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발 묶인 `꿈의 비행기’ 보잉 787(드림라이너)
각종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보잉 787기들이 활주로 한 쪽에 주기돼 있다. FAA등 관련 부처들은 안정성이 검증돼야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소재를 활용한 첨단 항공기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꿈의 항공기’ 보잉 787(드림라이너)가 상업용 항공기로 하늘을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골칫거리 비행기’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연료 누출, 화재, 브래이크 결함 등 잇단 사고로 인해 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항공청(FAA)과 일본정부의 운항 정지명령으로 활주로에 발이 묶인 787기 이슈를 살펴봤다.
배터리 결함 원인 추정… 미·일, 안전 검증 때까진 운항 중지
800여대 주문받은 보잉사 신뢰추락, 일본 부품업계도 체면구겨
■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미국과 일본 정부의 조사 중이어서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단은 기체에 장착된 배터리가 가장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1월16일 일본에서 비행 도중 기내에 연기가 들어차 긴급 착륙하는 사고를 낸 전일본항공(ANA)의 야마구치발 도쿄행 보잉 787기의 심장부인 전기실의 메인 전지(리튬이온전지)는 교토에 본사를 둔 GS유아사의 제품이다.
비행 중 전지가 탑재된 전기실에서 연기가 나면서 경고 표시가 작동했고, 객실에서는 타는 냄새가 난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전지 과열로 상공에서 전기실에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배터리(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냄새가 났다는 얘기가 있어 주로 그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잉 787은 기체의 대부분 시스템을 전기로 작동하는 ‘전기비행기’며, 전력원은 리튬이온전지다. 주 전지를 비롯한 4개의 리튬이온전지가 탑재돼 있으며, 안전성을 위해 밀폐용기에 들어 있다.
지난 7일 미국 보스턴 공항에서 전기실 전지에 화재가 발생한 일본항공(JAL) 보잉 787기의 전지도 전일본항공의 사고기 전지와 같은 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비행 중 배터리로 인한 화재 또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엄청난 재앙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외에 연료누출 사고도 있었고, 조종석 유리창이 파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가장 혁신적인 항공기라는 점 때문에 ‘드림라이너’란 별칭을 얻었지만, 모든 사고 원인이 확인되고, 문제점들이 확실히 개선될 때까지는 ‘악몽라이너’란 말을 들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사고 여파
당연히 보잉의 야심작인 이 기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 항공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보잉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800대가 넘는 주문을 받아놓고 있으며, 이중 약 50대가 인도됐는데, 일본이 17대로 가장 많고 한국의 대한항공도 10대를 주문해 놓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문제기종이 아닌 2016년에 개선된 기종을 도입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아시아나 항공은 안정성이 검증되기 전에는 구매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이 기종의 구매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잉과 세계 여객기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에어버스사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도 예상되는 부문이다.
보잉사는 그동안 787기 기종을 실제 상용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는데, 이번에 잇단 사고로 다시 발목을 잡혔다. 반면 에어버스는 2층 구조의 초대형 여객기 380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보잉 787기 사태로 더 많은 주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정부 대응은
미국에서 항공업계를 규제하는 연방교통부와 연방항공청(FAA)은 전지에서 발화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전까지 보잉 787 항공기의 비행을 계속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달 16일 FAA는 이 기종을 사용하는 미국 항공사들에게 운항 중단 명령을 내렸다. 미국 항공사들 가운데 이 기종을 보유한 곳은 유나이티드가 유일하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과 마이클 후에르타 FAA 청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달 23일 보잉 787 항공기의 비행이 재개되려면 이 기종을 사용하는 항공사에서 기내에 장착된 전지의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안전문제 모두 검증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배터리가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사고의 원인인지 조차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보잉 787 기종은
보잉사가 개발한 최신예 기종으로 250명 내외의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기종이 ‘꿈의 항공기’로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첨단소재를 이용, 경제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항공기는 동체와 날개를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지만, 787 기종은 탄소섬유를 이용해 무게를 줄였다. 기체 무게가 줄어 타 기종에 비해 20%의 연비향상을 이뤘다. 또 기내 환풍장치를 엔진을 통한 압축공기 대신 전기를 사용한 것도 연비향상에 도움을 줬다.
이 기종에 들어간 부품의 35%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 기종을 ‘준 일본산’으로 규정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잇단 사고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제원
-좌석 수: 200-300석
-비행거리: 1만5,000킬로미터
-순항속도: 마하 0.85
-최대 이륙 중량: 23만킬로그램
■ 보잉 787 주요 사고·결함 일지
▲2011년 11월1일 = 일본 국내선에 보잉 787 첫 취항.
▲2011년 11월6일 = ANA기 ‘바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계기 표시로 재시도 끝 착륙.
▲2012년 2월3일 = ANA기에서 착륙 후 보조날개 이상 계기 표시.
▲2012년 9월5일 = ANA기 왼쪽 엔진에서 흰색 연기.
▲2012년 9월27일 = ANA기, 유압 트러블 가능성 활주 도중 정지.
▲2012년 10월23일 = ANA기에서 연료 누출. FAA, 이 문제로 보잉 787 모든 기체 점검 지시.
▲2013년 1월7일 = 정비하던 일본 항공(JAL)기 배터리에서 불이 나 객실 안에 연기가 들어참.
▲2013년 1월8일 = 이륙 준비하던 별도의 JAL기, 연료 누출 사고로 운항 취소.
▲2013년 1월9일 = 이륙전 ANA기브레이크 결함으로 결항.
▲2013년 1월11일 = 효고현 상공에서 하네다발 마쓰야마행 ANA기의 조종실 유리창에 거미집 모양금이 감. 정상 착륙후 운행 중단.
▲2013년 1월11일 = 착륙한 ANA기에서 윤활유 누출. 약 1시간 운항지연. FAA “보잉 787기 기간 시스템 조사” 발표.
▲2013년 1월13일 = 정비하던 JAL기에서 연료 유출.
▲2013년 1월14일 = 일본 국토교통성, JAL기 연료 누출 계기로 조사팀 설치.
▲2013년 1월16일 = 우베발 하네다행 ANA기, 상공에서 기내에 연기. 긴급 착륙 후 승객 탈출. ANA, 보유중인 보잉 787기 17대 운항 중단. 미 FAA도 운항 중단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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