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들 은퇴로 새 고객층 절실… 젊은이들 겨냥한 레이블 개발 주력
▶ 20대 위한 시음 파티에 수천명 씩 몰려 와이너리들은 치열한 부스예약 쟁탈전 유명 인사들은 자기 이름 붙인 와인 출시
샤도네와 피노, 그리고 캬버네가 보데이셔스 브루넷(Bodacious Brunette) 레드, 벅섬 블론디(Buxum Blonde), 에인절 푸드 화이트 같은 요상한 이름의 와인들과 함께 당신이 사는 지역 가게 진열대에 나란히 놓이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와인 컬렉터들은 이런 와인들에게서 잘 훈련된 코를 돌릴지 모르지만 와인 제조업자들은 이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와인업계를 지탱시켜 준 최고의 고객들이 은퇴연령이 도달하고 지출을 줄이면서 미국의 와인업자들은 330억달러 비즈니스를 계속 굴러가게 하기 위해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식적이지 않은 레이블에 마시기 쉬운 와인을 만들고 싱글 이벤트들과 느긋한 분위기의 시음회 등을 열고 있다. 와인을 둘러싸고 있는 엘리트 분위기를 걷어내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계측기업인 닐슨의 알콜 음료 전문가인 대니 브레이거는 “젊은 층 공략을 위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두가 아주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전에 은행이 들어서 있던 LA 다운타운 한 빈 건물에서 지난 가을 이벤트 전문회사 ‘세컨드 글래스’ 주최로 열린 ‘와인 라이엇’ 파티는 젊은 소비자들을 향한 와인업체들의 구애를 잘 보여준다.
DJ가 틀어주는 베이스 소리 묵직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1,200명이 넘는 젊은 참가자들은 이곳저곳 차려진 부스들을 돌아다니며 250여종에 달하는 와인들 가운데 마시고 싶은 와인을 맘껏 마실 수 있었다. 이들이 낸 참가비는 1인당 60달러였다. 참가자들은 무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고르고 임시 태투 스테이션과 포토 부스 등을 돌아다니며 어울렸다.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광고회사 중역 엘리 이(26)는 “같이 어울리면서 알딸딸해 질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세컨드 글래스 창립자인 모건 퍼스트(29)와 타일러 발리에(32)는 지난 2009년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와인 라이엇 행사를 개최했다. 젊은 층에 와인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취지였는데 2년 후 이 행사는 전국적인 이벤트가 됐다. 통상적인 게스트들은 평균연령 27.5세에 와인을 처음 경험해 보는 사람들이다.
와이너리들도 이 행사를 사랑한다. 와인 라이엇 초기에는 창업자들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소유한 와이너리 정도가 참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스 신청자가 몰려 행사 6개월 전에 예약이 완료된다. 자리를 놓친 와이너리들은 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은 오랫동안 미국 와인시장의 주축이 돼 왔다. 고객 베이스의 40%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좀 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비싼 와인들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서부지역의 경우에는 매출의 44%를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은퇴를 시작했다. 고정수입에 맞춰 이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이들이 마시는 와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과 달리 ‘Y세대’라고도 불리는 21세에서 34세 사이의 새천년 세대(millennials)는 와인업계에 매력적이다. 와인을 처음 경험해 보는 이가 거의 7,0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맥주와 하드리커 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와인업계는 이들이 아직 젊을 때 와인으로 기호를 바꾸어 놓기를 원한다. 그러면 평생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고객들은 아주 열성적인 와인 수강생들이다. 이들은 부모세대보다 와인을 일찍 접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와인소비를 늘려가고 있다고 밝힌다. 와인마켓위원회의 존 길레스피는 “기술적으로는 베이비부머들이 아직은 최고의 고객이지만 와인 마케터들에게 가장 다이내믹한 고객층은 바로 Y세대”라고 말했다.
와인업계는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도 멋진 느낌을 주는 마케팅 전략을 취한다. 최근 시장에 진입한 ‘캘린더 걸 와인스’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에 보데이셔스 브루넷과 벅섬 블론디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버트 몬다비 소유기업인 ‘콘스털레이션 브랜즈사’도 심플리 네이키드 같은 튀는 이름을 시도하고 있다.
인기 스타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레이블에 빌려주고 있다. 지난 달 초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는 자신들의 소유인 프랑스의 샤또 미라발에서 미라발이라는 이름이 붙은 로제와인을 출시해 미국으로 운송한다고 밝혔다. 팝스타 스테이시 앤 퍼거슨은 지난 가을 샌타바라라 카운티에서 퍼거슨 크레스트라는 레이블이 붙은 와인을 출시했으며 여배우 드루 배리모어는 자신의 “신선하고 다이내믹하며 재미있는” 성격을 반영한 와인 배리모어 피노 그리지오를 지난해 선보였다.
LA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와인 디렉터인 라라 세일러 롱은 “최고급 브랜드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명성에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이미지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 수집가들이 아닌,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벤트 기획회사인 ‘락큰롤 와인’은 지난 가을 라스베가스 만델레이 베이의 비치 리조트에서 대규모 시음파티를 개최했다. 인디 밴드인 ‘영 더 자이언츠’ 같은 팀이 참가한 이 행사의 참가비는 65달러였으며 참가자는 무려 3,000명에 달했다. 퓨젯 사운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와인 전문가인 마이크 베세스는 “새천년 세대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와인에 대해 나이 든 세대보다 잘 모르지만 진정한 와인 소비자로 취급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소비자들이 그저 싼 와인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치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련된 미각을 갖기 원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이런 경향을 무시한다고 젊은 층으로 구성된 와인클럽을 이끌고 있는 제시 포터는 지적했다. 그는 “와인 생산업자들과 소매상들, 그리고 이벤트 기획자들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갖가지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젊은 층의 수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그들이 마시는 것이 무언인지, 왜 그런 맛이 나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어떻게 찾아 낼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것은 마시기 쉬운 와인을 뜻한다. 머스카토의 경우 2011년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무려 73%나 뛰었으며 달착지근한 레드와인의 판매 신장률은 200%에 달했다고 한 와인컨설팅 회사 보고서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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