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한인 강대옥(93)씨는 거동이 불편해지자 틈틈이 고향인 전라남도 영광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지난해 그림놀이반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배웠고, 이후 혼자 그림을 그리며 향수를 달랬다. 그러나 그의 그림솜씨는 미술 치료 프로그램에 사용할 정도였으며 제1회 코람 미술전시회에도 당당히 초청될 수준이었다.
강씨의 그림솜씨는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에 의해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딸 효순(58)씨에게도 전파됐다. 아버지가 그림을 시작한 것은 물론 심지어 잘 그리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던 딸은 깜짝 놀랐다.
1981년 태평양을 건넌 그는 세탁업을 하며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팍팍한 이민생활에도 틈틈이 수필을 썼고, ‘대한문학’으로 등단해 2005년 수필집 ‘별 속에 숨은 사람’을 펴내기도 한 작가다.
효순씨는 구순이 넘어서도 뭔가 시작하고 마음과 정성을 쏟아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자신의 수필집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을 삽화로 사용하기로 했다.
첫 수필집을 내고 나서 꾸준히 써왔던 글 가운데 고향, 노인, 부모를 주제로 한 작품 87편을 모았다. 그리고 펜으로 그린 아버지의 작품을 받아 수필집에 삽화로 넣었다. 부녀가 합작해 만든 수필집 ‘복사꽃 수다’(대한북스 출판)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책에는 ‘맞꼭지각의 관계’ ‘난해한 여자의 마음’ ‘91세의 처음 찾은 일’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 ‘복사꽃 수다’ ‘지나야 할 과정’ ‘시와 그림’ 등 생활 속에서 성찰한 인생 교훈과 다채로운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가족에게 사랑을 다 퍼주고 난 뒤 쓸쓸히 노년을 보내는 아버지의 일상을 담은 글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효순씨는 “집은 아니지만, 책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면서 “이 책이 세상에 나가서 약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부모님을 마음껏 섬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자녀와 함께했으면 한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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