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노선 통합으로 경쟁사 없어져‘부르는게 값’ 일부 노선 요금 50% 치솟아도“그냥 탈 수 밖에” 틈새시장 노린 저가 항공사 가세에 한가닥 기대
유가 인상과 불경기로 인한 항공사들 간의 합병이 고객들에게는 가격 인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결과로 다가 오고 있다.
소비자 울리는 ‘불편한 진실’불경기인데도 항공료는 꾸준히 올라갔다. 불경기에 기름 값까지 오르는 열악한 상황에서 항공료를 올려야 살아남는다는 자구책인줄로만 알았더니 사실은 항공료 인상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항공사간 합병이다. 노선 경쟁을 벌이는 항공사끼리 회사를 합쳐 중복 노선을 없애버리면 노선 운행 편수가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져 항공사들의 가격인상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남기지만 고객은 그 이윤 창출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요즘 오름세를 지속하는 항공료가 합병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노선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없어져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다. 대도시를 연결하는 일부 노선의 항공료는 40~50% 치솟고 있고 앞으로도 인상 속도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US에어웨이스가 합병 협상이 한창이지만 이로 인한 항공료 인상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시카고-휴스턴 57% 인상시카고와 휴스턴 노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콘티넨탈 항공사가 2010년 유나이티드로 합병되면서 2012년 9월말 항공료는 3년 전에 비해 57%나 인상됐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다른 국내선 노선 평균 인상률은 1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대폭적인 인상이 아닐 수 없다. 휴스턴 부시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공항를 연결하는 노선에서 유나이티드의 승객 점유율은 79%에 달한다.
유나이티드는 또 일부 주요 노선에서도 항공료를 크게 올렸다. 유나이티드의 15개 주요 터미널과 콘티넨탈의 12개 주요 터미널 노선에서 대부분 평균 이상의 항공료가 인상됐다. 덴버와 휴스턴 부시 공항 노선은 57%가 올랐고 뉴왁-샌프란시스코 노선은 3년 사이 50%나 올렸다.
노스웨스트 항공사를 2008년 인수한 델타 에어라인과 2011년 에어트랜 에어웨이스를 인수한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도 역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미 합병된 델타-노스웨스트노선에서도 비슷한 가격인상을 보였다.
델타의 3개 주요 터미널과 노스웨스트의 7개 주요 터미널을 연결하는 9개 노선에서도 평균 이상의 항공료가 인상됐다. 가장 비중이 낮은 노선인 신시내티-멤피스 노선은 무려 66%나 올라 가장 큰 인상폭을 기록했고 이용객이 많은 노선은 40%에 육박하는 요금 인상이 단행됐다.
반면 경쟁관계의 저가 항공인 애틀랜타의 에어트랜은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고객 부담만 늘어아메리칸과 US에어웨이스가 합병되면 두 항공사가 동시에 운행했던 일부 노선의 고객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연방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마이애미-필라델피아간 노선 이용객의 54%가 US에어웨이스를 이용했으며 44%는 아메리칸이다. 이는 다른 항공사들이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한 두 항공사가 합병되면 98%의 고객 점유율을 차지해 거의 독점 노선 같이 운행 된다는 말이다.
지난 3월19일 두 항공사 합병을 놓고 열린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비영리단체 ‘미국 반독과점연구소’의 다이애나 모쓰 이사는 “델타와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와 콘티넨탈 합병이 주요 노선의 경쟁을 없애버렸다”면서 “대부분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졌고 항공료가 하락한 노선을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델타 항공사의 앤소니 블랙 대변인은 “두 항공사가 장악했던 많은 노선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경유 노선이 추가 되면서 자동으로 늘어났다”면서 “수요가 많아지면 항공료는 따라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고 해명했다.
아메리칸과 합병을 시도하는 US 에어웨이스는 이에 대한 커멘트를 거부했지만 두 항공사 경영진들은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항공료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항공사가 합병되면 경쟁 관계인 유나이티드나 델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선을 더 확정 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합병하려는 두 항공사가 지배하는 노선은 사우스웨스트가 우회 노선을 제공하고 있어 독점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S 에어웨이스의 더글라스 파커 CEO는 두 회사의 900개 국내 노선 중 중복되는 노선은 불과 12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저가 항공사 틈새 시장 노려US에어웨이스는 필라델피아, 아메리칸은 달라스 포트워스가 주요 터미널이다. 현재 양 항공사는 이들 지역을 잇는 노선의 승객 점유율은 92.44%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저가항공사인 스피릿 항공사가 이 독점 노선에 뛰어들어 틈새시장을 누비고 있다. 스피릿 항공사는 이 노선의 항공료가 상당히 비싸 두 항공사가 합병을 발표하기 이전인 지난해부터 틈새 시장을 노려 뛰어들었다면서 합병 후 얼마나 항공료를 더 올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2009년 3분기부터 2012년 3분까지 3년 동안 델타 항공사는 마일당 거의 33%의 요금을 인상했다. 아메리칸 항공사도 국내선 가격이 항공사에서 쓰는 용어로 ‘실수단가’가 23%가 올랐고 US에어웨이는 20% 증가했다.
수화물 2개까지는 요금을 물리지 않는 사우스웨스트도 경쟁사보다도 더 빠르게 가격인상을 하고 있으며 이기간중 벌어들인 실수단가는 35% 넘게 올랐다. 이같은 수익률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서 상당히 큰 수치이다.
합병은 자구책사실 항공료는 불경기동안 크게 떨어졌었고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자구책으로 경쟁관계의 항공사끼리 합병을 추진하거나 챕터 11을 신청(아메리칸 항공사)해 재무 재조정을 하기도 했다.
월스트릿의 제이미 베이커 분석가는 지난주 한 보고서에서 합병이 꼭 가격 인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수입면으로 본다면 그동안 아메리칸 웨스트, 노스웨스트, 콘티넨탈, 에어트랜과 같은 항공사가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