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소풍 나온 겁니까?”
윤창중 사건이 터진 후 만난 한 한인 경찰관의 첫마디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과정에서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윤 대변인의 인턴 여성 성추행 의혹만을 개탄한 게 아니다. 그의 눈에 한국 대통령 방미단과 주미 한국대사관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은 소풍 나온 이들 수준밖에 안돼 보인 것이다.
한 개인의 부도덕함에 쏟아진 질타에 파묻혔지만 정작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구멍 난 보안 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첫째, 윤 대변인은 근무지 이탈을 대수롭지 않게 저질렀다. 그는 숙소인 DC의 페어팩스 호텔을 승용차로 10분 이상 벗어나 여성 인턴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호텔 바에서 나온 후 몇 시간의 행적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 해외순방 매뉴얼에는 수행원들의 야간 단독 행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는 이 보안지침을 무시했다. 대통령 경호실도 주요 수행원 인적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만약 외국 국가 정보기관이나 테러조직에서 만취한 그를 납치하는 일이라도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끔찍한 상상이다.
둘째, 인턴 여성에게 자신의 호텔 방의 열쇠를 맡긴 점도 납득할 수 없는 점이다. 대변인에게는 박 대통령의 연설 원고나 참석하는 일정 및 장소, 이동 동선 등의 상세정보가 담긴 자료가 제공된다. 그의 호텔 방 자체가 중요한 보안구역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변인은 인턴에게 스스럼없이 키를 넘겨주었다. 물론 해당 인턴은 관계없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대통령의 경호에는 심각한 허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외국 정보기관에서 그 틈을 노렸다면 기밀은 쉽게 그들의 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셋째, 근본적으로는 미 시민권자들을 한국 대통령 방미행사에 투입시킨 점이다. 주미대사관은 과거부터 대통령 방미행사마다 인턴직원과 운전기사 등 동포인력들을 보조요원으로 활용해왔다.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어와 지리에 능숙한 현지 직원들을 임시로 채용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현지 동포인력이 대다수 미 시민권자라는 데 있다. 그들은 동포이기 전에 미국의 시민이다. 만에 하나 기밀 누설 같은 씨큐리티 문제 등이 발생하면 한국과 미국의 갈등도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참에 주미 대사관은 인턴 채용기준을 재고해야 한다. 적어도 주요 업무 직책에서라도 영주권자 등 한국 국적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윤창중 대변인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원수의 해외순방 시스템과 현지 공관의 보안 인식의 맨살을 드러낸 사건이다.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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