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투자사들 침체지역 대상 집중 매입
▶ 지난해 수십억달러 쏟아 부으며 전국 곳곳에서 동네 전체를 사들여
리버사이드의 부동산 중개인인 조 쿠서나모. 최근의 부동산 거래는 주로 대형 투자사들에 의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월스트릿의 큰 손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형 투자회사들이 미전국의 부동산 침체 지역을 대상으로 엄청난 물량의 주택들을 사들이고 있다. 블랙스톤의 경우 9개 주에서 2만6,000채의 집을 매입했다. 투자사들이 한동네를 거의 통째로 사들이는 수준이다. 이들 거대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주택시장이 최근 갑자기 뜨거워졌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을 달군 바이어들은 대부분 일반인들이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큰손들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월스트릿 거대 기업들이다.
미 전국에서 주택시장이 특별히 침체된 지역들을 대상으로 대형 투자사들이 싹쓸이 매입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쏟아 부은 돈은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액수가 유입되고 그에 따라 주택가격이 마구 뛰면서 일반 구매자들은 밀려나는 분위기이다. 이들 거대자본 유입이 중단되면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주택시장 성장 배경에는 기관 투자가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주택가격이 뛰어오르고 있지만 그 중 진짜 시장 수요를 반영하는 것은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릿은 지난 주택 붐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주택 모기지 융자를 쉽게 함으로써 부동산 붐을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주택 매입으로 부동산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랙스톤 그룹 같은 투자회사들이 금융위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에서 한꺼번에 수천 채씩 집을 사들이고 있다.
LA에 본부를 둔 투자회사인 콜로니 캐피털은 매달 2억5,000만달러씩 지출해서 이미 1만채의 건물을 사들였다. 소리 소문 없이 대규모로 집을 사들인 이들 기업은 사들인 집을 대개 임대하고 있다. 그러다가 가격이 충분히 상승해 이윤을 남길 만하다 싶으면 처분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투자사는 아직 건강한 부동산 시장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전국 곳곳의 부동산 침체 지역에서 대규모로 집을 사들이는 큰손들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이들 지역 집값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이런 가격 인상이 전국적 주택가 상승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릿의 투자가 주택시장을 되살릴 시장 주도적 해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인들은 살 수도 없고 사지도 않을 황폐한 집들을 투자사들이 마구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수리가 필요한 집들 중 미 전국에서 지난 4월에 팔린 것의 68%는 투자가들이 산 것이었다. 첫 주택구매자가 산 것은 19%에 불과하다. 대규모 투자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보다 광범위한 시장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투자사가 이번 주택시장의 안정에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될 것이라고 그린 스트릿 자문회사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브 브래그는 말한다. 몇몇 핵심 시장에서는 실제로 회복에 기여를 하기도 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기는 해도 실제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부동산 중개인인 조 쿠서마노는 최근 몇 달 동안 그가 한 중개업무의 90%는 블랙스톤 산하 회사인 인비테이션 홈스 등 기업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주택 가치는 지난해 15%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서마노는 투자가들이 현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매입한 집들을 제대로 관리할 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인비테이션 홈스는 사들인 부동산 관리를 위해 기꺼이 돈을 들이고 있지만 다른 투자사들도 그렇게 할지 그는 확신이 없다. 그리고 투자가들이 필시 언젠가는 집을 팔기 시작할 텐데 그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를 표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집의 가치가 너무 빨리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겁이 나는 것이지요.”투자가들이 주택들을 사들이고 임대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집주인들은 거의 그 지역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거대 투자기업들이 쿠서나모 같은 중개인을 통해 동네 전체를 사들이곤 한다.
앞으로의 잠재적 위기를 보여주는 징조로 투자기업들 중 일부는 이미 투자 부동산들을 현금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는 지역들을 보면 단독 주택의 가격이 그 지역 경제 성장률을 넘어서며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대형 투자사들이 부동산들을 팔기 시작하면 가격은 다시 주춤하거나 거꾸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고, 집값이 이처럼 빠르게 뛰어오를 만큼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위험한 징조이다.
최근 가격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주택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리버사이드에서 주택 가격은 최고 기록을 세웠던 지난 2006년에 비해 아직도 40% 이상 낮다.
일부지역의 부동산 투자 과열현상에도 불구, 부동산 붐이 시장 붕괴로 이어진 지난 2008년 사태 같은 위험 요소는 없다. 최근의 투자 그룹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심각한 부채를 떠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투자사는 부동산 가치가 조금 오르내린다고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형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매입한 부동산을 앞으로 수년간 임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블랙스톤 산하 인비테이션 홈스는 매입한 부동산 관리를 위해 전국에 14개 사무실을 열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회사들은 급성장한 시장에서 이미 빠져나오고 있다. 피닉스의 경우, 전체 매매 중 투자사들의 주택 매입 비율은 지난여름 36%로 최고조에 이르다가 지난 3월 25% 선으로 떨어졌다. 이들 투자자는 대신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같은 다른 지역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모든 추세로 인해 어려워진 것은 일반 주택매입자들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수리하고 살만한 값싼 집을 구하고 있는 제프 마틴(58)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15개 집에 오퍼를 넣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투자사들이 전액 현금 오퍼를 넣는 바람에 그는 매번 밀려났다.
쿠서마노에 의하면 리버사이드 지역에서 투자사들의 매입은 줄어들고 있다. 그의 부동산 중개사는 지난 2월 8건의 매매를 성사시켰지만 5월에는 3건에 그쳤다. 그럼에도 주택 시장의 전반적 열기는 여전하다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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