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해금·가야금·피아노·오카리나 등 8명 멤버 그리움 주제로 해설·연기 곁들인 옴니버스식 무대
■ 29일 LA문화원서 공연 갖는 ‘해밀’
‘해밀’은 조금 특이한 한국 전통음악그룹이다. 국악단체로서는 드물게 연방과 주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 별도 조직된 이사회가 운영과 재정을 맡고 있는 점도 그렇고, 이사들 중에는 한인사회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도층 인사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는 점도 창극단으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박창규 이사장과 윤장균 부이사장을 비롯해 이철 본사 고문, 박병철 에베레스트 트레이딩 대표, 정철승 OC 축제재단회장, 안과의사이며 바이얼리니스트인 김용제 박사, 로버트 홍 변호사와 빈센트 김 변호사 등 20여명에 달하는 이사들이 해밀을 후원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고 명예를 추구하는 단체인가 하면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어떤 공연 팀보다 내실에 충실한 순수 음악그룹이다.
“전통음악에 취미나 관심 있는 사람들, 적어도 한 번은 우리의 공연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이사가 되었습니다. 너무 열악한 형편을 보고 조금만 힘이 돼주면 좀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기투합해 정신적·재정적 도움을 나눠주고 있지요. 모두 욕심을 버리고 뭉쳐서 좋은 음악 한 번 해보자고 수없이 호소하여 이루어진 일입니다”
소리꾼 서훈정(다루 판소리연구소 대표)씨가 2008년 혼자 시작한 ‘해밀’은 두 사람이 되었다가, 세 사람으로 늘었다가 지금은 8명의 단원이 해금, 가야금, 장구, 피아노, 오카리나, 하모니카, 대금, 판소리, 기타 등을 연주하고 있다. 중심 멤버는 박영안 단장(해금·단소)과 최윤석 음악감독(오카리나, 피아노), 박창규 이사장(색서폰, 경기민요)과 서훈정씨. 그동안 소화해낸 공연이 200회가 넘을 만큼 열심히 활동했지만 그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조용하게 일해 왔다.
그렇게 내공을 쌓은 ‘해밀’이 오는 29일 LA 한국문화원에서 공연을 갖는다. 문화원 무대에는 전에도 수차례 섰지만 문화원 초청으로 단독공연을 갖기는 처음으로, 뮤지컬 연출자 조재현씨를 섭외해 무대장치도 꾸미고 영상도 넣는 등 볼거리가 많은 특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은 ‘그리움’을 주제로 어머니, 아버지, 님, 고향을 그리는 한국인의 애잔한 마음과 한을 음악에 담았다.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노래 ‘맹렬이’로 시작해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이별가’,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야기 ‘사랑가’, 한국인의 한을 노래하는 ‘한국사람’, 심청이의 아버지를 향한 노래 ‘인당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꽃분네야’ 외에 가야금산조, 해금 연주, 새타령, 설장구 등이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옛날식 국악공연이 아니에요. 요즘 스타일로 재창조한 현대식 전통음악이죠. 해설도 있고, 가사는 한자 용어를 없애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템포를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연기도 하기 때문에 누구나 금방 가까워질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이랍니다. 일단 와서 보시라니까요”
‘해밀’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국악을 한 차원 다르게 재해석함으로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전통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퓨전 국악처럼 무조건 대중 취향에 따라 바꾸는 것도 아닌 ‘줏대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우리 음악에 서양악기로 양념을 치는 거지요. 간혹 재즈나 블루스를 조금씩 넣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성을 가미하는 것이지 뼈대는 우리 음악입니다”
서훈정씨는 한국 최고의 판소리꾼 중 하나인 이일주 명창의 제자이며 전북 무형문화재 2호 심청가 전수자로서, 8년 전 다루 판소리연구소를 개설하고 강습과 공연을 꾸준히 벌여왔다. 1년반 전 올림픽과 유니온에 찻집 겸 공연장 ‘카페 다루’를 열어 많은 음악단체들에 공연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때때로 무료 강습회와 자선 음악회도 열고 있다.
‘해밀’은 이번 공연을 전후해 크고 작은 공연이 연달아 계획돼 있다. 내일(23일) 다저스 구장에서 열리는 김장훈과 함께 하는 암환자 돕기 공연에서 오프닝 연주를 맡고, 28일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상공인의 밤에서 공연할 예정이며, 4월 초에는 다루연구소의 자체 공연, 5월 초에는 뉴욕, 워싱턴 DC, 애틀랜타에서의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국문화원 공연 일시는 29일 오후 7시30분, 관람은 무료이며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예약 www.kccla.org, (323)936-3015(태미 정), 문의 (213) 820-0376(윤장균)
문화원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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