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결혼 허용한 주들, 이혼은 까다로운 조건 요구 헤어져도 이혼 못해 재산분할·연금 문제 등 갈등 결혼 합법화 발맞춰 이혼승인 제도적 장치도 시급
동성애자인 아담 카디널은 몇 개월전 그의 남편과 헤어졌으나 까로운 법망에 걸려 이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 행복을 꿈 꾸던 아담 카디널의 고충
아담 카디널의 결혼생활은 뉴햄프셔에서 시작해 플로리다에서 끝이 났다. 3년전 카디널이 고향을 떠나 타지인 뉴햄프셔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동성애자인 그에게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뉴햄프셔는‘약속의땅’이었다. 하지만 행복한 시작이 늘 복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디널의 결혼생활이 그랬다.“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백년해로 하자던 둘의 약속은 3년 만에 ‘공수표’로끝났다.
둘은 이혼에 합의했지만 동성결혼을 해지하기 위한 법적통로를 찾지 못한 채 어정쩡한 별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둘 모두“ 깔끔한 정리”를 원했으나 그들의 현거주지인 플로리다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동성결혼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동성이혼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일이다.
물론 뉴햄프셔에서는 동성커플의 이혼이 가능하지만 카디널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동성결혼은 간단하게 할 수 있으나 이혼은 최소한 1년 이상 현지에 거주 중인 커플에게만 가능하다.
이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제 아무리 ‘굴뚝’같아도 직장까지 내팽개치고 뉴햄프셔로 돌아가서 1년을 죽칠 수는 없는 일이다.
톡 까놓고 말해 ‘새 신랑’을 맞아들이고 싶지만 이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한 재혼은 불가능하다.
뉴햄프셔, 매사추세츠와 뉴욕 등 동성결혼을허용한 곳에서 그는 엄연한 기혼자다. 기혼자가 이혼절차를 밟지 않는 채 재혼을 하면 법으로 금지된 중혼이 되고 만다.
갈라선 동성 커플 가운데는 이혼을 증명하는 서류가 없어 재정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카디널 부부는 몸만 합쳤을 뿐 재산까지 합치지는 않았으나 전 재산을 공동명의로 등록시킨 커플은 돈 문제와 관련해 어색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증빙서류 미비로 이혼에 따른 재정적 분리가 불가능하다 보니 잡음이 따르기 십상이다.
카디널은 “동성이혼이 이처럼 골치 아픈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그에게 한줄기 서광이 비쳤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6일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한 연방결혼보호법(DOMA)에 위헌판결을 내린 것.
대법원 판결은 동성결혼을 차단한 DOMA의견고한 빗장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카디널처럼 이혼을 하지 못해 쩔쩔매는 동성커플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동성결혼의 빗장이 풀어지면 이혼의 문도자연스레 열리기 마련이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에 앞장서 온 플로리다주마이애미 비치의 엘리자베스 슈와츠 변호사는대법원의 결정은 대단히 광범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을폐기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슈와츠 변호사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후 결혼이 아니라 이혼을 원하는 동성애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그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전망은 이전에 비해 대단히 밝아졌다”고 대답해주었다.
동성커플의 이혼율은 이성부부 이혼율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2011년 윌리엄스 인스티튜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성커플의 이혼율이 약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윌리엄스 인스티튜트의 리서치 디렉터인 M.V. 리는 연방대법원의 판결 여파로 더욱 많은 동성애자들이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면 조만간 양측의 이혼율이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워싱턴주 에버그린 스테이트 칼리지의가족사 교수인 스티븐 쿤츠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의 파경은 대단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확실한 출구 규정과 지원시스템이 없다면쌍방의 이해충돌을 조절하기 힘든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의 최근 몇년간 12개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자 게이와레즈비언 커플의 법적 결합이 봇물을 이루었다. 이들 대부분은 동성결혼이 금지된 주에서건너온 동성애자들이었다.
모든 신혼부부가 그렇듯 이들 역시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이혼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은 언제나 한발 늦게 찾아온다.
사랑을 법적으로 인증하기 위해 ‘해방지대’를 찾아가 원정결혼을 한 동성애자들 가운데상당수는 몇 년 뒤 카디널처럼 이혼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그들에게 혼인증명서를 발급했던 주 정부는이혼증서를 내주는데 인색하다. 대부분이 최소거주기간을 요구한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12개 주 가운데 델라웨어와 버몬트를 비롯한 6개 주가 그나마 융통성을 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 제한적이다. 다른주에서 결혼한 동성부부는 이혼승인을 받을수 없다.
단 와이오밍 주만은 예외다. 주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곳에서는 타 주에서 결혼한 게이커플이라도 이혼수속을 할 수 있다.
물론 동성결혼 자체를 합법화하지 않은 주는 이들의 이혼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하긴 결혼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혼을 승인하는 것은법리적 모순이다.
동성애 커플의 이혼 과정은 이성애 커플에비해 복잡하다.
은퇴연금의 분할이라든지 위자료에 대한 세금공제 등 다루기 힘든 이슈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의 게이커플은 결혼하기 전 길게는수 십년 동안 동거해왔다. 결혼을 일부러 미룬게 아니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결혼한 커플이 갈라설 경우 당장 재산분할이 걸림돌이 되곤 한다. 거의모든 주는 결혼 후에 조성한 재산에 대해서만공동 소유권을 인정한다.
제도적인 차단막 탓에 일찍 법적 혼인관계를 맺을 수 없었으나 결혼을‘ 승인’받기 전 수십년간 동거하며 공동으로 일군 재산을 이혼할 때 공평하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의결합을 공인하지 않은 정부 측에도 상당부분책임이 있다.
슈화츠 변호사는 “혼인관계를 맺는 것을승인한다면 이를 푸는 것도 승인해야 마땅하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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