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불안으로 저축 늘고 소비 줄면서 성장 정체 장기화 우려
▶ 경제 56% 소비에 의존하는 구조 증세로 국민들 지출부담 가중 올랑드 정부 경제정책 불만 고조
프랑스 파리의 한 골동품 시장. 손님들이 없어 한산하다. < 뉴 욕 타 임 스 >
최근 어느 일요일 프랑스에서 가장크고 유명한 벼룩시장인 파리의 마르셰 오 퓌스 드 생 우엥. 나폴레온 3세시대의 시계를 비롯해 빈티지 의상, LP레코드 등 다양한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자신들이 원하는 물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그러나 이날은 무언가 사라진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1년 이상 계속되고있다. 휘청거리는 경제가 주범이다. 프랑스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돈을 쓰지 않는다. 이런 긴축은 이곳 시장 상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아니라 프랑스 경제의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시장의 노점신발상인 아미두 데보는“ 이곳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행인들은 그의 가게에들러 이 신발 저 신발을 살펴보곤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떠난다. 데보는 “요즘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파리 북쪽 지역 17에이커의 부지위에 자리한 이 시장의 2,500여 상인들에게 경기침체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몰라 상인들은더 답답하다. 데보는 지난해만해도 점심시간 전까지 하루에 300에서 400유로, 즉 390달러에서 520달러정도 팔았지만 지금은 겨우 100유로 정도 팔고있다며 한숨지었다. 데보는“ 이것은 위기다. 사람들이 더 이상 돈을 쓰지 않는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라고말했다.
유럽의 오랜 경제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점점 더 프랑스까지 같은 문제를 겪고있다. 유럽대륙의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다음 환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러 지표로 볼 때 프랑스의 병세는이미 시작됐다. 실업률은 10.8%로 지난1996년 현재방식의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톺은 수치이다. 그리고 일자리창출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적자를줄이기 위한 증세와 정부지출 삭감 등과 어우러진 이런 문제들은 경기침체탈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분기에 침체가 끝난다 해도 프랑스 경제는 정체상태를 면티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0.1%에 머물 전망이다.
그러니 가계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은 이상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프랑스 경제에서 소비자 지출이 차지하는비중은 56%에 달한다. 경제학자인 장폴 피투시는 “소비자들은 항상 프랑스경제의 동력이 돼왔다”고 말하고 “이엔진이 작동하지 않으면 성장은 어디서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인정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성장촉진을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젊은 실업자들을 위한 정부지원 일자리창출 프로그램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주에는 에너지와 디지털, 항공, 보건 분야에 12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계획도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로존이 다음 해까지는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인용하면서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설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 노조연합인 메데프는 올랑드의 정책이 하루에 8,000개의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조를비롯한 프랑스 기업들의 CEO들은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프랑스 국민들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197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미래의 생활수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0.4% 증가에 그쳤던 소비자 지출은 당분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국민들의높은 저축률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려 돈을 쓰기보다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다. 프랑스의 개인저축률은 15.5%이다. 2011년의 17%보다는 조금 낮지만 미국의 2.5%에 비해서는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엄청난 액수의 유로가 경제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곳 벼룩시장보다 이러 상황을 더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없다. 1870년대 만들어진 이 벼룩시장은 역사가숨 쉬는 곳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영감을 얻기 위해 이 시장을 자주 찾았다.
또 시장은 2011년 우디 알렌의 영화인‘파리의 자정’ 주요 장면에 등장하기도했다.
오늘날 이 시장은 프랑스 경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저가 의류들과 신발, 악세사리 등이 고급 골동품판매 업소들과 나란히 붙어 영업하고있다. 최근 이곳을 찾은 한 금융업 종사자는 자신과 남자친구가 지출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외식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죽 외투 구입에 125유로를 지출했는데 이는50% 할인 가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친구들 가운에 여럿이 실직을 했다며 이들은 아직도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임시직을 얻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긴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식품과 렌트 등 모든 것의 가격이 너무 비싼데봉급은 제자리”라며 경제상황은 나쁘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벼룩시장에서 아시아 고가구를 파는미셸 코베즈는 “경제가 그동안 나빴지만 지금은 끔찍한 상태”라며 “정부의정책이 관에다 못을 박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세금을 올림으로써더욱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5년 전에는 1년에 350유로 정도이던 세금이 지금은 6,000유로, 즉 7,700달러 정도로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돈이급한 모양이지만 우리에게 너무 많이부과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소외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오래 된 거울과 양탄자 등을 파는 누렐딘 엘카이는 담배를 피워물며“ 지금처럼 나빴던 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이미 아픈상태에 빠졌다. 지난 10월 이후 구매력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세계가 멈춰 선 느낌”이라며 깊은 한숨을내쉬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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