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 간 분쟁 없게 돈독한 가족관계가 형성 우선 ‘뜻밖 횡재’에 대처할 수 있는 나이·책임감도 고려
‘자녀에 유산상속’ 어떻게 준비할까
자녀들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면 좋겠지만 물려받은 재산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걱정도 해야 한다. 옛 속담에도 부자가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만큼 세대를 거듭하며 부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물려받아 흥청망청 써버리거나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할 수도 있고 술과 여흥으로 재산을 탕진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자녀들에게 유산에 대한 개념을 조금씩 그리고 올바르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의 입장에서 자녀들과 돈 이야기하는 것만큼 거북한 대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유산에 관한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부모는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못해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부모는 유산을 준다고 말을 했다가 자녀들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산 문제를 숨기거나 피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자녀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자녀들이 유산 관리에 대해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부모가 죽은 후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자녀들에게 유산과 관련된 올바른 교육법을 소개했다.
단계적으로 하라
부모가 자녀에게 유산 상속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때를 기다려 단계적으로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우애, 가족의 가치, 분배 유산의 정도, 그리고 상속자들의 나이 정도 등을 살펴보고 그 시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유산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이해도 못할 것이고 형제간의 우애가 좋지 않은 자녀에게 유산은 싸움의 근원이 될 수 있다.
LA ‘벨가든에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토드 모간 수석 관리이사는 수천만 달러의 유산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14살짜리가 유산 상속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당황해 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족관부터 확고히 하라는 것이다.
자칫 돈이 가족보다 앞서게 되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족 내 일정한 행동 규칙을 만들고 가족 모임을 정규적으로 가지면서 돈에 앞서 가족관을 돈독하게 하라는 것이다.
또 부모의 재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룩됐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패사디나 유산상속 연구소의 빅터 프레이저 이사장은 이런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녀들에게 부모가 모아온 재산이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규적인 모임만으로 유산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US뱅콥 산하 US뱅크의 크리스텐 암스트롱 수석 재산 상담가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학교 친구들이 그러는데 우리가 부자래. 정말이야?”라고 말한다면 그때가 바로 자녀들과 돈과 감사, 그리고 책임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들에게 “맞아 우리는 다소간의 돈이라는 축복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자야. 하지만 돈 보다도 화목한 가족이라는 면에서 더 부유하게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부유함 보다는 올바른 가족관부터 심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전문가들은 자녀들에게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에 대한 책임감, 사고방식, 어른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지의 능력, 그리고 뜻밖의 횡재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알라모의 재산 관리회사인 델몬테 그룹의 리차드 델 몬테 대표는 자녀들에게 빈 수표를 주고 실제 받게 될 유산과 엇비슷한 액수를 상상해 보도록 한 다음, 오늘 당장 그 돈을 받는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를 말해 보라고 질문해 그 대답을 분석하면 자녀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페라리를 사겠다 또는 비행기를 구입하겠다고 말하는 자녀들의 대답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를 모른다”며 이런 자녀들에게 부모의 유산은 일확천금 같은 것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관리 능력 키우기
자녀들이 대략 10살쯤 되었을 때부터 부모들이 자녀 이름으로 저금통장을 만들어주고,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방법도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델몬트 자문관은 상속 자녀들이 10대 또는 20대 초반의 성숙 정도에 따라 ‘가족 예금’을 만들어 주어진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알려 주면서 재정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라고 말했다.
노동의 신성함 인식 시켜라
유산을 받은 많은 자녀들이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유산만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뉴욕의 리녹스 자문사의 토마스 헨스키 공동 대표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유산을 가지고 좋은 사업을 펼쳐가기를 바란다”면서 “자녀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S 뱅크의 암스토롱 상담가는 자녀들에게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은 유산으로 물려주겠지만 비즈니스는 팔아서 자선기관에 넘길 것이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혹시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을 믿고 공부를 등한시 하거나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두고 유산만 바라보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돈 물려주고 자식 망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재산이라는 것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는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음을 인식시켜 주고 자녀들이 항상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유산상속 준비과정
유산상속 자문회사인 ‘셰어 세이브 스펜드’의 나산 던간은 유산 상속에 앞서 준비해야 할 과정을 소개했다.
1.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족과 돈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2. 항목별로 단·중기 목표를 세운다.
3.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고 책임과 기회 관리 요령을 익히도록 한다.
4. 파트타임 직업을 구하게 하고 노동의 귀중함을 경험하도록 한다.
5. 크레딧 점수나 크레딧 보고서 관리하는 방법을 익혀준다.
6. 결혼한 자녀라면 배우자를 동반한 가족회의를 자주 갖고 돈의 진정한 목표를 토론해 본다.
7. 자녀들에게 재산 관리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심어준다.
8. 재산이 많은 때는 전문가를 고용해 투자, 관리 등의 방법으로 익혀준다.
9. 부동산 전문 변호사등과 상의하고 유언장과 트러스트 등 노년을 대비한 준비를 해둔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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