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는 트뤼프 폴리는 트러플 즉 서양 송로버섯 가게이다. 가게 주인 에두아르도 만자나르가 파는 거의 모든 것은 트러플로 되어 있다. 트러플 소시지, 치즈, 스파게티 하다못해 팝콘 까지. 크리스마스로부터 시작되는 연말 할러데이 시즌이면 프랑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트러플 요리를 먹는다. 그런데 이 버섯 가격이 지난 몇 년 사이 너무 뛰어올라 파운드에 1,200달러나 하니 일반 가정에서는 전통 요리를 바꾸어야 할 형편이다.
가격 너무 비싸 일명 ‘블랙 다이아몬드’
고온 건조한 여름 날씨가 수확 감소 초래
크리스마스 전후로 가장 주문이 많은 것은 신선한 트러플이다. 특히 인기 있는 것은 검은 송로버섯인 블랙 트러플 혹은 페리고르 트러플. 이 특별한 버섯은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나 닭을 채우는 스터핑으로 쓰인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이브가 트러플 요리 먹는 날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도 오래가지 못하게 생겼다. 그러잖아도 비싼 블랙 트러플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트러플을 포함 대부분 종류의 송로버섯이 점점 희귀해 지고 있는 데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후 변화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이 버섯의 서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격이 뛰어 오르고 있는 데, 한 도매상에 의하면 지난 12년 동안 10배나 뛰어 올랐다.
파리의 번화가에 있는 트뤼프 폴리에서 블랙 트러플은 1kg에 2,000 유로 정도에 팔린다. 파운드 당 1,200달러가 조금 넘는 것이다. 그러니 전통적 별명인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물론 블랙 트러플을 파운드씩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잘게 쪼개서 칠면조 껍질 밑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스터핑에 섞어 넣을 만한 크기의 블랙 트러플 한 개를 사는 데도 쉽사리 100유로가 된다.
“올해는 트러플 수확이 별로 좋지 않은 해였다”고 만자나르는 말한다. 그는 버섯을 파는 한 편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블랙 트러플이 너무 비싸지자 가격이 그 보다 덜 한 여름 프러플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버건디 트러플로도 불리는 이 종류의 트러플은 제철에 kg당 400유로 정도 한다. 연말인 지금은 겨울 트러플이 블랙 트러플을 대신하는 데 가격은 kg당 900유로 정도이다.
고급 와인이 그렇듯이 트러플은 부유층의 입맛을 사로잡는 세계적 사치품이다. 유럽이 불경기인데도 트러플 가격이 여전히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스탠리 호라는 마카오의 억만장자는 지난 2010년 한 자선 경매에서 이탈리아산 흰색 트러플 1.3kg에 33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 품종은 블랙 트러플 보다 더 고급에 속한다.
남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나는 블랙 트러플 수확량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줄어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삼림지대가 줄어들고 토지사용에 변화가 온 것 등이다. 프랑스에만 국한해도 연간 블랙 트러플 수확량은 지난 1930년 1,000톤이던 것이 현재 50톤 정도로 떨어졌다.
버섯 채취의 어려움도 트러플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수확 기술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 트러플을 찾고 수확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버섯이 땅속에 있기 때문이다.
훈련된 개들이 냄새를 맡아 버섯을 찾아내면 뒤엉킨 나무뿌리 주변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파내려 가면서 버섯을 채취한다.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실은 과학자들에 의하면 송로버섯이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 는 기후 변화와 상관이 있다. 이들 연구진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블랙 트러플 수확량이 여름철 강우량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수십년 간 기온은 높고 강우량은 적은 여름철 기후로 인해 송로버섯이 자라기 어려웠다고 이들은 말한다. 이런 기후는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고온 건조한 여름기후가 왜 버섯 산출량을 감소시키는 지 그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로 떡갈나무나 헤이즐넛 나무인 숙주와 버섯이 강우량이 적을 때면 서로 물을 빨아들이려고 경쟁을 하기 때문이 아닌 가 추측할 뿐이다. 원인을 알게 되면 해법이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지중해연안 분지에서 여름철이면 계속 고온 건조한 기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과학자들은 트러플 수확량이 계속 급감하는 지를 지켜볼 생각이다.
연구진은 지중해 연안 트러플 수확량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는 한편 보다 북쪽 지역 환경이 버섯 서식에 적합해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샹파뉴 와인 제조업자들이 미래의 포도재배 지역 후보로 영국 등 북쪽 지역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과 같은 환경 적응 현상이다. 여름 트러플은 이미 알프스 북쪽에서 이전 보다 훨씬 자주 발견되고 있다.
한편 송로버섯 중 이탈리아 산 블랙 트러플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수확량이 줄고 있지 않고 있다는 데 연구진은 주목했다. 이탈리아 블랙 트러플 서식지는 이 품종 버섯이 자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적으로 강우량이 두배나 되기 때문에 지하에 비축분이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런 추측들을 확인하고 수확량에 대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려면 훨씬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일반적으로 버섯 업자들, 특히 트러플 업자들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를 주도한 울프 뷩트겐 박사는 말한다. 일종의 거대한 블랙마켓이 형성돼 정확한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트러플 마켓은 정말이지 대단히 불투명하다. 이탈리아, 스폴레토에 있는 우르바니 타르투피라는 가족 소유 회사가 트러플 거래의 거의 3/4을 장악하고 있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 회사 대변인인 올라 우르바니는 식당과 호텔들을 포함, 고객들에게 우르바니가 책정한 가격이 12년 전 kg당 150유로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1,500유로가 되었다고 말한다. 수확량이 2/3 정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흰색 트러플과 여름 트러플의 경우도 비슷하다.
우르바니 타르투피 사는 트러플 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10년 전 사업 전략을 바꾸었다. ‘순수한 트러플’ 사업에서 트러플 소스 등 상대적으로 덜 비싼 트러플 함유 제품들을 만드는 사업으로의 방향 전환이다. 보다 폭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위한 전략이다.
버섯 향 자욱한 가게에서 만자나르는 지난 수십년 트러플 사업을 돌아본다.
“20년 전에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씩 사갔어요. 가격이 이렇게 비싸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트러플이 정말 사치품이 되었어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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