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기록이 없다고 보험료가 낮아진다고? 천만의 말씀. 한 소비자 보호단체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미국 내 250개 소비자 보호단체 연합체인‘미국 소비자 연맹’(CFA)이 12개 대도시에서 5개 주요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료 비교 조사에 따르면 학력이 낮거나 저임금 직장인은 사고기록이 없어도 고학력, 고임금 직업을 가진 운전자보다도 보험료가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보험료가 최소 25% 더 높았고 어떤 경우에는 두 배나 많았다.
저학력·저임금·무사고 vs 학사·회사간부·사고기록
두 여성 보험료, 5개사 대상 12개 대도시 비교
저임금직 여성이 평균 25%에서 두배까지 더 내
수입·교육 우선 정책
대부분의 대형 보험회사가 운전 기록보다는 직업이나 수입, 학력을 보험료 산정기준으로 더 비중 있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FA의 스테판 브로벡 회장은 “조사 대상 보험회사들은 사고기록이나 운전 거리보다는 운전자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 수입을 보험료 산정의 기준으로 비중 있게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CFA는 2명의 가상 여성을 설정해 12개 대도시에서 운영되는 5개 주요 보험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보험료를 비교 조사했다.
대상 보험사는 ‘가이코’(Geico), ‘프로그래시브’(Progressive), ‘스테이트팜’(State Farm), ‘올스테이트’(Allstate), ‘파머스’(Farmers)이다.
이들 가상의 여성 2명의 나이는 30세로 2002년형 혼다 시빅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 주행거리는 7,500마일이다. 또 중간수입 5만달러 선의 동일한 우편번호 대에 거주하고 주정부가 정하는 최소 책임보험(liability)에 가입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크레딧 기록은 입력하지 않았다.
이들 여성들의 차이점은 학력과 주택 소유 유무, 직업이다.
한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의 미혼으로 직업은 리셉셔니스트이다. 또 집은 렌트로 살고 있으며 지난 45일 동안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교통위반 티켓 한 장 없는 완벽한 운전기록의 소유자이다.
또 다른 여성은 석사학위 소지자에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으며 기혼자로 회사 간부이고 지난 3년간 자동차 보험에 항상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다만 자신의 실수로 800달러 상당의 교통사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리셉셔니스트가 더 내
12개 도시 5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60개 표본조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5개 가격 산정에서 운전기록이 좋은 리셉셔니스트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60개 가격 산정 중에서 5분 3은 리셉셔니스트의 보험료가 운전기록이 나쁜 회사 간부보다 25%나 더 높았다.
볼티모어의 경우 올스테이트 보험회사는 리셉셔니스트의 보험료가 3,292달러였고 회사 간부직 여성은 1,248달러로 리셥셔니스트가 무려 164%나 높았다. 5개 보험사 중 스테이트 팜만이 안전 운전자인 리셉셔니스트 보험료가 모든 도시에서 적제 나왔다.
브로벡 연구원은 “만일 스테이트팜이 차별 없이 보험금을 책정해도 성공적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다면 다른 대형 회사들도 차별 없이 보험료를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마다 동일한 운전자에 대한 도시별 보험료 산정도 일관성이 없었다.
예를 들면 올스테이트는 ‘운전기록 양호’(good)한 동일 운전자의 보험료 산정에서 세인트루이스가 850달러인데 비해 볼티모어에서는 3,292달러를 요구했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도 클리블랜드에서 864달러를 받는 반면 볼티모어에서는 1,928달러를 산정했다. 이들과 비교해 가이코는 볼티모어에서 822달러였다.
조사 대상 12개 도시에서 ‘양호’한 운전자에게 모두 낮은 보험료를 책정한 회사는 스테이트팜 뿐이었다.
로버트 헌터 CFA 보험분과위원장은 “많은 저소득 중간수입 운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무보험으로 운전하는 이유가 보험사들이 이들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라면서 “각 주정부는 운전자들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 액수를 낮춰 저소득 운전자들의 보험 가입을 용의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CFA는 특히 보험사들이 교육 정도나 직업을 포함해 운전과 관련이 없는 요인을 보험료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CFA는 특히 좋은 기록의 저소득 운전자들이 적당한 비용의 보험료를 내고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정책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FA에 따르면 저소득층 3분의 1가량은 미국 내 49개 주에서 보험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음에도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무보험으로 운전하고 있다.
헌터 위원장은 “주정부는 안전 운전자들의 책임 보험료를 300달러 정도로 책정토록 하고 500달러를 넘지 않게 보험회사들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캘리포니아는 주정부가 운전기록이 좋은 저소득층 운전자들에게 연 400달러의 책임보험 가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험사의 항변
보험회사들은 주 규정에 따라 가입 신청자들이 사고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을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카이코 보험과 프로그레시브는 매 케이스마다 운전기록이 좋은 리셉셔니스트보다 사고기록이 있는 회사 간부의 보험료를 더 낮게 책정했다.
미국 보험협회의 윌렘 오 릭젠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크레딧을 근거로 한 보험점수, 차량의 위치, 운전자의 경험, 교통위반 티켓, 계속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는지의 여부, 교육 정도와 같은 요인들은 보험사들이 위험성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회사들이 수입이나 인종에 근거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CNN 머니는 보도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마다 가격이 다양하고 운전자들은 언제나 최소 가격의 보험회사를 찾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보험사 샤핑을 권고했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제프 시벨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보험 가입자들이 사고를 낼 위험도를 근거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면서 “가입자들의 사고 가능성을 예측할 만한 비운전 요인도 때때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의 자동차에 실제 운전습관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는 자발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정보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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