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 쌓고 취업기회 제공”영리기업까지 확대 돈 줄 능력있는 회사들이 공짜 노동력 이용 최근 연방법원“노동법 위배”판결 찬반 가열
일부서 “불법행위” 비난 일어
미국 대학들이 무급 인턴 자리를 알선해주고 임금을 대신 지불해주는 무급 인턴십 프로그램을 영리 기업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도 제공하고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들이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임금을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정규 직원과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불법” 행위를 대학측이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주 대학들이 대신 임금을 주는 무급 인턴십 프로그램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심층 보도했다.
미국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비영리단체 또는 기구나 예술관련 기구에서 무급으로 인턴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임금을 대신 지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들로 까지 대학에서 대신 지불해주는 추세다.
대학들로서는 등록금이 올라가는 만큼 배움뿐아니라 자녀들의 취업 기회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비영리기구는 물론이고 일반 회사들로까지 인터자리를 확보해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취업기회도 제공해 줄 수 있는 무급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학교에서 대신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무급 인턴 채용 방식이 얼마전 연방법원으로부터 불법 판결을 받았다. 지난주 한 연방판사는 영화회사가 무급으로 운영하는 인턴 프로그램이 노동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인턴도 상응하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반 기업들은 인턴들을 채용하기를 꺼려할 것이고 대학으로서는 학생들의 취업 실무 경험 기회를 날려버려 대학 취업률이 하락할지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급 인턴 프로그램리치몬드 대학은 수년동안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무급 인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임금을 지불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일반 영리기업에까지 확대해 100명의 학생들에게 추가로 무급 인턴자리를 알선해 줬다. 대신 대학측은 비영리·영리 회사를 합쳐 총 300명의 학생 인턴에게 1인당 3,700달러씩을 지급한다. 학생들은 뉴욕 시립병원, 크리스티 경매사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임금은 동창회나 인턴십 확대를 위해 마련되는 기타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오하이오 디파이언스의 디파이언스 대학도 지역 회사들에게 학생들을 최저임금의 절반만 지불하고 주당 10시간(또는 주당 38달러50센트) 고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따라 지난학기 지역 동물병원, 빅비 커피 체인점, GM 부품을 만드는 PSMI회사등에서 74명의 인턴들이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회사에서 이들 인턴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작지만 분명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빅비 커피숍을 운영하는 수 스트라우스바우는 “40달러는 40달러다.”라고 잘라 말했다.
마케팅을 전공하는 에린 로즈는 GM 부품 공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엔진블럭 품질관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파이언스 대학 3학년에 올라가는 에린은 현재의 일이 전공이나 하고 싶은 장래 희망 직종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력서의 경력란을 채울 수 있어 마다하지 않고 일한다고 말했다.
“교육이지 직장은 아니다”해밀톤 칼리지도 올해들어 187명의 인턴 신청서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116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 역시 정부기관이나 비영리 또는 영리 회사에서 무보수로 일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우선 교내 구직부에 인턴 신청서를 접수시키고 원한다면 재정 지원서를 함께 제출한다. 올해는 66명에게 각각 2,400달러씩을 지불한다.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는 2학년생 우즈월 프라단은 뉴욕에 본부를 둔 ‘프라이어러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한 후 학교에서 4,800달러를 장학금으로 받았다. 프라단은 기업 채권을 분석하고 잠재 투자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투자 분석가가 여름방학동안 자신의 멘토가 되어 주고 있다고 좋아했다.
네팔 출신인 그는 무급으로 일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월스트릿 회사들이 4학년에 진학하는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뽑기 때문에 3학년에 올라가는 자신으로서는 임금을 받는 인턴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무급 일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밀턴의 구직 센터는 프라단에게 이회사의 짐 엘리 대표를 소개해줬고 학교에서 렌트비와 식사비 및 교통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엘리 대표는 “근본적으로 이것은 교육 프로그램 이다.”면서 인턴은 투자 결정이나 고객들과 직접 거래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기업들에게 강제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지 않는 한 이들 회사들이 인턴들에게 돈을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업들의 임금 착취‘인턴 네이션’의 저자인 로스 펄린은 학교들이 가난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에서 일하는 무급 인턴 학생들에게 돈을 대신 주는 것은 “충분히 돈을 줄 능력이 있는 회사에게 불법 인턴십을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된다”고 우려했다.
미시간 대학의 학생고용연구소의 필립 가드너 교수는 최근 무급 인턴에 관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회사들은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공짜로 공급받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연방법은 무급 인턴은 일정한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용주는 인턴이 하는 일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보면 안되며 인턴에게 경험적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무급 인턴에게 정규 직원이 하는 일을 대신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나 또는 사회에서도 무급 인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연방법원은 ‘폭스 서치라이트 픽쳐’ 영화사가 2010년 플름 ‘블객 스완’ 제작에 참여했던 2명의 인턴을 무급으로 고용한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또 한 인턴은 지난 17일 ‘워너 뮤직 그룹’과 ‘애틀란타 리코즈’를 상대로 2007~2008년 무급 인턴 비용을 지급해 달라는 유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폭스’사 대변인은 판결에 실망했다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다. ‘폭스’는 월스트릿 저널의 모기업인 ‘뉴스 콥’ 소유다. 워너사는 진행되는 소송을 이유로 논평은 거부했다.
올해초 뉴욕 대학의 학생들은 교내에서 무급 인턴십 모집 광고를 중단하라는 청원서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무급 인턴십은 “불법적”이며 “착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학들이 이를 중단할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미시간 스테이트의 학생고용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든 대학들이 정부와 비영리 기구 또는 단체에서 제공하는 무급 인턴십을 지지하고 있으며 84%의 대학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의 무급 인턴십 요청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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