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먹방’? 음식 상태가 좋아서 맛있게 먹은 것"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많이 무서워했고 찍을 땐 힘들어했는데, 요즘엔 많이들 좋게 봐 주시니까 ‘내가 액션에 소질이 조금 있구나, 할 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영화 ‘베를린’에서 고난도 액션 연기로 또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우 하정우는 관객들의 호응에 ‘액션 배우’로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영화 개봉 후 하정우에 대한 팬덤은 새롭게 불붙고 있다. 열흘 만에 300만 가까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고 대부분 하정우의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7일 삼청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이런 반응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두홍 무술감독과 대역 연기를 해준 스턴트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두홍 감독님과 무술팀에 정말 감사드려요. 정 감독님은 특히 제가 액션에 쉽게 접근하게 해주셨어요. 어떤 걸 조금 어려워하면,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만들어나가자고 말씀해주셨고, 제가 잘 못해도 장점을 봐주고 그에 맞게 무술 합을 짜주셨죠. 처음에 액션을 제일 많이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건 사실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 감독님이 굉장히 편하게 이끌어주셨어요. 또 저와 똑같은, 싱크로 100%의 대역 연기를 해준 노남석 씨에게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친구가 ‘국가대표’와 ‘황해’를 같이 했는데, 이번 영화 준비하면서도 저희 집까지 와서 무술 합을 맞춰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워낙 총격과 폭발 장면이 많다보니 부상은 피할 수 없었다.
"전화선으로 맞는 장면은 정말 아팠습니다. 전신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아대를 둘렀는데도 전화선이 그 틈을 파고들어와서 꽂혔죠. 또 처음 협상 장면의 총격신에서 타이밍을 못 맞추는 바람에 폭발을 만들어내기 위해 쏘는 쇠통에 손가락을 맞았죠."
그는 오른손 약지 아랫부분에 아직도 벌겋게 혹처럼 남아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여기가 타들어가서 뼈가 보일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너무 아팠는데, 그 (라트비아의) 호텔 섭외비가 어마어마해서 아프다고 그냥 가버릴 수가 없었어요. 어쨌든 내가 부주의해서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이기도 하니까 아파도 촬영을 강행했죠. 그런데 그날 또 찍다가 화약이 터지면서 파편이 손목 아랫부분에 박혔어요. 연달아 두 번이나 다치니까 현장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졌죠. 그런데 거기서 제가 또 짜증을 내버리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짜증도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그냥 찍었어요. 그 점을 류승완 감독님과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높이 사주시더라고요."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전지현과는 영화 속에서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실제로는 ‘개그 코드’가 잘 통해서 잘 지냈다고 했다.
"’공블리’(공효진)와도 잘 통하는 편이지만, ‘지아나 전’(전지현)도 굉장히 개그가 있어요. 촬영장에서도 유독 얘기가 잘 통하고 개그 코드도 비슷해서 재미있게 찍었죠."
’베를린’의 흥행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속편에 대한 얘기도 벌써부터 나온다.
"촬영 중에도 저희들끼리 그런 얘기를 조금 했어요. 감독님이 ‘만약에 또 하자고 하면 할 거냐’고 물어보셨고, 전 ‘하겠다’고 했죠. 물론 걱정되기도 하죠. 이걸 뛰어넘는 액션을 해야 하는데, 과연 날 얼마나 굴리려고 저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배우 하정우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그가 충무로의 톱스타로서 연기를 잘할 뿐 아니라 조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새 작품을 내놓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년여간 ‘황해’(2010) ‘의뢰인’(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러브픽션’(2012) ‘577 프로젝트’(2012) ‘베를린’까지 공백이란 게 거의 없었다.
’베를린’을 끝낸 작년 9월께 3개월쯤의 휴가를 가질 수 있었지만, 그 기간에 그는 영화를 연출하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처음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거죠. ‘베를린’ 촬영이 너무 고됐기 때문에 ‘끝나고 무조건 방학이다’ 꿈꿔오며, 달래오며 버틴 거죠.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뭐하고 놀까, 여행을 갈까,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영화를 한 번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한계점에 부딪히는 부분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감독과의 소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이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저렇게밖에 말을 못하나, 수장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왜 깔끔하게 뭔가 (소통이) 안 되는 거지? 하는 불만과 갈등이 생기고 부딪힘이 일어나더라고요. 가장 피로가 쌓이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배우로서 벌써부터 이걸 피로해하는 게 내 자신이 뭔가 교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걸 풀고 내가 배우로 계속 가기 위해서는 연출을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찍은 영화가 배우 류승범의 실제 경험을 듣고 시나리오를 쓴 ‘롤러코스터’다. 이걸 찍고 나니 정말 감독을 이해하게 됐단다.
"이젠 좀 알 것 같아요. 우리 촬영장에 류승완 감독님이랑 윤종빈 감독, 손영성 감독 등 친한 감독들이 놀러왔어요. 제가 ‘베를린’ 촬영장에서 ‘감독님 디렉션(지시) 좀 그만하라’고 짜증냈었는데, 감독이 돼서 저도 그걸 똑같이 하고 있는 거예요(웃음). 그걸 보고 류승완 감독님이 ‘지금 너 나보다 세 배는 얘기하고 있다’고 ‘배우가 불편해서 어떻게 움직이겠냐’고 그러셨요. 또 배우의 위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다른 배우들이 준비하고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이 영화를 잘 끝낸 게 배우들의 힘이 컸거든요. 그걸 경험하면서 ‘감독이 배우한테 의지하는구나’ 생각했고 이번에 새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찍으면서도 신인감독인 김병우 감독한테 힘이 돼야겠다 마음먹었죠."
지금 찍고 있는 ‘더 테러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4월부터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 촬영에 들어간다.
그 많은 역할과 캐릭터를 다 어떻게 소화하는지 묻자, 그는 늘 캐릭터의 ‘씨앗’을 심고 오랫동안 ‘재배한다’고 했다.
"무턱대고 어질러 놓는 건 아니고요. 어떤 걸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미리 마음에 씨앗을 심어서 다른 걸 하고 있어도 한쪽에서 자라나게 해요. ‘군도’는 윤종빈 감독한테서 오래전에 들어서 이미 씨앗을 심어놨고요. 지금 벌써 씨앗이 싹이 트고 있어서 이번 촬영 끝나고 바로 합류할 수 있는 거죠."
강동원과 함께여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군도’에서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지능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보여줄 거라고 했다.
"동네 바보예요. 맞아도 아픔을 못 느끼는 특이한 체질의 설정이고요. 그러다 도적떼에 스카우트돼서 ‘리얼 도둑’ ‘에이스’가 되는 이야기예요. 겉으론 우락부락하지만, 하는 짓이 되게 웃기고 귀여운 캐릭터예요. ‘베를린’보다 액션이 더 많을 거고요."
최근 장안의 화제인 ‘하정우 먹방’(하정우가 영화 속에서 맛있게 먹는 장면을 모아놓은 영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역시 감독들에게 공을 돌렸다.
"제가 맛있게 먹은 건 그 (음식) 소품들이 다 컨디션(상태)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나홍진 감독이 음식 장면을 찍을 때 음식이 식는 걸 못 봐요. ‘황해’ 찍을 때 감자 먹는 장면에서는 옆에서 실제로 감자를 두 포대나 사와서 계속 삶고 있었어요. ‘황해’ 때부터 나는 (영화에서) 잘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언젠가 ‘먹방’이 나올 거라고 감지는 했죠(웃음). ‘범죄…’에서 중국집 장면도 제가 메뉴를 직접 골랐어요. 윤종빈 감독도 이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날 가게 휴업인데도 주방장님이 나와서 옆에서 요리해주셨죠."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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