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솟는 렌트비로 아파트나 주택 렌트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물론 세입자가 아닌 투자자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이는 주택가격이 하락됐다고는 하지만 임금 인상폭이 주택가격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가 최근 4~5년간 이어온 경기침체로 신규 주거지 건설이 주춤하면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돈을 묻어두고 쓸 곳을 찾고 있는 자본가들의 이목이 렌트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해 수리한 다음 렌트를 주고 다달이 짭짤한 수입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내 대형 투자회사들이 속속 주택 렌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렌트시장에 뛰어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급증하는 외국 자본의 주택 렌트시장 투자 현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싸게 구입→수리 후 렌트→값 오르면 되팔아 차익’
해외서 유입 자본은 환율변동 따른 차익도 노려
“렌트주택 많아지면 커뮤니티에 악영향”부정론도
어느 화요일 아침, 호주의 칸베라에서 온 한 투자회사 매니저인 알란 딕슨이 그가 투자자들을 위해 구입한 4층짜리 타운하우스에서 내부 수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딕슨이 다니는 회사인‘ US 매스터스 레지던셜 프라퍼티 펀드’는 지난해 9월 허드슨 강변의 어리 스트릿에 있는 이곳을 83만달러에 구입했다. 화장실은 타일로 바꾸는 등 내부를 수리하고 나면 방 3개짜리 타운하우스는 월 3,295달러에 렌트를 줄 것이다.
US 매스터스는 부동산 투자신탁회사로 주로 호주 은퇴자들로부터 2억7,6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가격이 크게 내린 미국 내 주거지를 구입해 렌트를 주는 회사 중 하나다.
사실 미국에서 주택을 싼 값에 구입해 수리한 다음 렌트를 주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면 되파는 비즈니스는 ‘맘 앤드 팝’ 수준의 소액 투자자들의 단골 메뉴였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 월스트릿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투자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블랙스톤 그룹 LP’나 ‘콜로니 캐피털 LLC’와 같은 연금 투자자들과 개인 회사들이 때로는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바닥을 치고 있는 주택을 구입해 렌트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외국회사들도 직접 미국 주택 렌트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미국 회사들과 같이 이들 외국 회사들도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해 처음에는 렌트를 준 다음, 주택시장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가격이 적당한 선까지 올라가면 이를 되팔겠다는 계산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이익
외국회사들의 미국 내 투자가 추가적 이익도 발생시킨다. 화폐 가치가 높은 국가의 투자자들은 환률 변동을 이용해 추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자본으로도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으므로 미국 투자자들보다도 더 높은 값을 불러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단독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호주 펀드회사인 ‘카셀 USA 프라퍼티 파트너스’의 스튜어트 모튼 재정이사는 “호주회사들의 미국 주택시장 진출은 호주 달러 강세로 인한 것”이라면서 “이 것이 미국 주택가격을 정말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비밀무기”라고 말했다.
유입 자금량 정확히 몰라
투자은행인‘ 키프, 브루예트 앤드 우즈’사는 지난 1월 기준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60억달러에서 90억달러에 달하는 주택을 구입해 렌트용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중 외국자본이 얼마나 유입됐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유입되는 투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확신했다.
실례로 지난 12월 미국 내 첫 단독주택 렌트 전문회사로서 부동산 신탁회사(REIT)로 공지된 ‘실버베이 리얼리티 트러스트사’는 상위 20개 기관투자자 중 5곳이 유럽과 캐나다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어바인 소재 부동산 자문회사인‘ 번스 에스테이트 카운슬링 LLC’의 리사 마키스 잭슨 수석부 사장은 “내가 외국 투자라면 본국 경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곳에 투자하기보다는 아마도 시장성이 상대적으로 큰 미국 주택시장이 정말 좋은 투자처로 생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본 반발도 심해
그러나 외국자본이 들어와 미국 주택시장을 잠식하는데 적지 않은 반발도 사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 옹호단체들은 외국 소유주들은 주택관리에 소홀할 뿐더러 지역 주택 구입자들과 투자자들을 쥐어짜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에 오랫동안 렌트를 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주택 가치는 낮아지게 되고 나중에 이를 다시 복구시키려면 동네 전체나 주택 구입자들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렌트 주택이 많으면 동네 주택가치가 하락해 일반인들이 소유하는 주택의 에퀴티가 하락하고 이를 복구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주택 시장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패니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덕 던컨은“ 투자자들의 거대한 자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깡통주택들을 구입해 렌트로 전환하면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US 매스터는 주로 현재 시세보다 더 낮게 나오는 숏세일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딕슨 매니저는“ 시장에 나온 집들을 매우 싸게 구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주택 구입자들이 설자리가 없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렌트 이윤 8~9%
호주 토지 투자회사인 카셀의 모튼 재정이사는 2009년 시드니에서 열린 미국 주택구입 세미나 참석을 위해 8,000달러를 지불했다. 이 세미나에는 200여명이 참석했는데 모튼 매니저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전직 렌터카 회사 사장은 교육을 마친 후 6주 동안 미국 각지를 다니면서 잠정 주택구입 대상지역을 탐색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튼은 18개월 전 호주 투자은행과 합작으로 달라스, 휴스턴, 애틀랜타, 클리블랜드, 애리조나 투산 등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카셀은 200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이들 주택의 평균가격은 대략 6만5,000달러대이며 주택 구입 후 개량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주택 당 평균 1만달러이다. 모튼은 이들 주택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윤이 주택 당 8~9%가량 된다
는 밝혔다.
캐나다도 가장 활발하게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 ‘트리콘 캐피털 그룹’은 2012년부터 미국 내 단독주택 렌트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억6,000만달러를 들여 2,000채 가까운 주택을 구입해 렌트를 주고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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