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국화 드러머 주찬권, 프로듀서·보컬도 가능했던 멀티뮤지션
록그룹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58)이 돌연 별세했다.
매니지먼트사 들국화컴퍼니에 따르면, 주찬권은 20일 오후 6시47분께 숨을 거뒀다. 이날 오후 5시께 경기 성남 분당 자택에서 갑작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들국화컴퍼니 관계자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면서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우리도 당혹스런 상황이다. 병원에서 현재까지 사인을 원인 불명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찬권은 1980년대를 풍미한 록그룹 `들국화’의 드러머로 그룹 사운드가 전성기를 누린 1970~8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활약하며 실력을 뽐냈다. 다섯살 때부터 기타를 치며 50년이 넘게 연주를 해온 주찬권은 1973년 미8군 무대 활동을 시작으로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에서 활약했다.
보컬 전인권(59), 기타리스트 최성원(59)과 함께 들국화를 결성한 뒤 1985년 1집 `행진’을 내면서 이력의 절정을 찍었다. 이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수차례 들며 진가를 인정 받았다.
들국화는 그러나 1986년 `제발’을 내세운 2집 `너랑 나랑’ 이후 활동이 뜸했고, 1989년 해체했다. 1995년 전인권이 새로운 멤버들을 이끌고 들국화의 이름으로 3집 `우리’를 내놓았으나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주찬권은 대신 원맨밴드로서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1988년 솔로 1집 `주찬권’을 시작으로 지난해 6집 `우리 여기’까지 총 6장의 솔로 앨범을 내놓았다. 들국화 초창기 활동 당시 드러머로서 다른 멤버들에게 다소 가려져 있던 주찬권은 솔로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뿐 아니라 보컬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묵직한 드럼처럼 선굵고 점잖은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주찬권은 그러나 단순한 드러머가 아니었다. 솔로앨범 수록곡을 대부분 창작한 것에서 보듯, 연주 실력 뿐 아니라 작사·작곡과 보컬이 가능한 멀티 뮤지션으로 드러머로서는 국내에 보기 드문 위치를 점령했다.
2010년에는 `신촌블루스’ 기타리스트 엄인호(61), `사랑과 평화’ 보컬 겸 기타리스트 최이철(60)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슈퍼 세션’을 결성하는 등 5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나서며 음악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주찬권은 전인권과 최성원에게 꾸준히 재결합을 제안, 16년 만인 지난해 들국화로 다시 뭉쳤다. 세명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새 앨범을 작업 중이었다.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발매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이 앨범이 발표되면 주찬권의 유작이 된다. 추가 솔로 앨범 발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들국화컴퍼니 관계자는 “새 앨범을 한창 녹음 중이었는데 당분간 중단해야 할 것 같다"면서 “전인권, 최성원 두 멤버도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앨범이 발표되면 주찬권의 유작이 된다. 추가 솔로 앨범 발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드러머 남궁연(45) 등 후배들은 이날 트위터 등을 통해 고인을 애도했다. 작곡가 김형석(47)은 “드러머 주찬권 형님이 별세하셨네요. 재결성해서 멋진 활동을 기대했는데, 가슴이 아픕니다"고 적었다.
영화배우 박중훈(47)도 “내가 좋아하는 그룹 들국화 멤버 주찬권 님이 5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젊은 나이에 그렇게 갔다는 게 슬프다 너무했다"고 남겼다.
빈소는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딸 2명을 남겼다. 발인은 23일 오전 예정이며 장지는 미정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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