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 폴스, 셀마, 스톤월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언급한 세 지명이다. ‘세네카 폴스’는 여권운동의 상징. 1848년 미국의 여성 지도자들이 세계 최초로 여성권리대회를 열었던 곳이다. ‘셀마’는 흑인민권 운동의 상징. 1965년 3월 차별과 탄압을 견디다 못한 흑인들이 앨라배머의 샐머에서 주도인 몽고메리까지 시위행진을 하면서 흑인민권 운동의 불이 붙었다.
‘세네카 폴스’와 ‘셀마’가 비교적 잘 알려진 데 반해 ‘스톤월’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이 ‘스톤월’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에 겨워하는 그룹이 있다.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취임 연설에서 한 가지 ‘최초’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 대통령 중 취임연설에서 ‘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스톤월’을 언급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기록이다. “우리의 게이 형제와 자매들이 법 앞에서 여느 다른 사람처럼 대우 받지 않는 한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며 시민으로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웨스트 LA 등 게이 커뮤니티는 지금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내 생전에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보면 취임 축시를 낭송한 리처드 블랑코 역시 동성애자이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축시를 낭독한 최초의 라티노 시인이자 게이 시인이다.
더 이상 선거에 출마할 일 없는 오바마가 보수진영의 눈치 안 보고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확실히 챙겨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동성애자 민권운동을 촉발시킨 ‘스톤월 폭동’ 이후 40여년만의 일이다.
스톤월은 지명은 아니고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던 모텔 이름이다. 뉴욕 일대에서는 그리니치 빌리지와 할렘에 동성애자들이 주로 모여 살았는데 60년대까지만 해도 동성애는 풍기문란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경찰이 함정수사로 동성애자들을 체포하고 게이 바를 수시로 기습 단속했다.
1969년 6월28일 새벽 한시쯤 스톤월 바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마피아 소유의 이 게이 바는 뉴욕시에서 유일하게 동성애자들이 모여 춤 출수 있는 곳이어서 이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경찰 단속이 새삼스런 일이 아니었지만 이날은 왠지 처음부터 삐걱 거렸다. 여장 남성들은 무조건 체포되고 다른 손님들은 일렬로 서서 신분증 검사를 받는 것이 상례인데 왠지 이에 저항하는 분위기가 형성 되었다.
경찰과 손님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경찰에 대한 조롱,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어 누군가 “게이 파워!”를 외치자 “우리 승리하리라” 노래가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몇 차례 시위와 폭동이 잇달아 일어나고 주민들 사이에서 동성애자 권리를 찾자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숨죽이고 있던 동성애자들이 단체를 조직하고 권익옹호 운동을 시작한 도화선이 바로 ‘스톤월’이었다. 매년 6월 말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은 ‘스톤월’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2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50년 전만해도 편치 않던 일 - 남녀평등과 흑백평등이다. 이제 동성애자의 평등이 실현되려 하고 있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이미 진행되는 역사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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