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은 한권의 소설과도 같다. 뮤지션(작가)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오선지 위에 옮겨 놓는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천천히 음미하는 일은 곧 소설을 귀로 읽는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이아립(38·사진)이 3년3개월 만에 발표한 솔로 정규 4집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는 잊고 있던 기쁨을 되살린다.
“예전에 했던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을 10개 트랙에 정성껏 나눠 담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관계에 대해 깨달은 바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자신을 많이 내려놓았다. 특히 지난해 초 쓴 타이틀곡 ‘뒷일을 부탁해’가 이를 오롯이 수렴한다. 이아립과 듀오 ‘하와이’ 멤버로 활약하는 이호석(34)이 편곡한 후렴부의 발을 구르는 것 같은 피아노가 인상적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간 누구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필요한 것이 있거나 도움을 받을 일 있을 때 요청하는 것이 어른스럽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그룹 ‘신치림’ 멤버인 기타리스트 조정치(35·‘두 눈에 비가 내린다’),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강아솔(26·‘서라벌 호프’) 등 실력파 뮤지션들의 도움이 반가운 이유다.
앨범은 순환하는 구조다. 첫 트랙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로 떠난 음악 여행이 이아립이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영화 ‘허공에의 질주’의 주인공 리버 피닉스(1970~1993)를 다룬 ‘리버 피닉스’로 끝난다. 음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인물을 다룬 곡이 마지막에 배치됐는데, 이 때문에 열린 느낌이라 마지막까지 들어도 처음으로 돌아간 듯하다.
일상의 감성을 담담하게 전하는 이아립의 노랫말은 여전히 빛난다. “두 눈에 비가 떨어져 내린다. 잠시 잊어요. 수많은 노래가 우릴 기억할 때. 수많은 고백이 우릴 기억할 때"(‘두 눈에 비가 내린다’), “마시자 마시자 마시자. 서라벌 호프에 우린 사라지겠지만. 서울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서라벌 호프’) 등 누구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끌어올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사랑을 내비게이션에 비유한 ‘사랑의 내비게이션’은 “지인만 아는 그녀의 유머를 담아낸 앨범"으로 아기자기함이 귀엽다. 마지막 트랙 ‘리버 피닉스’는 왈츠풍으로 마무리된다. “피닉스를 만나면 축제를 벌여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왈츠풍의 음악을 넣었다"고 소개했다.
이아립 만의 문장으로 이뤄진 이야기는 11월3일 서울 홍대앞 ‘벨로주’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 발매 기념 첫 단독 콘서트다.
<뉴시스 이재훈 기자>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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