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에 초현대식 학생 아파트 건축 붐
▶ 입학생 늘면서 대학 주거시설 부족하자 민간 개발업자들 대학타운마다 진출 호화시설로 학구적 분위기와는 거리
사기업들이 건축한 학생 아파트에는 전통적 기숙사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던 스파와 선탠 살롱, 수영장 등 시설이 갖춰져 있다.
미주리, 컬럼비아의 민간기업 학생 아파트들. 입학생이 늘면서 대학 주거시설이 부족해지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경쟁적으로 호화판 학생 아파트들을 건축하고 있다.
미주리, 컬럼비아. 올가을 2학년이 되는 미주리 대학 학생 브렌든 하일랜드(19)가 한 아파트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바닐라 라벤다 향이 나는 클럽하우스를 구경하고 비치 배구코트, 당구대와 탁구대가 갖춰진 게임 룸을 둘러보고 금요일마다 D.J. 참석 하에 수영장에서 파티가 열려 공짜 음식과 스노우 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세명의 친구들과 아파트를 보러 나섰던 브렌든은 수영장을 바라보며 서서 캠퍼스 밖 학생 아파트인 그로브에 입주하면 대학 생활이 어떨까를 상상해본다.
“거의 휴가 같을 것 같아요. 수업에 가지 않겠지요. 그렇게 될 것 같아요.”대학 타운마다 민간 기업들의 학생 아파트 건축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회사 건물 보다 돋보여야 되다 보니 인공 선탠 살롱이며 호화 수영장이 부대시설로 들어서곤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런 아파트에 살다 보면 공부는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학 내에 위치한 전통적 기숙사에는 수업할 수 있는 교실이 붙어있고, 대학 교직원이나 초빙 강사들이 머물며 학구적 토론이 전개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런 학구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환경이라기보다는 사귀고 노는 환경이라고 캠퍼스 플래닝 컨설턴트인 아서 리드스키는 말한다. 이들 오프 캠퍼스 학생 아파트는 학생 커뮤니티 분위기에서 벗어나 보다 개별적 삶의 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그는 말한다.
불경기와 부동산 시장 붕괴를 거치면서도 계속 번창해온 것은 학생 아파트 개발 사업이었다. 대학생 인구가 늘어나면서 학생 기숙사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학생 아파트 건축은 비록 5년 전의 절정기에는 못 미치지만 계속 붐을 이뤄 왔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주리, 컬럼비아에서도 학생 수는 급증하는 데 대학이 이를 감당해 내지 못하자 민간 개발업자들이 부족한 수요를 충당하게 되었다. 지난 2011년 이후 개발업자들이 건축한 학생 아파트 베드 수는 3,8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렇게 많이 지어졌는데도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신입생 인구가 계속 늘고 있으니 주거시설을 계속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입생 숫자는 지난 2007년 이후 28% 이상 증가했다.
개발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마다 아파트가 돋보이게 할 방안들을 찾고 있다. 그것이 선탠 살롱 등 온갖 호화 시설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매니큐어, 페디큐어, 얼굴 마사지를 제공하는 스파, 가상 트레이너가 갖춰진 24시간 운동 실, 바를 갖춘 옥외 풀장 등이다. 빨래가 다 되면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오는 세탁기나 건조기, 이메일을 체크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을 갖춘 곳도 있다. 올해 개장될 예정인 학생 아파트, 도메인은 골프 시뮬레이터, 비디오 게임룸, 극장 등의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도메인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컬럼비아에서 가장 큰 리조트 스타일 풀’을 자랑한다.
대학 당국은 이들 민간기업의 아파트가 캠퍼스 내 기숙사라면 당연히 갖췄을 학구적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학의 시설들은 대학 본연의 임무인 학문 연구에 비중을 두는데 반해 외부 학생 아파트에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주리 대학의 기숙사에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과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이 있다. 방문 교수들이 머물기도 하고 강사들을 초빙해 토론을 하고 과학 실험을 하기도 한다.
한편 민간기업 학생 아파트에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순전히 건물 매니저 소관이라고 텍사스, 오스틴에 본부를 둔 부동산 개발회사 애스펜 하이츠의 그렉 헨리 사장은 말한다. 애스펜 하이츠는 오는 8월 980개 침대를 갖춘 학생 아파트를 개장할 예정이다. 전국에 15개 학생 아파트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클럽하우스를 공부하기 좋은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생일 축하를 해주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도움을 주는 직원들이 상주한다고 헨리는 말한다.
대학생들이 생활하고 공부하고 쉬고 놀기에 더 나은 공간을 가져서 나쁠 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는 여건이 안락하면 학생들이 걱정할 일이 적어서 그만큼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 개발업자들은 주장한다.
다운타운 컬럼비아의 현대식 아파트에서 지난 2년간 살아온 샘 첸(22)은 이에 동의한다. 주거환경이 안락하니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이다. 그가 사는 브룩사이드에는 선탠 살롱, 바와 그릴을 갖춘 옥상 수영장이 있다. 그뿐이 아니다. 아파트마다 42인치 평면화면 TV,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기구와 화강암 주방조리대, 발코니가 있다.
일부 개발업자와 시장 분석가들 그리고 시와 대학 당국자들은 공부에 대한 우려와 별도로 여러 대학타운에서 학생 아파트가 너무 많이 세워지고 있어서 조만간 거품이 터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신축 학생 아파트들이 대학 타운의 멋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대량생산된 영혼 없는 호화건물 같은 것”이라고 최근 미주리 대학을 졸업한 미란다 메트니(23)는 말한다. 그는 브룩사이드 맞은편에 있는 176년 된 아파트, 니더메이어 빌딩에서 살고 있다. 이 빌딩 역시 허물고 현대식 고층건물을 세울 예정이었지만 랜드마크를 지키자는 대중적 반발에 부딪쳐 계획이 취소 되었다.
컬럼비아에서 현대식 학생 아파트 방세는 1인당 700달러로부터 시작된다. 그 지역 구식 건물들 방세의 두배 정도 된다. 한편 캠퍼스 내 기숙사 가격과는 비슷하다. 기숙사비는 식사 포함 1인당 월 1,000달러 정도이다.
구 건물이냐 신축 현대식 건물이냐에 따라 가격과 시설이 차이가 나니 현대식 건물에 사는 학생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생기고 있다. 현대식 건물에 사는 학생들은,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싸가지가 없다고 메트니는 말한다.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는 듯 느낀다는 것이다. 돈 많은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도 학생 시절에는 뭔가 없이 살아보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데 그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메트니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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