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물가격 오르면서 토지시세 껑충… 수년 새 두 배 상승
▶ 대형 투자사들까지 농지매입 적극 나서 농업 부채액 크게 늘어 수천억달러 달해 곡물가격 급락 시 거품 붕괴 우려 고조
미시간 주 감자밭에서부터 캔사스 주 평원에 이르기까지 농지를 내놓는 농부들은 기록적인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과 은행 감독관계자들은 현재의 열풍은 이전에 그랬듯 아주 나쁜 결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중부 전역에 걸쳐 농지가격은 치솟고 있다. 반복되는 농업의 성쇠 사이클을 경험해 온 네브라스카 주 와코와 아이오와 주 치커소 같은 지역의 경우 일부 농부들은 현금화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받겠다며 수세대에 걸쳐 가꿔온 자신들의 농지를 팔고 있다.
이런 열풍 뒤에는 농업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옥수수의 경우 해외 수요증가와 에타놀에 따른 국내수요 상승으로 계속 가격이 올라왔다. 높은 가격은 농부들에게 높은 수익을 의미한다. 농부들은 늘어난 수입을 농지를 더 사들이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는 투자회사들도 농지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캔사스 주 오스칼루사의 데이빗 테일러는 자신의 가족이 경작해 온 땅을 팔아 슬프지만 거부하기엔 가격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가족은 4대에 걸쳐 146에이커의 농지에서 옥수수와 콩을 경작해 왔다. 하지만 1980년대 농지가 폭락을 불러온 중서부 농업 위기를 겪은 후, 또 자신의 자녀들이 가업을 이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곤 지난 12월 자신의 땅을 팔았다. 금년 59세인 테일러는 “땅을 판 후 어린아이처럼 울었다”고 말했다. 곡물을 생산하던 땅은 에이커 당 1만100달러에 팔렸다.
아이오와에서는 지난 해 가뭄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농지 가격이 거의 두 배나 뛰었다. 현재 에이커 당 가격은 8,296달러로 토지 투기 붐이 절정에 달했던 1979년 최고치를 뛰어넘는 액수이다. 네브라스카의 경우에도 관개시설이 있는 농지의 가격이 2009년 이후 2배나 올랐다.
하지만 옥수수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농지가의 하락도 불가피하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에타놀 열기가 식으면서 더욱 그럴 것으로 전망한다. 농부들은 농지 추가 구입을 위해 돈을 거의 빌리지 않고 현금 매입을 하고 있지만 돈을 빌려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농지를 확장한 농부들은 채무상환을 하지 못함으로써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농업관리학 전문가인 마이클 더피 교수는 “지금까지처럼 계속 농지가격이 오를 수는 없다. 곤경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셸 당 7달러인 옥수수 가격이 4달러50센트로 떨어지면 농지가격은 최대 25%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농지가격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시장 붕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농부들과 농업 커뮤니티,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은행들과 규제 관계자들을 위한 심포지엄을 텍사스 주 알링턴에서 열었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농장에 모든 것을 걸지 마라 : 미국 농지가격 투자열기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저리융자를 확대해 왔다.
전국 농부들이 안고 있는 부채는 2007년 이후 거의 30%나 늘었다. 올해 현재 액수는 2,774억달러이다. 이 부채의 대부분은 상업은행들과 농업신용조합, 그리고 농업서비스국에 의한 대출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액수가 몬산토 같은 거대기업이나 존 디어 같은 농기구 기업들에 의한 대출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실제 부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전국적인 데이터는 부채지수가 급속히 상승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농업 부채가 1980년대 농업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캔사스 주 농업관리위원회가 주내 1,300개 이상 농장을 대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2011년 말 25.5%까지 올라 1979년 수준을 약간 더 넘어섰다는 것이다.
일부 농부들은 이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다. 중부지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파산케이스는 미시간 주 디캐터의 스탬프 팜스 파산일 것이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마이클 스탬프(37)는 자신의 농장을 옥수수와 콩을 경작하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키워냈다. 지난 11월 그는 농업잡지인 톱 프로듀서에 커버스토리로 다뤄졌다. 이 잡지는 스탬프를 대단히 뛰어난 농장 기업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기사에 딸린 비디오 클립을 통해 “수많은 은행들이 조롱하면서 나를 그들의 사무실에서 몰아냈다”며 “과연 지금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달이 끝나기도 전에 스탬프는 파산을 신청했다. 그의 빚은 총 9,400만달러에 달한다. 그 전 해에 웰스파고로부터 받은 6,300만달러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200명이 넘는 채권자들에게 진 빚도 엄청나다. 존 디어에 진 빚은 190만달러이고 몬산토에서 받은 돈은 무려 390만달러이다.
웰스파고 은행은 스탬프가 자신의 농장 크기를 속였다며 사기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탬프의 파산케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개인 변호사는 은행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스탬프 농장에 토지를 리스해 주었던 톰 저던은 “지난 가을 옥수수가 여전히 푸릇하고 그가 그것을 따겠다면서 밭에 나갔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탬프가 조속한 현금화를 위해 옥수수를 추수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금융 감독기관은 농장 부채는 수많은 업체들과 공급업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캔사스 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오마하 지점 부행장인 제이슨 헨더슨은 “우리는 이런 정보에 눈이 너무 어둡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런 가운데서도 큰 손들은 농지 거래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11월 스위스의 대형은행인 UBS 산하 투자부서는 위스컨신의 농지 9,800에이커를 6,800만달러에 매입했다. 또 금융서비스 기업인 TIAA-CREF은 40억달러의 펀드를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600개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 있다.
하지만 큰 손들은 농지가격이 치솟으면서 좋은 매물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지난 2006년 중서부지역으로 돌아온 숀다 워너는 “아직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갈수록 터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 땅을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 에퀴티 회사를 시작한 그녀는 농지를 구입해 농부들에게 렌트해 주고 있다. 농지 가격이 오르면서 렌트 또한 올랐다. 그러나 워너는 옥수수가 가격이 떨어져 농부들이 렌트를 못 내게 되는 상황이 걱정이다. “그러면 TV세트라도 빼앗아 오란 말인가”라며 워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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