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생수↑ 경제↓ 속 대졸자 취업난 갈수록 극심
▶ 지난 10년 새 대졸자 무려 4배 늘어 21~25세 학사학위 실업률 16% 넘어 중국정부“사회불안 요인 될까”우려
700만이라는 기록적인 수의 중국 대학졸업생들이 앞으로 수 주 동안 중국 사회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취업전망을 밝지가 않다. 중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졸업생들의 취업신청으로 넘쳐나지만 이들에게 제공할 일자리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 중국판 트위터라 할 수 있는 미니블로그 사이트들에는 취업하지 못한 대학졸업생들의 탄식이 넘쳐난다.
중국정부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사회적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업률 완화를 위해 학교들과 정부기관들, 그리고 국영기업들에 대졸자들을 임시로나마 더 많이 채용할 것을 지시했다. 콜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경제학자인 상진 웨이는 “저기술자 실업보다 더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고학력자들의 실업”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엘리트기관인 중국개발연구재단의 루 마이 사무총장은 이번 달 한 연설에서 중국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상위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을 한 졸업생을 주위에서 찾아보지 쉽지 않다고 밝힌다. 또 지난 겨울 일자리 오퍼를 받았던 학생들도 경제가 나빠지면서 취업이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명문 베이징기술대학을 졸업하는 얀 슈앙은 “많은 기업들은 채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봉급부담을 느끼게 되면서 내 친구들 가운데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됐지만 같은 달에 해고통지를 받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도 지난 겨울 한 스포츠 의류회사에 취업이 됐지만 경제가 나빠지자 이 회사는 지난 3월 신규채용을 전면 취소했다.
중국정부는 지난 10년 사이에 대학졸업생 수를 4배로 늘려왔다. 하지만 경제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블루칼라 일자리가 압도적이다. 리커싱 총리는 지난 5월16일 내각회의를 통해 학교들과 정부기관, 국영기업들에 더 많은 대학졸업생들을 고용하라는 훈령을 내렸다. 이것은 중국정부가 고학력 젊은이들의 실업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자주 실시하는 방식이다.
“중산층이 급속히 늘고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국가에든 위험신호”라고 홍통대학의 와칭 중국교육연구소장 제라드 포스티글리온은 말했다. 지난 달 발표된 전국적 조사에서 중국의 21세에서 25세 사이 인구들 가운데 대졸자들의 실업률은 16%에 달했다. 반면 초등학교 학력자들의 실업률은 4%에 불과했다. 중국의 일자리들이 대부분 블루칼라라는 반증이다. 농촌에서 도심지역으로 온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나 4년 사이에 70% 가까이 올랐지만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실업사태를 피하려면 중국경제가 매년 최소 7~8%는 성장해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의 법칙은 노동시장이 양극화 되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교적 낮은 성장도 블루칼라 근로자들의 완전고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졸자들을 위한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한결 빠른 성장세가 요구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중국은 7.75%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08년 이전의 10~14%보다는 느리지만 서방국가들에 비해서는 높은 성장률이다. 중국의 진짜 근본적인 문제는 졸업생 규모가 너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대학졸업생 수는 연간 300만명이다. 하지만 중국은 단 10년 만에 졸업생 수가 500만 이상으로 폭등했다.
중국국가위원회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작은 민간 기업들에서 일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1가구 1자녀 방침 속에 자라난 세대는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며 그래서 신생 기업들에 입사하기를 꺼린다. 얀은 “개인 기업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이 여의치 않은 졸업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한다. 베이징 기술대학에서 응용경제학을 전공한 양 이는 취업이 잘 안되자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년 안에 경제가 나아지기만을 희망한다. 석사학위를 받는 것이 작은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생들은 공부하기가 덜 힘들면서 은행 등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전공에 많이 몰리고 있다. 경영과 경제는 전공학생들이 가장 많은 분야이다. 많은 사립대학들은 가르치는 데 별로 돈이 안 드는 이런 분야를 선호한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실험실을 만들어야 하는 엔지니어링과 과학 분야 과목 개설은 속도가 느리다.
최근 서방국가들에서처럼 금융은 대학졸업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분야이다. 은행, 투자회사 등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은행부문 근로자 평균임금은 연 1만4,500달러로 의료와 교육 분야 평균임금 보다 2배가량 높다.
명문대학 출신들은 눈높이만 조금 낮춘다면 일자리를 얻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베이징의 명문 렌민대학에서 무역과 경제학을 전공한 린 인비는 한 온방업체와 수퍼마켓 체인으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았다며 좀 더 대우가 나은 일자리는 없는지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일자리이며 전공과 어울리는가, 또 급여는 충분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20만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유명한 방송인 왕 지안은 올 봄 대학졸업생들에게 이삿짐 회사에서 짐을 싸고 푸는 일자리를 얻으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게 이삿짐 업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부모에 기대 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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