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하자니 나이 많고 은퇴하자니 나이 적고
몇 년째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세대가 없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세대는 학자금 융자 빚더미 속에 취직은 안되니 부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형편. 30대와 40대는 집 장만은커녕 아이를 낳아 기를 형편도 안 된다. 그런가 하면 은퇴자들은 은퇴자금에서 거의 0%의 이자를 소득으로 얻을 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려운 세대는 은퇴를 갓 앞둔 베이비붐 세대이다.
실직 후 재취업은 6명 중 한명꼴
파트타임, 임시직 전전하며 고전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각 세대들은 저마다 타격이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취업 관련 연방 노동부의 최근 자료와 다른 보고서들을 보면 지난 불경기와 그 후유증으로 가장 호되게 직격탄을 맞은 피해자는 베이비 붐 세대이다.
이들 50대와 60대는 은퇴 연령에 가깝지만 아직 소셜시큐리티 연금과 메디케어를 받을 나이는 되지 않은 어중간한 나이. 3년 전 경기회복이 시작되던 때와 비교해 이들의 가구당 소득은 10%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은퇴를 위해 모아둔 저축과 주택 가치는 최악의 시기에 폭락하고 말았다. 은퇴해서 저축을 막 현금으로 꺼내 써야 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때이다. 게다가 연로한 부모와 무직의 젊은 성인자녀를 돌보느라 위 아래로 짓눌린 세대가 바로 이 연령층이다.
이들은 수명이 단축될 위험도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시기에 불경기를 맞아 건강, 안정적 소득, 정신 건강이 모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웰슬리 대학 경제학자들이 최근 내놓은 연구를 보면 소셜시큐리티 받기 몇 년 전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기대수명 보다 최고 3년 수명이 단축될 수가 있다. 건강보험이 없다는 것이 큰 이유이다.
이를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으로 클리블랜드의 프리랜서 작가인 수잔 짐머만(62)이 있다.
“혹시라도 손목이 부러지면 나는 집을 잃게 되지요.”
건강상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병원비 부담에 재정뿐 아니라 삶의 질이 엉망이 된다는 부담감에 그는 시달리고 있다. 현재 그는 3개의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지만 어느 한곳에서도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메디케어 수혜연령이 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 짐머만은 그 나름의 민간요법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페니실린을 복용하는 대신 블루치즈를 먹고 오렌지주스와 적포도주, 커피 그리고 최신 장수 연구보고서가 추천하는 대로 무엇이든 몸에 좋다는 것을 충분히 먹는 것이다. 일단은 건강해야 날아드는 고지서들을 처리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100세까지 일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취업 시장은 나이든 근로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은퇴에 가까운 연령층의 실업률은 학교를 갓 졸업해 기술이나 경력이 거의 없는 젊은 층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일단 일자리에서 밀려나면 나이든 근로자들의 재취업 가능성은 훨씬 어렵다. 지난 한해동안 나이든 연령층의 평균 실직기간은 53주인 반면 10대의 경우는 19주였다.
실직 후 재취업이 이처럼 힘든 것은 나이든 근로자들이 평생 일하던 분야가 제조업 등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분야인 것이 부분적 이유가 된다. 나이든 연령층은 젊은 층에 비해 집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나이들 수록 한 두가지 건강상의 장애가 있을 수 있으니 그것이 현실적으로 일자리 선택의 폭을 줄일 수가 있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 받던 봉급보다 보수가 훨씬 낮은 일자리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최소한 구직 초기에는 영향을 미친다.
일자리를 잃은 베이비부머들은 또한 스스로를 나이차별의 피해자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고용주들은 젊고 활기 넘치는 근로자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젊은이는 보수가 좀 적어도 수락을 하고 앞으로 수십년 장기근무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고용주들로서는 좋은 점이다.
텍사스의 윌리스에 사는 아리니타 암스트롱(60)은 모기지 회사에서 실직한 후 5년 간 일자리를 찾고 있다. “나이든 사람이면 (고용주는) 흰머리만 보고 제쳐버린다”고 그는 말한다.
“(나이 많으면)건강 문제가 있을 까봐 고용하기를 두려워하지요. 회사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취직해서 5년 후면 은퇴할 지도 모르는데 애써 훈련시켜봤자 손해라는 생각도 하지요.”
50, 60대 구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우는 이전 직장에 비해서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럿거스 대학 자료는 밝힌다. 이 대학 노동력개발 센터가 불경기 중 감원된 장년층 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6명 중 한명꼴이고 이들 중 절반은 감봉을 받아들였다. 재취업자의 14%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봉급의 절반도 못 받고 있는 형편이다.
코네티컷, 노웍의 존 아가티(56)는 상품 구매 및 개발 담당자로 일하다 4년 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했다. 당시 그가 받던 연봉은 9만달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디즈니, USA 네트웍스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실직 후 그는 파트타임의 저임금, 임시직을 전전 하는 형편이다. 백화점에서 신발을 팔기도 하고 리무진 회사에서 전화 세일즈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낸 지난 몇 년은 가족의 재정형편 뿐 아니라 그의 자존감에도 깊은 상처를 냈다.
“다른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가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지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직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장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소한 그들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나도 그런 처지였으면 하고 바랄 뿐이에요.”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나이든 실직자들은 고용시장을 완전히 떠나기도 한다. 불경기 중 소셜시큐리티 조기 신청은 급등했다. 무엇이든 소득이 필요해 62세에 신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짐머만도 모기지 페이먼트 때문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평생 동안 매달 받는 수표 액수가 최고 30%까지 낮아질 수가 있다. 소셜시큐리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연령은 1942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66세이다.
한편 은퇴한지 오래된 최고령 층은 그중 복이 많은 세대이다.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재정위기로 인해 그들은 덕을 보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수명 연장이다.
UC 데이비스의 경제학자들이 지난 2100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불경기 중에는 65세 이상 연령층의 사망률이 떨어진다. 취업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기 없던 양로원 일을 근로자들이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로원 노인들은 양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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