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 피난처로 홍보 나선 푸에르토리코
▶ 1년에 183일만 살면 합법적 주민 이주 이전 자산에 대해 소득세 면제
새하얀 모래사장과 럼으로 유명한 푸에르토리코가 조세 피난처로 이름을 높이려 애를 쓰고 있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지난해부터 공격적 세제 특혜를 도입, 미 본토의 백만장자, 억만장자들을 섬으로 이주하게 만들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세금이 너무 많아 불만인 헤지펀드 매니저, 기업 중역 등 부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할 길을 제시함으로써 제2의 싱가폴이나 스위스가 되려는 구상이다
푸에르토리코의 전략은 아직 소수의 백만장자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회사의 중역들이 미 본토에서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했고 추가로 40명 정도가 이주 신청을 했다.
뉴욕 소재 부동산 투자 기업인 카리비안 프로퍼티 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배리 브리만은 아내와 함께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할 예정이라며 연간 세금 절약이 ‘최소한 여섯자리 숫자’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이미 푸에르토리코에 상당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백만장자들이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푸에르토리코 관리들이 정말로 바라는 것은 존 폴슨 같은 억만장자의 이주이다. 이달 초 블룸버그 뉴스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슨이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었다.
이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자 폴슨은 이주할 계획이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57세의 뉴요커인 폴슨가 이주를 잠깐 고려했었다고 지인 2명은 밝혔다.)
폴슨이 아니라면 누구든 미 본토의 부자들이 왔으면 싶은 것이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리들과 부동산 중개인들이 바라는 것이다. 제2의 싱가폴이나 아일랜드가 되어서 조세 피난처로 인기를 얻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스위스나 다른 조세 피난처들과는 달리 푸에르토리코는 미 자치령 섬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1년에 183일 보트나 요트 타고 일하면서 지낸들 뭐가 잘못인가”라고 푸에르토리코의 경제개발 상무부의 알베르토 바코 바게 장관은 말한다. 소득세를 합법적으로, 아주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면하게 해줌으로써 아일랜드와 싱가폴을 따라 잡겠다는 것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연방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의 합법적 거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연간 183일만 이 섬에 거주하면 된다.
푸에르토리코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 특전을 종종 이용해왔다. 푸에르토리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200달러로 미 본토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미시시피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푸에르토리코는 앞서 미국의 제조회사들이 푸에르토리코에서 제조업으로 번 이윤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었다. 하지만 연방의회가 이를 납세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밝히면서 지난 2006년 폐지되었다.
이번에 새로 실시되는 세금 특전은 제조업이 아닌 금융, 법률 등의 서비스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자나 주식 배당 수익에 대한 세율을 33%에서 0%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주 수익원인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을 10%에서 0%로 깎았다.
이런 조치는 기존의 연방세금 특혜와 잘 맞아 떨어진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주민들은 연방소득 보고를 하기는 하지만 이주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 15%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푸에르토리코 주민으로 10년 이상을 살다가 팔 경우 자본이득세가 없다.
경제개발 담당관인 바코는 이런 세금 특전을 널리 홍보해 금융 및 법무회사들, 그리고 부자들을 푸에르토리코로 유치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미동부에서 로드 쇼를 계획 중이다.
푸에르토리코의 세제 특혜는 플로리다에 비해 훨씬 공격적이다. 플로리다는 일상적 소득에 대해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최근 플로리다, 팜비치의 한 비즈니스 개발그룹은 북동부에서 날아온 중역 10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접대와 안내를 했다. 플로리다의 세제 혜택을 소개하면서 골프와 만찬 접대를 하고 해변의 사무 공간을 소개하고 요트 선상 파티를 열었다.
세제상의 특전으로 플로리다는 이미 대어를 낚았다. ESL 투자사의 에드워드 램퍼트가 지난해 코네티컷의 그리니치에 있던 본부를 마이애미 근처로 옮겼다.
플로리다와 푸에르토리코가 세제 혜택을 내세우며 적극 홍보에 나선 배경에는 부유층 사이에 점증하는 불만이 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부당하게 높다는 불만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케이스. 드파르디외는 프랑스 정부가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75%로 올리자 이에 분노하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민 러시아 여권을 받아들였다. 러시아는 13%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한편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스위스, 이스라엘, 싱가폴 등을 통한 조세 회피에 대해 당국의 단속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부유층이 세금을 덜 내려고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하면 ‘비애국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일부 변호사나 회계사들은 사적으로 우려를 표명한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의 세금 면제가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일부 투자가들은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미 본토 사무실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푸에르토리코는 불경기로 수년째 고전 중이다. 실업률이 13%로 미 전국 실업률보다 훨씬 높고 경제는 엉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한 금융가들이 들어온다면 경제가 활성화 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 자리 잡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 마가렛 주블리어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전화나 이메일을 하루 평균 10~15개 받는다”고 말한다. 소더비의 국제부동산 소속인 그는 고객이 섬에 도착하면 정장한 기사가 운전하는 검정색 SUV로 보통 맞이한다. 고객들 중에는 개인용 제트기로 날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찾는 저택은 예를 들면 산후안의 콘다도 지역에 매물로 나온 8,379 평방피트 펜트 하우스 같은 것. 500만 달러의 이 콘도는 지하에 주차장이 있고 바닥부터 천정까지 유리로 되어 있어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인근에는 카르티에, 페라가모, 루이 비통 등 명품 매장들이 밀집해 있어 맨해턴 제일 좋은 지역에 있는 것 같다고 부동산 중개인들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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