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서 평균수명 가장 낮은 헝가리, 좋은 식습관 증진 위해 식품세 부과
소금 및 지방 섭취량 지나치게 많아
“부족한 세수 늘리려는 꼼수”비판도
다른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법 시행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의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 가게에서 일하는 기젤라 베레스 데베니는 헝가리가 새로 도입한 소금세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데베니는 “방과 후 아이들이 들어와 감자 칩을 집었다가 우리가 가격을 얘기해주면 곧바로 내려 놓는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판매가 1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뉴욕시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담배세를 올리고 32온스 소다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를 비롯해 미국의 다른 지역들은 아직 세금을 건강한 식습관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소다, 지방이 많은 치즈, 소금기가 많은 칩 등 식품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건강증진 전략으로 도입되고 있다. 프랑스와 핀란드,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루마니아 등은 이런 취지의 식품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헝가리만큼 이 문제에 적극적인 국가는 없다. 헝가리는 지난 18개월 사이에 소금과 설탕,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 속 성분 등에 대해 과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식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겨 부족한 보건시스템 재정을 충당하려는 목적에서이다. 부다페스트의 시장을 방문해 보면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다. 신선한 야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달콤한 빵과 과자, 기름기 흐르는 소시지, 그리고 돼지비계를 정제해 굳힌 라드 등이다.
헝가리 인구의 3분의2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며 1인당 소금 섭취량은 유럽연합 국가들 가운데 최고다. 그 결과 헝가리인들의 기대수명은 유럽연합에서 최저이다. 2011년 헝가리 남자들의 기대수명은 71.2세였으며 여성은 78.7세였다. 미클로스 스조스카 헝가리 보건장관은 “우리는 공중보건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새로운 세금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헝가리는 지난 해 이를 통해 7,78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그는 “많은 질병 발병률에서 헝가리는 가장 높다. 그런 만큼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작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영양 전문가들은 과세가 흡연과 음주를 줄이는 캠페인의 수단으로서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식습관을 바꿔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들이 남아있다. 이런 과세는 야채, 과일, 그리고 기름기 없는 고기 등의 가격을 낮춰주는 보조프로그램과 병행돼야 하는가. 또 이 조치에 영향을 받는 계층은 누구인가 등등이 그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사무소의 영양 및 신체활동, 비만 관련 프로그램 디렉터인 조야오 베레다 박사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행동을 바꾸어 줄 최적의 조합”이라며 “좌파 혹은 우파, 그리고 중도 할 것 없이 모든 정부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가들은 새로운 식품세 도입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음을 지적한다. 일부는 정치적으로 잘 수용되는 방식으로 세수를 올리려는 목적에서 이러 세금이 도입됐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세금이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고 주장한다.
포화지방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던 2011년 덴마크 정부의 시도는 좌절됐다. 덴마크 정부는 고기와 낙농제품, 식용유, 지방, 마가린 등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유럽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1년 후 덴마크는 이 세금을 포기했다.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식품업계로부터의 반발이 거세진 데다 많은 국민들이 이웃인 독일로 넘어가 원하는 식품을 구입하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패했지만 많은 보건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비만률 퇴치 전략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우 건강한 식습관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주로 계몽 캠페인을 통해 이뤄져왔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최근 이 캠페인에 많은 노력을 쏟아오고 있으며 각급 학교들은 점심급식 메뉴를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것은 블룸버그 시장이 벌인 캠페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는 유럽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트랜스 지방을 금지하고 학교 벤딩머신에서 소다를 추방했다. 그리고 식당들에는 메뉴별 칼로리를 표기토록 하고 시 관할 식당과 영화관 등에서의 소다 판매를 규제하려 했다. 미 음료업계는 이런 조치들에 대해 현재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유럽은 정부의 간섭을 미국보다 잘 받아들인다. 헝가리에서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기 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헝가리 국민들이 세금을 건강한 식습관 증진에 사용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아이디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의 식품세 부과는 야심차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버거 택스’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곧바로 ‘칩스 택스’로 바뀌었다. 과세 대상이 달라진 탓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로비를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더니 결국 세금은 패키지 식품으로 국한됐다. 세율은 식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4온스짜리 초컬릿 바의 경우 13센트의 세금이 붙으며 작은 봉지의 감자 칩에는 20센트의 세금이 부과된다.
헝가리 국민들은 이 조치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세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여기고 있다. 보수정권이 전 국민에게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플랫 택스’제도를 실시하면서 세수가 줄자 이를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금이 많거나 설탕 성분이 많은 식품의 판매는 지난 해 줄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세금 덕분인지는 분명치 않다.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시달리고 있는 헝가리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식품관련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해 약 200억 포린트, 즉 8,800만달러의 식품세 수입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300만달러 정도 부족했다. 그 이유는 에너지 드링크 업계가 세금을 피하려 성분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과세방식을 바꾸었다. 업계와 정부 간에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 간의 이런 싸움 자체가 식품세의 목적을 성취시켜 주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들이 세금을 피하려 소금 함량을 낮춘다면 그것으로 이미 당초 목적이 이뤄진 것이라는 말이다. 식품세가 담배나 알콜에 부과되는 세금과는 다른 점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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