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 취임 100일 맞은 민수봉 BBCN 행장
▶ “10년 내 한인은행 2~3개로 줄어 대형화 이룰 것 내 책무는 리저널 뱅크 도약 위한 시스템 구축 최근 고위간부 이탈 구조조정에 되레 긍정 효과”
지난 10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민수봉 행장이 앞으로의 전반적인 은행운영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인턴기자>
그는 스스로‘나는 박물관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은행원 생활만 50년에다 지금도 소위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친구가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한다. BBCN 민수봉(76) 행장 얘기다. 그는 올해 초 BBCN 행장 임명설이 나오기 전, 영어문제와 나이를 지적한 본보 보도에 대해“모두 사실인 걸 뭐,‘검은 것을 검다 하고 흰 것을 희다’하는 것이 언론이지”라며 너털웃음을 짓고는“그래도 내가 할 일이 많아…”라며 열정을 토했다. 민 행장은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젊은이들 못지않은 강철 체력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지점을 방문한다. 최근 잇단 은행 인수로 지점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뉴욕, 시카고, 시애틀을 거의 매달 한번씩 돌기도 한다. 그는‘은행원으로서 인생을 마치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해도 신천이 고향으로 지주의 아들이었던 민 행장은 해방 후 북한 당국의 지주 숙청작업으로 황해도 오지로 강제 이주령이 내려지자 어머니와 함께 월남했다. 스스로“나만큼 고생한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어려운 성장기를 거쳤던 그는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1959년 상업은행에서 첫 은행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오늘까지 50년을 은행원으로 생활했다.
한인 최대은행의 행장이자 최고령 한인은행장인 민수봉 행장이 지난 10일 BBCN 행장 취임 100일을 맞았다. 리저널 뱅크로의 도약이라는 막중한 책임에다 아직도 남아 있는 나라와 중앙의 서로 다른 DNA의 융합 등 산적한 내외의 과제를 안고 있는 민수봉 행장을 만나 BBCN의 오늘과 비전과 들어봤다.
- 어느 새 취임 100일을 맞았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나
▲나라와 중앙의 통합으로 탄생한 BBCN의 초대 행장이나 다름없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자산규모가 60억달러에 이르는 한인사회 최대 은행을 어떤 비전으로 이끌어갈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결국 리저널 뱅크로의 도약을 위한 강건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게 내 책무라고 본다. BBCN 행장에 오른 것은 내 삶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늘이 준 고마운 기회로 생각하고 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 부임 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두 은행의 합병이 ‘물리적인 화합’이었다면 이젠 ‘화학적인 융합’을 이뤄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BBCN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와 중앙이란 서로 다른 문화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바탕에는 다민족ㆍ다문화의 융합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행장으로 부임한 이후 직원들에게 ‘BBCN’의 각 약자를 ‘밝고 바르게, 씩씩하게 나가자’는 의미로 재밌게 풀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팀웍을 위한 것이다.
- BBCN 뱅콥 회장 및 이사회와의 소통은 원만한가
▲케빈 김 뱅콥 회장은 말과 행동이 매우 신중하다. 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신 자신의 의견도 분명히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은행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현실적이어서 토론과 결론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사회와의 관계 역시 매우 좋다. 바깥에서는 이사회의 파워 때문에 행장직을 수행하는데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사진들과는 이미 행장으로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왔고, 모든 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어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더 결속력이 단단해 질 것이다.
- 최근 고위 간부들의 이탈이 있었다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일부 인력 유출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BBCN의 조직과 운영능력은 매우 탄탄하다. 또 일부 직원들이 그만둠으로써 오히려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이룬 셈이 됐다. 공석이 된 주요직은 곧바로 부책임자들을 승진, 발령했는데 반응도 좋다. 직원들에게 기회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조직력도 더 강화돼 더 명확한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열매를 맺으려면 결국 꽃이 져야 하는 것처럼 순리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
- 향후 인수·합병을 계속할 것인가
▲우선 이는 홀딩컴퍼니 소관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인은행들은 10년 내에 2~3개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즉 인수·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규모의 경제는 한인 경제에도 큰 힘이 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은행으로 발전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인은행들은 자산증대 등 규모를 확대해야 하며, 인재 양성,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
- 50억달러가 넘는 큰 은행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얼마 뒤에는 미 전역에 지점만 55개 정도로 늘어난다. 우리는 LA에 5명, 뉴욕에 한 명 등 6명의 본부장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IT기술의 발달로 시시각각 지역 동향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
게다가 은행감독국의 감시도 강화돼 금융사고 위험성이 크게 낮아졌다. 대신 대출과 관련한 심사과정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 부실대출은 은행에 매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은행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옛날에는 명석한 머리, 건강한 몸, 깨끗한 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은 열정과 사랑, 겸손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전진을 강조한다. 나는 비전과 목표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야 성취의 기쁨을 맞볼 수 있다.
- 직원들이 점차 영어권으로 바뀌는데 소통에 문제는 없나
▲업무와 관련해 문제는 없다. 오히려 영어가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이 행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웃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좋은 자리들을 많이 거쳤는데,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본다. 영어권 직원들에게도 이런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류은행과의 경쟁 전략이 있다면
▲아직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한인사회를 바탕으로 한 기반을 다지고, 그 다음에는 아시안 커뮤니티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이것들이 이뤄진 뒤에는 주류은행들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본다.
-규모의 논리로 작은 은행들의 고객을 빼내간다는 불만이 있다
▲얼마 전 후배 은행장들을 만났을 때 BBCN은 잊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경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우스개 얘기였다. 물론 그런 불만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큰 규모의 대출과 예금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가자. 50년 은행원 생활의 소회는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면 이북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월남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몸담은 이후 내 인생은 큰 어려움이 없이 잘 풀려온 것 같다. 내가 잘났다기보다는 주변에 도움이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하늘이 주신 은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특별히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 있나
▲어떤 특별한 분을 거론하기 보다는 1959년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만난 선배들을 모두 존경한다. 이따금 “그분들이 왜 나를 아끼고 사랑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만난 모든 분들이 내게는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지금의 내 부하 직원이자 후배들을 사랑하고 아끼려고 노력한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BBCN에 부임한 이후에는 사실 너무 바쁘게 지냈다. 전에는 독서를 즐겼는데, 소설보다는 경영에 관한 것을 탐독했다. 요즘에는 운동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산책도 자주하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려고 애쓴다. 내 나이가 70을 넘었지만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해 본적이 없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한 것 같아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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