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는 잊으세요. 대신 요금은 최저입니다”
▶ 수하물·기내 생수에까지 요금부과 경비절감 위해 직원들이 사무실 청소 고객 급증 속 수익률 업계 최고 수준
스피릿 항공의 CEO인 벤 발단자는 철저한 경비절감을 통한 요금인하가 스피릿의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플로리다 미라마에 소재한 저가항공사인 스피릿 본사에서 ‘싸다’는 말은 모욕이 아니다. 이 단어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벤 발단자의 경영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발단자는 그의 사무실 전구들 가운데 3분의1가량만 켜놓고 일한다. 전기료를 절약해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발단자는 자 신의 사무실 옷장에서 배큠을 꺼내든다. 청소비를 줄이려 직접 사무실 청소를 하는 것이다.
올 51세인 스피릿의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이런 일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며 “그런 것은 우리 회사의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피릿은 미국 내 저가항공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구두쇠이다.
발단자의 이런 경영 철학은 항공사 전체의 경영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항공기 내에 좌석을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이 설치하고 물 한 병에 3달러를 부과하며 보딩 패스 프린트에도 10달러를 부과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항공사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무료 톨 프리 번호까지 없앴다.
스피릿은 고객들의 기내수하물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조절이 되지 않는 고정 좌석을 설치한 미국 내 첫 항공사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당신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해서 발단자로부터 사과 받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우리의 싼 좌석을 구입하고 다리 공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비 절감을 위한 스피릿의 이런 조치들은 이 항공사를 가장 성장세가 빠른 항공사로 만들어 주고 있다. 스피릿은 업계에서 가장 순익률이 좋은 항공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시에 좁은 좌석과 승객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무수한 목록은 스피릿을 고객만족도가 가장 낮은 항공사로 만들고 있다.
최근 스피릿 항공을 타고 휴스턴에서 LA까지 여행한 옥시텐탈 칼리지 학생 크리스 엘리스는 “부킹을 할 때 수하물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기내에서 제공하는 물 한 병에 3달러를 부과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엘리스의 비행기는 2시간이나 출발이 지체됐다.
그러나 발단자는 스피릿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력히 변호한다. 스피릿 승객의 3분의1이나 절반가량은 스피릿의 저가요금이 아니면 항공여행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뉴욕의 투자뱅킹 회사인 넥사 캐피탈의 항공담당자인 레이 네이들은 “요금을 계속 낮추는 한 항공업계에서 그레이하운드 타입 업체의 존재 공간은 있다”고 분석했다.
스피릿의 비즈니스 플랜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 항공사는 초저가 항공이라는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2013년 상반기에 스피릿은 총 탑승객 여행마일이 25% 증가했다. 스피릿은 현재 50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8년 간 매년 15~20% 성장에 필요한 여객기를 주문해 놓고 있는 상태다.
또 스피릿은 최근 3개월 간 수익률을 8.5%로 높여 투자가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의 수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의 다른 항공사들은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회사 돈으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피릿은 일 년 내내 돈을 모아 가독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겨냥한다. 이들은 좌석의 편안함이나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다.
스피릿의 최고경영자는 스낵과 음료수, 베개, 담요 등 모든 물품에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비행기 요금을 계속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릿 승무원들은 심지어 기내에서 스피릿 매스터 카드 판촉도 벌인다.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기내에서 판매한 음식과 음료수 등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다. 발단자는 “우리는 기내를 아주 작은 스토어처럼 운영한다”고 말했다.
일터에서 짠 것이 그가 집에서도 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는 맥도널드 비즈니스 모델을 좋아하지만 이곳에서 음식을 사 먹지는 않는다. 그는 정식 디너를 좋아하고 최고급 7 시리즈는 아니지만 3시리즈의 BMW를 몬다. 그의 2012년 기본급은 47만달러였지만 주식과 보너스 등으로 거의 300만달러를 벌었다. 이 액수는 젯블루 같은 항공사 경영자보다는 많은 액수지만 대형 항공사 최고경영자들보다는 낮은 액수이다.
스피릿은 디트로이트의 트럭회사에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1983년 전세기 업체로 탈바꿈해 휴가객들을 라스베가스와 애틀랜틱시티, 바하마 등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다 2006년 오크트리 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가 들어오면서 초저가 항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아메리칸, 노스웨스트, US 에어웨이스 같은 항공사에서 간부로 일했던 발단자는 2005년 스피릿에 합류했다. 그는 초저가 항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철저한 신봉자이다.
철저한 절약의 철학은 400명 이상이 일하는 스피릿 본사 건물에서도 드러난다. 이곳 직원들은 책상 주위를 스스로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운다. 전문 청소부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온다. 본사 로비 공간에서 쓸데없는 것들은 치우고 이곳을 회의실로 이용한다. 또 스피릿의 여객기들은 24시간 단위당 평균 13시간을 비행한다, 이는 업계 평균인 9.6시간보다 많은 것이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떠날 때 초저가 요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주위 청소를 해 줄 것을 당부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스피릿의 비즈니스 플랜은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평판을 안겨주고 있다. 스피릿은 올해 처음으로 컨수머 리포트지의 연례 평가 대상이 됐는데 여기에서 스피릿은 고객 만족도에서 잡지 사상 최저점수를 받았다. 또 지난 5월 연방교통부에 접수된 이 항공사의 화물, 리펀드, 예약 관련 고발은 80건에 달했다. 이는 항공사들 가운데 3번째로 많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소셜네크웍에는 스피릿의 서비스에 대한 불평과 비난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스피릿은 초저가를 바탕으로 계속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UC 어바인 경제학과의 잰 브루크너 교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격은 모든 것을 뛰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스피릿이 돈을 많이 쓰는 고급승객들을 확보하려면 서비스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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