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시판 시작…생물체 빼곤 뭐든 카피 가능 잉크 대신 석회가루·금속·플래스틱 등 들어가 UC버클리 캠퍼스엔 자판기까지 설치돼 인기
3D 프린터 대중화시대 열리다
무엇이든 복재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신발부터 자동차까지(프린터가 크기만 하다면) 원하는 물체는 생물체 빼고는 뭐든 가능하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3차원 프린터, 즉 3D 프린터가 그것이다.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얼마 전에는 발사가 가능한 총까지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컴퓨터에 이어 인류 문명을 또 한 차례 뒤흔들어 놓을 첨단기술 개발임에 틀림이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 연두 국정연설에서“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졌다”며 3차원(3D) 프린터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스테이플스서 시판 개시미국 사무용품 업체인 스테이플스가 6월부터 3D 프린터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3D 프린터가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개발된 3D 프린터는 가격이 비싸 산업계에서만 사용해 오고 있었으나 개발사들이 소형화 일반화 기술을 개발해 박차를 가한 덕분에 가정에서도 원하는 사물을 다양하게 찍어 낼 수 있는 새 시대 프린터를 가지게 된 셈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내장된 전용 카메라로 물체 또는 설계도를 찍으면 프린터가 3차원 정보를 읽어내 그대로 찍어내는 것이 가능한 프린터다. 종이가 아니라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다.
스테이플스가 판매하는 제품은 ‘3D 시스템스’에서 제조한 ‘더 큐브’이다. 가격은 1,300달러다. 일반 컴퓨터 가격 정도여서 누구나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플래스틱 가루 등으로 3차원 사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14㎠ 크기까지 제작할 수 있고 16가지 색상이 가능하다. ‘3D 시스템스’는 그동안 복잡하고 값이 비싼 첨단기술을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게 해 3D 프린터의 민주화를 이룬 것이라고 자평했다.
뉴욕 소재 메이커봇도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2,800달러짜리 3D 프린터 ‘리플리케이터 2x’를 선보인 바 있다.
작동 원리3D 프린팅은 재료 쌓는 적층 가공방식이다. 보통 사물을 만들 때 재료 덩어리를 깎아 만드는 것을 절삭 가공이라고 한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반대다. 재료를 깎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조금씩 쌓아 올려 입체적 물건을 만든다.
가로로 1만개 이상 사물을 잘라 분석하고 아주 얇은 막(레이어라 부름)을 한 층씩 쌓아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 까지 완성한다. 이를 쾌속 조형방식이라고 부른다.
프린터가 쌓아 올리는 속도는 아직은 느리다. 시간당 2.8cm를 쌓아 올린다. 레이어의 두께는 종이 한 장보다 얇은 약 0.01~0.08mm이다. 따라서 실제 육안으로는 매끈한 곡선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계단처럼 우툴두툴한데 레이어가 얇으면 얇을수록 물체가 더 정교하고 프린터 가격도 비싸진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CES) 2013에서 큐비파이가 공개한 큐브 X는 농구공을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 1,070인치까지 가능하다.
뉴저지 주립대의 스테판 댄포스 박사는 “손으로 만들기 어렵거나 어딘가를 끊었다가 꼬아서 붙여야 하는 복잡한 모양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다”면서 “3차원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재료프린터 안에는 잉크 대신 석회가루나 금속, 고무, 플래스틱 같은 원재료가 들어 있어 이를 활용해 물건을 만들어낸다.
나일론이나 석회가루를 용기에 채운 뒤 그 위에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접착제를 뿌린다. 가루가 엉겨 붙어 굳으면 레이어 한 층이 된다.
레이어는 가루 속에 묻히면서 표면이 가루로 얇게 덮인다. 다시 프린터 헤드는 그 위로 접착제를 뿌려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설계도에 따라 이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면 레이어 수만 층이 쌓여 물건이 완성된다. 인쇄가 끝나면 프린터는 가루에 묻혀 있는 완성품을 꺼내 경화제에 담갔다가 5~10분 정도 말린다.
액체 재료 인쇄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프린터에서 사용하는 액체 재료는 빛을 받으면 고체로 굳어지는 플래스틱이다(광경화성 플래스틱). 액체 재료가 담긴 용기 위에 프린터 헤드는 설계도에 따라 빛(자외선)으로 원하는 모양을 그린다. 빛을 받으면 액체 표면이 굳어 레이어가 된다. 이런 식으로 레이어를 쌓아 올려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기원1980년대 초반 미국 3D 시스템즈 전문가들은 3차원 설계도와 똑같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플래스틱 액체를 굳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초기에는 3차원 프린터로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3차원 프린터는 신상품을 내놓으려는 회사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재료와 제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생김새와 크기는 물론 구조도 완성품과 똑같은 모델을 인쇄하면 완성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미리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을 이용한 방식은 1988년 스트라타시스에서 처음 개발했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실은 플래스틱을 길게 뽑아낸 것이다. 실타래처럼 둘둘 말아 놓았다가 한 줄을 뽑아 프린터 헤드에 달린 노즐로 내보낸다. 이때 순간적으로 강한 열(섭씨 영상 700~ 800도)을 가해 플래스틱 실을 녹인다. 프린터 헤드가 실을 녹이면서 그림을 그리면 상온에서 굳어 레이어가 된다. 프린터의 대중화는 스트라타시스사의 특허권 보호조치 만기인 20년이 지나면서 가능해졌다.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대신 커다란 덩어리를 둥근 날로 깎아 물건을 인쇄하는 프린터도 있다(컴퓨터 수치제어 조각 방식).
논란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권총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총기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집에서도 설계도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가 제작한 이 권총은 ‘리버레이터’로 불린다. 공이(firing pin)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플래스틱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속 탐지기로는 탐지가 되지 않는다.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범죄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권총의 설계도는 지난 이틀 간 10만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기존에 이와 같은 총기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 스티브 이즈리얼,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미국 내 탐지할 수 없는 무기에 관한 법에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총기를 포함시켰다. 금속 소재 등을 사용해 3D 프린팅으로 만든 무기 역시 탐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판매기까지 등장드림박스가 UC버클리 대학교 캠퍼스에 자판기 형태 3D 프린터를 설치했다.
이 대학 출신 졸업생 3명이 모여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학생들이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 총기류는 만들 수 없다.
데이빗 파스테카 드림박스 최고경영자(CEO)는 “대학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가 있었지만 사용을 위해 한 달 이상 기다려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학생들에게 유용한 장비임에도 사용에 어려움이 많아 자판기 형태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 학생이 이 자판기를 이용해 총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엄격하게 총기류 제작을 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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