인정을 받게 된 것 역시 애완동물 소유주가 수의사를 이전만큼 자주 찾지 않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즉석에서 제공해준다. 구글의 공짜정보는 완벽하지 않지만, ‘맹신자’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자가진단은 전문가들이 나서 위험성을 경고할 정도로 만연된 상태다.
사람의 질병도 ‘인터넷 진단을’ 받는 판인데 애완동물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웹사이트의 진단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 순하던 개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에게 으르렁 거린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인터넷은 서슴없이 행동장애를 거론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이염 등 신체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웹사이트는 고양이가 아플 때 치킨수프가 ‘직효’라고 추천하지만 수의사들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위스콘신주 피치버그에 거주하는 린 페터슨은 6년 전 정기검진을 위해 고양이 ‘닥’을 수의사에게 데려갔다가 애완동물에게 예방의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수의사는 닥의 한쪽 눈동자가 약간 흐려진 사실을 발견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안과검진을 받게 했다. 그 결과 닥이 흑색종에 걸렸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한쪽 눈의 시신경을 제거하는 조기치료를 통해 닥은 치명적인 병마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년 전 발톱을 다친 닥을 진찰한 수의사도 “몸무게가 너무 줄었다”며 정밀검사를 추천했고, 그 덕분에 그가 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올해로 열 한 살인 닥은 항암치료를 받아가며 벌써 끝났을 뻔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애완동물은 아파도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지 못한다. 그저 주인이 알아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당신의 애완견은 안녕한지, 한 번 살펴볼 일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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