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심지 구멍가게 월세가 수만달러… 명품점 등에 자리 내주며 밀려나
▶ 중국인 방문객 급증 등 성장 따른 그림자 렌트비 가장 높은 지역 중 3곳이 홍콩에 “경제 생태계 해칠 수 있어” 우려 고조
남기 누들은 홍콩의 전형적인 식당이다. 아주 효율적이고 인기가 높으며 항상 바쁘다. 식당 안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탁자들은 40명 정도의 손님들을 맞을 수 있다. 점심때면 가게 밖은 매운 국수와 만두, 그리고 얼음을 넣은 두유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선다.
그러나 지난 4월 홍콩의 가장 번화한 쇼핑지역인 커즈웨이 베이에 소재한 이 식당은 문을 닫을 뻔 했다. 건물주가 가뜩이나 높은 렌트비를 무려 3배나 올렸기 때문이다. 이 식당의 메니저는 “우리는 그동안 매달 20만 홍콩달러의 렌트비를 내왔다”며 “그런데 건물주가 이것을 매월 60만달러로 올렸다. 너무 높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만 홍콩달러는 미화 2만5,800달러에 해당된다. 식당측은 건물주와 치열하게 협상을 벌여 일단 이보다는 적은 렌트비를 내고 1년 더 영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이 오른 액수이다.
하지만 다른 업소들은 이 식당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다.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지난 수개월 사이에 이 구역의 영세업소 여러 곳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이 구역뿐 아니라 홍콩의 다른 번화가에서도 이런 사연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제가 성장하고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 아시아 대도시들의 렌트비는 급속한 상승 추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인 홍콩처럼 급속한 상승세를 보인 곳은 없다. 많은 기업들은 홍콩을 중국 본토를 겨냥한 관문이자 전진기지로 여기고 있다.
홍콩의 주거용 렌트비는 당국의 수요억제책 덕분으로 진정되고 있지만 소매 레트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소매 전문 부동산 회사인 홍콩의 CBRE의 책임자인 조 린은 “높은 렌트비에 소매업소들이 고통 받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다. 모든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홍콩에서는 지난 2~3년 사이에 이런 압력이 너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다. 주요 비즈니스 구역의 90%를 명품과 보석 업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비즈니스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우려했다.
남기 누들이 명품 의류와 시계업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커즈웨이 베이는 세계에서 소매 렌트비가 가장 비싼 곳이다. 이 지역의 스퀘어피트당 월 평균 렌트비는 1,950 홍콩달러인 것으로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맨 & 웨이크필드 1분기 보고서가 밝혔다. 홍콩의 또 다른 비즈니스 지역 두 곳도 세계에서 가장 렌트비가 비싼 5개 지역에 포함됐다. 다른 두 곳은 뉴욕의 핍스 애비뉴와 타임 스퀘어이다. 프랑스의 샹젤리에나 도쿄의 긴자 거리도 홍콩의 렌트비에는 못 미친다.
이처럼 치솟는 렌트비는 식당과 한약재 판매상, 철물점 등 이 지역의 다양한 영세업소들을 괴롭혀 왔다. 이들 업소들은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홍콩의 금융 중심지역인 센트럴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광동음식 전문 식당은 지난 4월 문을 닫았다. 건물주가 월세를 4만9,000 홍콩달러에서 12만 달러로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간이의자 몇 개로 영업하는 아주 작은 업소였다. 업주는 다른 곳에 문을 열려 자리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손님들이 빨리 문을 열라고 성화다. 조속히 영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소호지역의 인기 있는 술집 두 곳도 지난 몇 달 사이에 문을 닫았다. 역시 크게 오른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생강향의 우유 빵과 달콤한 검은깨 수프 등 별미를 보울 당 20달러 미만의 가격에 파는 업소인 쑤이 유엔 디저트는 최근 커즈웨이 베이에서 완 차이 지역으로 옮겨갔다. 완 차이는 관광객들보다는 야간 유흥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이다. 업주는 “여전히 우리 업소를 찾는 고객들이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 다시 커즈웨이 베이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구멍가게도 월 20만달러를 내야하니 그러다보면 파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명품 판매전들과 보석, 화장품 판매업소들이 들어섰다. 이 업소들은 중국본토로부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영국의 소매체인인 톱샵은 지난 6월초 센트럴 지역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중국 관련 지역에 최초로 진출한 것이다. 또 애플과 일본 소매체인인 유니클로도 얼마 전 남기 누들이 자리 잡고 있던 곳 근처에 매장을 오픈했다.
고급품에 부과되는 홍콩의 세금은 중국 본토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중국에서 이곳을 찾는 샤핑객들은 이런 고급품을 주로 찾는다.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후 이로 인한 홍콩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본토인들의 홍콩방문 조건을 완화한 이후 중국인들의 홍콩방문은 크게 늘었다. 2002년 680만명이던 홍콩방문 중국인은 지난해 3,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이 홍콩에 와서 쓰는 돈은 홍콩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지역 일자리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인 방문객들은 지난해 홍콩에서 230만달러의 돈을 썼다. 이는 홍콩 국내생산의 9%를 차지하는 액수이다. 홍콩의 HSBC 은행의 도나 곽은 이 액수가 오는 2015년에는 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솟는 렌트비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커즈웨이 베이의 렌트비는 지나 2010년 중반 이후 80%나 올랐다. 2007년을 기준으로는 거의 2배나 오른 것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침체를 보이고 있음에도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홍콩에 대한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인들은 계속 홍콩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도나 곽은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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