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줄 설 필요없고 호화 라운지 이용 “계층 간 위화감 조성 한다” 비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VIP 입장권 소지자들이 들어가는 입구
할리웃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 방문객들이 줄 지어 서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지난 달 299달러짜리 VIP 입장권을 내놓았다. 일반 입장권은 80달러.
특별대우일반 입장권보다 몇 배 비싼 VIP 입장권 등장
놀이공원은 전통적으로 멜팅팟의 전형이었다. 여행객들, 은퇴자들, 시끄러운 틴에이저들, 가족들 그리고 골프 치러 가기를 더 원했을 아빠들 등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뒤섞여서 평등주의를 체험하는 곳이 바로 놀이공원이었다. 디즈니랜드를 가든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손에 손에 솜사탕을 들고 먹는 것이 놀이공원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바뀌고 있다.
비행기 여행에서부터 브로드웨이 쇼, 건강 보험에 이르기까지 부유층이냐 서민이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근년 놀이공원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 타려고 줄을 서야하는 계층이 있는 가하면 줄 같은 건 서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 있다. 일반 입장권 보다 몇 배 더 돈을 내는 사람들은 특별 대접을 받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할리웃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하루 입장권이 299달러인 VIP 티켓이 등장했다. 여름 성수기를 코 앞에 앞두고 선보인 VIP 티켓은 발레 파킹, 호화로운 라운지에서의 아침식사가 포함되고 일반 방문객들은 구경 못하는 스튜디오 뒤쪽 구역들을 찾아가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할 특권과 최고급 점심식사가 포함된다.
VIP 입장권을 가진 방문객은 또 민트와 ‘주라식 공원’ 물놀이 기구 탈 때 필요한 판초 그리고 손 세정제 등이 담긴 증정품 가방도 받게 된다.
디즈니는 아직 VIP 입장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모두가 똑같이 줄을 서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가격차등제를 통해 특별대접이 가능한 티켓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할리웃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마케팅 및 세일즈 담당 시오마라 와일리 부사장은 말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일반 입장권은 80달러, VIP 대우에는 못 미치지만 부분적으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우대 입장권은 149달러이다.
똑같은 놀이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다른 대접을 받는 데 대해 이견이 없을 수 없다. ‘유니버설을 점령하라’ 같은 운동이 생겨난 건 물론 아니지만 놀이공원 측이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해 즐거움을 망칠 수 있다는 방문객들이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갈라놓으니 기분이 상한다”고 로빈 맥콰이라는 교사는 말한다. 놀이공원의 열렬한 팬인 그는 “줄 서지 않아도 되는 VIP 입장권을 살 여유가 없으니 당신은 실패자”라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의 어느 날. 트램을 타기 위해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놀이공원의 풍경이다. 관광객들은 잡담을 하느라 시끌시끌하고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엄마에게 칭얼대고.
놀이공원 자체는 즐기지만 사람들 많은 것이 딱 질색인 사람들은 비수기를 택해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대대적 선전을 하고, 새로운 시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게다가 경제가 나아지면서 지금은 비수기가 없다. 연중 방문객들이 넘친다.
미국 내의 3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은 연인원은 지난해 거의 2,000만명에 달했다. 2010년 이후 19%가 늘어난 수치이다. 월트 디즈니월드의 매직 킹덤은 최근 41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회사 사장인 마크 리버는 “유니버설에 VIP 입장권이 없었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냥 줄을 서서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가책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놀이공원 업계는 큰 투자 없이 수익을 늘릴 방안을 찾고 있다. 매년 여름마다 새로운 시설을 선보이자면 엄청난 돈이 든다. 지난 2012년 순익 9억5,3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의 이윤을 남겼던 NBC 유니버설은 내년까지 할리웃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새로운 볼거리나 놀이기구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 현재로서는 VIP 입장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비를 들여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된다.
이전에 나온 우대 입장권에는 점심식사나 라운지 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줄을 좀 덜 서도 되는 우대 입장권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격과 격을 한층 높인 VIP 입장권을 만들게 되었다고 와일리 부사장은 말한다.
이런 티켓이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리라는 우려에 대해 유니버설 측은 아직 그런 불평은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편 디즈니는 유토피아 이미지를 망칠 까 두려워 동일 가격 입장권 정책을 고수한다. 디즈니에도 VIP 안내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격을 엄청 높게 책정해 수요를 제한한다. 이 서비스는 시간당 최고 380달러로 최소한 6시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부자가 아니면 VIP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디즈니 방문객들 중에도 특별한 대우를 허용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뉴욕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맨해턴의 몇몇 부모들이 전혀 모르는 장애인에게 하루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가족인양 행세하며 디즈니 월드를 방문했다. 장애인이 있으면 그 그룹 전체가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디즈니는 가격을 높여 특별 입장을 가능하게 하는 VIP 티켓 발급 계획이 없다고 밝힌다. 하지만 놀이공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언제 우대 티켓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업계 분석가들은 말한다.
최근 VIP 입장권으로 할리웃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한 알랜 플로트킨은 대 만족이라고 했다.
“비싸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많은 걸 구경했어요. 그리고 안내원은 정말로 정중하게 우리를 대해줬어요.”그는 특히 유니버설의 소도구와 의상 샵들을 자세히 둘러 볼 수 있었던 것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펜실베니아에서 온 플로트킨과 그의 아내는 9명으로 구성된 VIP 그룹의 일원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체험했다. 그룹은 일반 대중과 가능한 한 섞이지 않으며 관광을 했고, 외부와 차단된 조용한 식당에서 새우요리, 뉴질랜드 홍합요리, 뉴욕 안심 스테이크 등이 차려진 뷔페로 점심 식사를 했다. 밖에서는 일반 입장권 가진 사람들이 벅적벅적 소란한 가운데 햄버거를 사느라 길게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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