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직원 채용을 꺼리고 있다. 빈자리가 있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며, 자격 갖춘 후보들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채용을 마냥 미루고 있다. 혹시라도 경제가 다시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기업들이 몇 주, 몇 달 씩 수도 없이 인터뷰만 하고 정작 채용은 하지 않으니 구직자들은 애가 탄다.
“경제 또 나빠지면…” 두려움에
자리 비어도 직원 뽑지 않고 버텨
신규 채용 일자리 수는 지난 금융 위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결원이 생겨그 자리를 메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지난 2009년 중반에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기준 15일이던 것이 지금은 평균 23일에 달한다.
이같이 구인 공고에서 채용까지의 기간이 길어진 원인으로 40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로 하는 조건과 1,200만명의 실직자들이 갖추고 있는 기술이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간호사나 바이오텍 분야처럼 고도의 기술이 필수적인 일부 분야에서는 그것이 맞는 분석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자리에는 자격 갖춘 후보들이 넘쳐난다. 구직자들의 자격요건 보다는 채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정체 현상이 문제이다.
“경제가 다시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경영학 교수인 존 설리번 박사는 말한다. 그 자신 인력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그는 “최고 경영자들로부터 나오는 메시지가 채용에 신중 또 신중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경제가 빡빡한 상황에 혹시라도 실수를 해서 돈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강하지요.”
그 결과 고용주들은 많은 숫자의 후보들을 불러서 면접에 면접, 또 다시 면접하기를 계속하고 있다. 기업들 채용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com) 자료에 의하면 스타벅스, 제너럴 밀스, 사우스 웨스트 등 대기업들이 후보들을 면접하는 과정에 걸리는 평균기간이 지난 2010년 이후 거의 두배로 늘었다.
워싱턴에 사는 비디오 편집자인 폴 설리번(43)은 이런 현실을 지겹도록 경험했다.
“6번 면접을 하고 나서 또 다시 와보라는 연락을 받고나자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안 간다’ 싶은 마음이 한쪽에서 솟구치더군요. 하지만 그리고 나면 다시 7이 행운의 숫자일지도 모르잖아 싶은 생각이 듭니다.”
면접에 안가면 후보군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생각에 안 갈수도 없다는 것이다. 미전국의 다른 모든 구직자들처럼 그 역시 면접을 수도 없이 했다.
그는 3개 각기 다른 회사로부터 8번씩, 9번씩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결국 그중 두 회사는 아무도 채용을 하지 않기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예산 압박으로 채용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회사의 경우, 6번째 그 회사로 가서 방문자 기록을 하자 경비원은 그가 그 회사 직원인줄 알더라고 했다. 직원이면서 계속 보안 배지를 잃어버리고 오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경비원은 내가 면접 때문에 또 다시 왔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했어요. 나 역시 믿을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얼굴에 미소를 띄고 위층으로 올라가 또 한차례의 질문들에 답할 준비를 했지요.”
채용이 미뤄지는 것은 경제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악순환의 일환이다. 일자리 없고 경제적으로 빠듯한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고, 그래서 수요는 줄어들고, 그래서 고용주들은 장차 매출이 늘어 신규 채용을 해도 되겠다 싶은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일자리는 꾸준히 창출되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실직자들을 눈에 띄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산 감축 정책역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에 절대 도움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결원이 생겨도 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한두달 충원을 미루는 값싼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고 스탠포드 경제학과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씩 미루는 것이 재정적 불확실성과 합쳐지면서 경기회복 과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고용주들은 채용 후보들을 수도 없이 테스트하곤 하는 데 그렇게 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선 일을 못한 지 여러 달, 여러 해가 되어 취직에 목을 매는 장기 실직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채용담당 매니저들은 채용 후보가 최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의 로버트 쉬머 교수는 말한다.
고용주들에게 신규 채용의 압박감은 거의 없다. 직원을 뽑으려고만 하면 후보가 넘치게 많은 데다 기존 직원들 역시 결원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 부담을 거부할 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설 때까지 혹은 수퍼수타 후보를 찾을 때가지 채용을 마냥 미루는 것이다.
“보라색 다람쥐를 쫓는 것”이라고 매서추세츠의 로저 알펠드(44)는 말한다. 인력관리 업계에서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후보를 뜻하는 말이다. 그 자신 인력관리 전문가였던 로저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일자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두 회사에서 각각 총 10~20시간에 달하는 여섯 번의 면접을 거쳤지만 결국은 ‘은메달리스트’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들 두 자리에 아직도 금메달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이다. 8개월이 넘도록 이들 기업은 구인 광고를 냈다 취소했다 하면서 충원을 하지 않고 있다.
비디오 편집자인 설리반은 지난해 여러 번의 비디오 편집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아울러 인성 테스트, 심리 테스트, 스펠링 시험 하다못해 수학 시험까지 거쳤다. 세 군데 일자리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주차비, 개스비, 면접 기다리는 동안 스타벅스 커피 값 등으로 520달러36센트를 썼다. 비디오 작품 제작과 우송비용, 면접 때 입을 양복을 드라이클리닝 비용, 그리고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 자격증을 따느라 쓴 수천달러는 별도이다. 언젠가는 취직을 해서 투자한 비용을 뽑으리라는 희망으로 버틸 뿐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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