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하마·버뮤다 등 대표적, 기업들 탈세 목적 특수법인 세워 최근 대규모 `명단’ 유출 파장… 각국 세금환수 절호의 기회
미국과 한국 등 세계 각국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부터 유명 정치인, 연예인 등 연일 명단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세인들의 관심은 이에 집중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돈들이 숨겨져 있는 조세피난처를 알아봤다.
■ 조세피난처란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는 조세피난처의 핵심은 낮은 세율과 비밀주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리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이런 혜택을 받은 이들이 누구인지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 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천국’(Tax Paradise), 홍콩,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피난처’(Tax Shelter)로 부른다.
역외탈세는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철저하게 금융 비밀주의를 보장하는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 법인(SPC) 등을 세운 뒤 자금을 반출시켜 세금과 금융규제를 효율적으로 피하기 위해서다.
■ 역사
부자들이 조세당국과 숨바꼭질을 해온 역사는 뿌리 깊다.
고대 그리스에서 무역상들은 외국산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려고 주변 섬을 이용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럽의 각국 정부가 전쟁비용을 마련하고자 급격한 증세를 하면서 조세피난처가 본격적인 탈세의 온상이 됐다.
국제화 흐름에 맞물려 세금추적을 피하는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OECD는 2000년 파나마,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35개국을 교역 및 투자위험 지역인 ‘비협조적 조세피난처’ 명단에 올려 탈세와의 전쟁에 나섰다. 2009년에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제도 등 42개국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비협조적 조세피난처 지정에서 해제되려면 OECD 정보교환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
■ 왜 다시 불거졌나
조세피난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각국이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는 역외(offshore) 금융업으로 잘 알려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서 내부기록 수백만건이 누출되면서 해외에 재산을 은닉해 오던 전 세계 부자들 수천명의 신상이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명단이 확보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를 주도한 것은 미국 워싱턴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가디언 등 국제 미디어들이다. 이 기관들은 서로 협력해 명단과 위치를 발굴해 냈고, 이를 각기 나라별 하나 둘씩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각국 정부들은 경제침체로 인한 재정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역외탈세자들을 잡아내 세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 때문에 각국 정부의 국세청들은 상호 정보교환 등을 강화하며, 공개된 사람들의 탈루 의혹을 강력히 파헤치고 있다.
■ 조세피난처에는 얼마가 숨어 있을까
이를 조사하거나 연구하는 기관마다 액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1조달러에서 30조달러 등 규모가 너무 다르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곳이어서 실제 파악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정확한 규모 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게 맞는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청난 액수란 사실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전 세계 부자들이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금액이 최소 18조5,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로 인한 세금 손실액이 1,56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크레딧 스위스 글로벌 웰스 데이터북이 추산한 전 세계 순 금융자산 94조7,000억달러 가운데 19.5%가 조세피난처에 있다고 추정했다. 케빈 루셀 옥스팜 필수공익사업 부문 대표는 “그렇게 많은 돈이 세금이 매겨지지 않은 채 있다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라면서 1,560억달러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 1달러25센트의 극빈곤선을 넘어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전세 계 은닉재산의 3분의 2인 약 12조달러가 룩셈부르크 같은 유럽의 조세피난처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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