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수호성인은 세례자 성 요한이다. 로마의 수호성인은 베드로다. 베네치아는 성 마르코. 로마 교황청이 추대한 성인(聖人)은 2000명이 넘는다.
성인이 특히 많이 추대된 때는 중세시대다. 그 중 특이한 성인의 하나는 성 라바노다. 수도원장으로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그는 사산된 아기나 일찍 죽은 영아들의 영혼 구원이 전문격인 성인으로 추대됐다.
이 성인들의 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다. 가장 높은 지위는 그리스도의 12제자다. 그 다음이 복음서의 저자들이고 세례자 성 요한도 이 그룹에 속한다. 여기까지가 일류다. 그러니까 어떤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모셨는지에 따라 그 도시의 품격도 정해지는 것이 중세유럽의 풍속도다.
중세시대 가톨릭교회는 성인 수를 늘리면서 성인달력이란 것도 만들었다. 1년 365일을 하루씩 365명의 성인 축일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성인 수가 많다보니 축일을 배분받지 못한 성인이 속출했다.
그래서 제정된 게 11월1일 만성절이다. 모든 성인을 한꺼번에 묶어 전원을 축하하기로 한 것이다. 영어로는 All Saints Day, 또는 할로우마스(Hallowmas, hollow는 앵글로 색슨어로 성인이라는 뜻)라고도 한다.
이 만성절이 고대 유럽의 야만족인 켈트족 이교문화와 접촉하면서 기이한 명절이 탄생한다.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다. 켈트전통에 따르면 만성절 전야인 10월31일은 추운 겨울의 시작으로 죽음과 관계있는 계절이다.
켈트족은 새해가 오기 전날 밤인 이날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고 믿었다. 죽은 자의 유령이 지상에 돌아온다고 믿었던 것. 그래서 악귀들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괴이한 행사를 가진 것이다.
유럽이민, 특히 아일랜드계 이민문화가 확산되면서 할로윈은 미국에서도 주요 명절로 자리 잡는다. 기이한 복장을 하고 “Trick-or-treating”을 주문 외듯 외치며 이웃으로부터 캔디를 얻는 것이 많은 미국인들의 어릴 적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 할로윈 명절이 이상기류에 휩싸이게 됐다. 적지 않은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할로윈 축제를 지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린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다는 게 그 가장 큰 이유다. 어떤 학교의 경우는 예컨대 땅콩 앨러지 등 아이들이 특정식품 앨러지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숨겨진 주된 이유는 그러나 그게 아니다. 소송이 겁나서다. 종교적 색체가 강한 명절이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미국의 헌법정신에 따르면 이 할로윈 축제를 공립학교에서 지킬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옳은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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