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트 & 영에 취직한 리주 파라크(오른쪽). 이 회사 직원인 친구 대니엘 코스그로브의 추천으로 파라크는 3주 만에 채용이 되었다.
언스트 & 영에 입사한 리주 파라크는 사실 새 직장을 찾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회사 직원인 친구가 추천을 하자 파라크의 이력서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매주 수천장씩 밀려드는 다른 이력서들과는 별도로 취급되면서 3주 만에 채용이 결정되었다. 대기업들이 내부 추천을 통해 직원들을 채용하는 추세이다. 장기 실직자 등 인맥 없는 사람들은 점점 취직이 어려워지고 있다.
직원 추천 이력서들은 특별 관리
인맥 없는 구직자는 찬밥 신세
연줄이 있으면 일자리 구하기가 쉬운 것은 항상 있어온 일이지만 요즘은 이런 현상이 유난히 심하다. 채용시장에 근본적 변화가 오고 있다. 언스트 & 영 같은 대기업들은 특히 경력직이나 중역을 채용할 때 시간과 돈을 절약할 겸 자사 직원 추천에 의존하는 추세이다.
그 결과 연줄 없는 구직자들이 취직을 하려면 점점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특히 장기 실직자들의 취업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렇게 자사 직원의 추천에 의해 직원을 뽑는 추세는 불경기가 끝난 후 강화되었다. 채용시장이 빡빡한 가운데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을 통한 직원들의 네트웍 덕분이었다. 고용주들로서는 Monster.com 같은 구직 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는 산더미 같은 구직 신청서들을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 없이 직원 추천으로 신속하게 후보들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회계법인인 언스트 & 영 등의 기업들은 사내 추천을 통한 채용 비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이 회사에서 경력사원의 경우 직원 추천을 통한 채용은 2010년의 28%에서 현재 45%로 증가했다. 언스트 & 영의 직원 추천 채용 목표는 50%이다. 그런가 하면 들로이트와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등 회사들은 채용 후보를 추천하는 직원들에게 전통적 현금 보너스에 더해 아이패드나 대형 스크린 TV 같은 상품을 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장기 실직자들이다. 수년에 걸친 불경기로 장기 실직자들은 이전의 네트웍을 모두 잃어 버렸다.
연방 노동부에 의하면 미국에서 거의 480만명이 27주 이상 실직상태이다. 지난 2007년 후반과 비교해 3배나 많은 숫자이다. 불경기 이전에는 17주 동안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전형적 실직자였던 데 비해 지금은 38주 동안 무직 상태인 사람이다.
전반적 실업률은 최근 좀 내려갔지만 장기 실직자들의 취업가능성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기 실직자들과 다른 불리한 조건의 구직자들은 채용시장 네트웍에 접근할 길이 없다”고 임시직 인력 제공 회사인 맨파워 그룹의 마라 스완 부사장은 말한다.
“직업전선에서 오래 떨어져 나와 있으면 있을수록 커넥션이 약해지는 것이지요.”
언스트 & 영의 경우 제출된 이력서를 모두 검토하기는 한다. 하지만 “추천으로 들어오는 이력서는 급행으로 처리된다”고 경력 및 임원직 모집 디렉터인 래리 나시는 말한다. 반면 회사 웹사이트나 인터넷 구직 안내, 채용 박람회 같은 데를 통해서 들어온 구직신청서들은 산더미 같이 쌓인 신청서들 맨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력서가 블랙홀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의 존 설리번 교수는 말한다. “이게 공평하든 안 하든 취직을 하려면 그 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연줄 없는 구직자는 면접 기회조차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력서를 넣은 후 면접에 이를 가능성은 추천 받은 후보들의 경우 다른 신청자들에 비해 두배나 된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한 연구결과에서 밝혔다. 면접 후 채용될 가능성은 내부 추천 후보들이 일반 신청자들에 비해 40% 높다.
이런 편향성은 많은 기업에서 이 보다 더 심하기도 하다. 식품 서비스 및 시설 관리회사인 소덱소의 경우 연간 4,600명의 매니저급과 중역 급을 채용하는 데 내부 추천을 받은 사람의 취업 가능성은 일반 신청자들에 비해 10배나 높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이 회사의 인재발굴 담당 부사장인 아리 볼은 말한다. 소셜네트웍의 편리함이 한 몫을 한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최근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특별 앱을 공개, 모바일 폰으로 직원 후보들을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소셜 미디어가 채용시장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 불경기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노동인력 모두의 네트웍을 파괴시켰다고 매릴랜드 대학 경제학과의 주디스 헬러스타인 교수는 말한다. 수개월 혹은 수년 째 실직한 사람들은 우선 기술이 뒤쳐지고 친구들이 추천을 꺼린다고 그는 말한다.
“장기 실직자들이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는 데 아직 해법이 없어요. 이 모든 인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고 그 기술은 쇠퇴하고 있지요.”
대기업들은 내부 추천 프로그램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본다. 거액을 줘야 하는 리크루터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부 추천으로 들어온 직원들은 이직률이 15% 낮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참여한 조지오 토파 박사는 말한다.
인사관리부서들이 관찰한 패턴도 비슷하다. 언스트 j& 영의 인력모집 담당 디렉터 나시에 의하면 추천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일을 더 잘 하고, 더 오래 근무하고, 팀에 빨리 융화한다.
그래서 지난 2년 사이 딜로이트, 언스트 & 영 그리고 부즈 알렌 같은 기업들은 사내 인사과에 특별 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직원후보들을 관리하고 있다. 들로이트는 연간 40만 개 이상의 이력서를 접수하는데 이들 중 내부 추천을 받은 후보들은 특별 관리를 받는다.
직원이 추천을 했는데도 연락을 못 받았다는 케이스들이 생기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들로이트는 현재 경력직원 채용의 49%가 추천을 통한 것이다. 2년 전에는 43%였다.
하지만 이렇게 직원 추천을 통해 채용하면 장기적으로 다양성과 기술 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직원과 비슷한 사람들만 새로 채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직원들의 63.5%가 자신과 같은 성별의 후보를 추천했고, 71.5%는 같은 인종이나 민족을 추천했다.
그 결과 렌터프라이즈 렌터카 등의 기업은 직원 추천 채용 비율을 50%로 제한했다. 외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둠으로써 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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