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인근의 한 매리옷 타운 센터. 호텔 로비의 공간을 대여해 회의실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출장 중 호텔 로비가 업무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식 회의실보다는 로비 등 열린 공간이 비즈니스 협상에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호텔 로비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로비나 작은 회의실 등 공간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전통적 사무실 필요 없게 되면서
로비 등 열린 공간 업무에 활용
호텔 로비나 비즈니스 센터 그리고 호텔 내 여러 열린 공간들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네트웍을 만들고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로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근년 들어 직원들이 책상 앞에 묶여 있지 않고도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서로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호텔 공간 활용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호텔들은 과거 방문객이 아무 때나 필요에 따라 사용하던 로비의 의자, 테이블 그리고 구석진 곳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들 공간을 대여하며 돈을 받는 곳도 있다. 호텔들로 보면 로비 등 공간이 전에 없던 추가 수입원이자 인근 주민들을 새 고객으로 유치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파액셀의 세일즈 엔지니어인 손자 피셔는 이미 그런 고객들 중의 하나이다. 과거 “스타벅스에서도 일하고, 아파트 건물의 회의실, 식당, 도서관에서도 일하곤 했다”는 그는 요즘 “호텔 로비가 아주 편리해졌다”고 말한다.
돈을 좀 내더라도 업무 공간으로 적합한 장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하면 회사로 볼 때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우리 회사는 작아서 회의실 공간이 넉넉하지 않거든요.”
공공문제 컨설팅 회사인 DCI 그룹의 디지털 전략 담당 부사장인 줄리 저머니는 사람들과 네트웍을 하고 같이 협업하는 데 호텔 회의실 보다는 로비 등 열린 장소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편안하고 사교적인 분위기여서 사람들이 좀 더 터놓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같은 비공식적 분위기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는 로비의 카우치나 테이블이 업무를 진행하기에 적합한지 미리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 근처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지도 알 수가 없다. 특히 호텔 바가 근처에 있거나 할 경우 통행량이 많으면 심각한 토의나 비밀스런 협상은 불가능할 수가 있다.
비즈니스 코치 일을 하는 낸시 버틀러는 사무실을 폐쇄한 후 호텔을 이용해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때 그가 항상 가장 중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다 듣는 일은 없어야지요. 은밀한 분위기가 보장되어야 해요.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장소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프라이버시 다음으로 버틀러가 중시하는 두 번째 요소는 테이블 공간이다. 서류들을 늘어놓고 메모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은 필수다.
“무릎에 놓고 일을 해야 한다면 그건 곤란하지요.”
리퀴드스페이스의 마크 길브레스 사장은 사무실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사무실 공간 단기대여를 알선하는 온라인 예약 업체로 과거 자동차 공동 사용을 알선했던 회사들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회사가 알선하는 사무 공간 중에서 호텔은 거의 10%를 차지한다. 리퀴드스페이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전국의 250개 도시에서 호텔은 업무용 공간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범주에 속한다.
매리옷은 ‘필요에 따른 작업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지역에 있는 30여 매리옷 호텔 & 리조트, 르네상스 호텔 그리고 코트야드가 이런 공간을 제공한다. 높이가 높은 테이블, 로비 안의 구석진 공간 그리고 10명 이내의 작은 회합에 쓸 소형 회의실 등이 포함된다.
“사람들의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매리옷 인터네셔널의 글로벌 운영 담당 부사장인 페기 로우는 말한다. 업무가 점점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우드 호텔 & 리조트 산하 웨스틴 호텔도 유사한 개념의 작고 비전통적인 사무 공간을 내놓았다. 웨스틴의 경우 미국에서는 보스턴과 버지니아의 알링턴에 있는 2개 호텔 그리고 독일의 뮌헨의 한 호텔이 이같은 공간 대여을 시험적으로 시작했다.
알링턴 소재 호텔의 경우 호텔 내 비즈니스 센터를 개조해 보다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 공간으로 만들었다. 비디오컨퍼런스 장비와 현대식 칠판 등 전통적 회의실 설비와 아울러 와이파이, 카우치, X박스 비디오 게임 등을 갖추었다.
이같이 비즈니스 센터를 개조한 것은 “전통적 비즈니스 센터는 오늘날의 출장객에게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결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웨스틴 측은 말한다.
사무실에 미리 설치된 테크놀로지가 과거처럼 필요하지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고객들이 태블렛 같은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웨스틴은 이런 종류의 작업 공간을 더 많은 호텔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리옷과 스타우드의 사무공간은 모두 리퀴드스페이스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과 편안한 분위기 외에 이들 공간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언제든 필요할 때 예약만 하면 사용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예약은 48시간 이내에 하면 되고 때로는 한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된다.
매리옷 산하 호텔들은 로비 테이블이나 구석진 자리 같은 공간은 무료로 대여하고, 하이텍설비를 갖춘 다소 닫힌 공간은 돈을 받지만 전통적 회의실 대여 경비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반나절에 200달러 정도이다.
스타우드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의 2개 호텔 사무 공간을 시간당 50달러에 대여한다.
사무공간을 무료로 빌려줘도 호텔 측으로 보면 이득이다. 사용자들이 대부분 식사나 음료를 사게 되기 때문이다.
호텔 내 공간을 업무용으로 이용한 사람들은 이제까지 주로 호텔 고객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역 사업가들과 일반 여행객들이 업무나 회합 장소로 이용할 것으로 매리옷의 로우 부사장은 기대한다.
직원들의 원거리 근무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추세 또한 호텔 공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북미 지역 5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5년 내 직원 1인당 공간을 100평방피트 이하로 줄이려는 기업이 40%에 달한다. 지난 2010년 직원 당 평균 공간은 225 평방 피트였다.
직원에게 공간을 할당해도 근무시간 중 절반은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사무실에서 필요하던 만큼의 공간이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게 업무 환경이 바뀌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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