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신체활동과 행복감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적인 어린이는 대체로 명랑하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드는 또래들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다는 얘기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어린이의 신체활동과 행복감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측하면서도 여기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심증일 뿐 확증은 아닌 셈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에 관한 과학자들의 지식수준 역시‘민간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과학자라 해도 통설의 지배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들에게 어린이의 신체활동과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규명해야 할 만큼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에서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운동 많이 하면 호르몬 반응도 좋아져
긴장된 상황에 더 느긋하고 긍정적 대처

핀란드의 연구는 여덟 살된 남녀 어린이 25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에게는 최소한 나흘 동안 팔목에 차고 다녀야 하는 악셀로러미터, 즉 계측기가 주어졌다. 이 계측기는 신체활동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도구다.

지원 어린이의 부모들도 자녀들과 한 묶음으로 실험에 동원됐다. 이들에게는 담당 연구원의 지시에 따라 하루 수차례에 걸쳐 면봉으로 입안을 훑어 자녀의 타액 샘플을 채취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렇게 수집한 샘플을 분석해 연구팀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솔의 농도를 측정했다. 코티솔은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 결과 신체활동에 적극적인 아이와 비활동적인 어린이 사이에 코티솔 호르몬의 농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산수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처럼 다소 도전적인 과제를 포함한 표준 심리학 검사를 받게 하자 두 그룹 사이에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 차이가 나타났다. 물론 신체적 활동이 왕성한 어린이들의 코티솔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주 내분비학회 저널에 게재된 보고서는 신체적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린이가 스트레스에 대해 심리적으로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신체활동 수준이 가장 낮은 어린이의 코티솔 농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이번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신체운동역학 부교수인 디사 하트필드는 “온종일 활동적으로 지낸 아이들이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나은 호르몬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트필드 박사는 그러나 로드아일랜드 대학 연구팀이 작성한 논문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설탕 섭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 최대 허점으로 꼽힌다. 설탕은 코티솔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인정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손목에 차는 신체활동 측정기가 자전거 타기, 혹은 수영과 같은 특정 활동을 정확히 계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우스다코타 대학의 소아학 교수이자 전국 청소년 스포츠 건강안전협회 사무국장인 마이클 버거슨은 어린이들의 스트레스 성향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코티솔의 하루 측정치에 의존하기보다는 만성적 수준을 계측하는 편이 훨씬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일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단일 반응은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일 수 있으며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초등학교들은 일반적으로 체육교육을 지원해 왔다.

현재 고교생의 전국 신체활동 표준시간은 하루 60분. 하지만 이 지침을 충족시키는 고교생은 전체의 29%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신체활동에 관한 한 기준미달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운동과학 교수인 러셀 페이트는 “신체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 받는 어린이들이 느긋한 성향을 보이는 것은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트필드 박사도 “하루 기준으로 더욱 많은 신체활동을 하는 어린이가 시험이나 일상의 도전적인 사회생활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에 더욱 잘 반응한다”며 “거기에는 생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생리적 이유란 바로 호르몬 반응 차이다. 하긴 스트레스뿐 아니라 사랑과 같은 긍정적 정서도 호르몬 반응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디.


<뉴욕타임스 특약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