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에는 ‘진짜로’ 한인이 얼마나 살고 있을까? 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를 통틀어 몇 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을까?지난 주 끝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주미대사관은 워싱턴 지역에 19만4천명이 거주한다는 추정치를 보고했다. 워싱턴 총영사관이 낸 이번 통계는 2000년의 10.5만명, 2005년의 14.3만명, 2010년의 17.1만명, 2012년의 19만명에 이어 매년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천명이 늘었다. 2010년과 비교하면 2만3천명이 증가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워싱턴 지역 인구가 20만에 육박하고 최근 3년간 2만3천명이나 늘었을까. 한인사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몇 년 전부터 한인 인구가 정체 또는 줄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건 조기교육을 위한 ‘기러기 가족’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러기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비즈니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I-20를 발행하는 교육기관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유학생 수도 줄고 있음은 당국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주에서 유입되거나 한국에서 이민자가 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민자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워싱턴 총영사관은 무엇을 근거로 한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추산한 걸까. 정말 워싱턴 한인은 20만에 가까운 것인가? 10년마다 한 번씩 통계화 되는 미 연방 센서스는 그 정확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가정에는 가정방문까지 하며 반드시 조사에 응하게 유도한다. 2010년 연방 센서스국의 인구 현황 통계에 따르면 버지니아주의 한인 인구는 7만577명, 메릴랜드 4만8592명, DC는 2290명으로 집계됐다. 워싱턴 일원 한인 인구를 12만1459명으로 공식 집계한 것이다. 이는 2000년 센서스의 8만5529명 보다, 즉 10년 동안 3만5930명이 증가한 것이다. 12만1천명 대 19만4천명. 왜 이리 편차가 심한 것일까. 물론 센서스 통계는 누락율을 무시할 수 없다. 생업에 바쁘다보니, 귀찮아서, 불법체류자라서 등등의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은 한인들이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계에서는 한인 누락율을 최대 30%까지 계산한다. 최대 누락율을 적용해도 한인 인구는 16만 명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 3만여 명의 허수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왜 워싱턴 총영사관은 과장된 엉터리 통계를 국정감사장에 내보낸 것일까. 이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주지역, 나아가 외교부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무지와 무성의에 가깝다. 주미대사관과 외교부는 한인 통계를 내는데 각국의 센서스를 참조하긴 하지만 현지 한인회나 동포언론의 추산치를 취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몇 해 전 국정감사장에서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현지 한인사회의 추산치를 국감자료에 그대로 적었다고 솔직히 고백한 바 있다. 한인회들이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위해 막 부풀려 추산하는 숫자가 정부의 공식 통계가 되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통계인 것이다. 사실 센서스나 미 국토안보부 등 당국이 발표하는 불법체류자 수, 유학생 수 등을 잘 취합하면 근사치에 가까운 한인 통계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워싱턴 총영사관은 ‘관행’대로 편한 길을 택했다. 어차피 국감장의 의원들도 잘 모르는 일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을 택한 것이다. 워싱턴 총영사관이 이처럼 한인사회 추산치를 ‘과신’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한인인구가 많아보여야 자신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한인회장들처럼 영사관도 한인 인구가 더 많을수록 인력이나 예산 배정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총영사의 ‘대외적 위상’도 올라간다고 보기 때문은 아닐까. 이처럼 엉터리 통계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는 이런 ‘숫자의 정치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한인 숫자는 재외동포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날림 공사식 통계는 안 된다. 이미 지난 재외선거에서 총영사관과 외교부의 엉터리 합작 통계에 의한 오류를 충분히 경험했다. 유권자 수가 과장되게 잡히다 보니 실제 등록률과 투표율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다. 결국 재외 유권자들만 욕을 먹는 꼴이 됐다. 며느리도 정확히 모른다는 한인 숫자. 하지만 큰 편차는 줄일 수가 있다. 줄여야만 한다. 한인 인구는 줄고 있는데 급증한다는 이 모순에 정부가 더 이상 기대선 안 된다. 주먹구구식 통계로 국민과 한인들을 농락해선 안 된다. 터무니없는 추산치에 웃음을 날리지 말고 근사치라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성의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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