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인물/벤틀리 디자인 총책 이상엽 디렉터
“한인 디자이너들이 도전과 열정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결과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한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비전과 꿈이 담긴 디자인을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범블비‘카메로’를 40년 만에 새롭게 부활시킨 한인 이상엽(43) 디자이너. GM과 폭스바겐/아우디를 거치며 전 세계에 한인 자동차 디자이너의 위상을 높이 떨친 이 디자이너에게 최근 또 하나의 수식어가 추가됐다. 한인 최초로 세계 최고 명품 자동차 회사로 영국 여왕이 타는 벤틀리(Bentley)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로 자리를 옮기는 것. 다음달 2일부터 벤틀리 본사가 위치한 영국 크루에서 외장 디자인을 총괄하게 된 이 디자이너는“외국인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차 디자인팀을 이끈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벤틀리라는 브랜드 DNA를 잘 살려 최고의 명품디자인을 재탄생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순수 미술학도에서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
2005 뉴 카메로 디자인 주목
절제되고 고급스런 DNA 담긴 벤틀리 기대
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순수미술 전공자였다. 90년대 거리에서 달리고 있던 포셰 스포츠카에 매혹된 그는 미국 배낭여행 도중 패사디나 아트센터를 방문해 감동을 받은 뒤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꾸게 됐다. 대학 졸업 후인 1995년 패사디나 아트센터 칼리지(ACCD)에 입학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씨는 유학 중 독일 스포츠카 업체 포셰와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 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니나 등에서 인턴십을 통해 디자인 기술을 익혔으며 1999년 GM으로 자리를 옮겨 정식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인이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를 디자인하다
포드 머스탱과 셰볼레의 카메로는 미국인들이 꼽는 최고의 스포츠카다.“ 지난 1967년 출시 후 첫 3년 동안 70만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며 셰볼레의 아이콘으로 사랑을 받았던 카메로가 오랜 부진 끝에 2002년 생산이 중단됐다”며 “GM은 결국 포드 머스탱에 대항할 뉴 카메로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이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2005년 GM은 뉴 카메로의 부활을 위한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 동원해 디자인 경쟁을 실시했으며 이상엽 디자이너는 치열한 경쟁 끝에 당당히 선택됐다. GM의 역사이자 40년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카메로가 한인에 의해 재탄생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가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담긴 카메로 디자인경쟁에서 선택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은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는 한 편의 소설이다. 1969년 초기 머슬카 이미지를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신선함과 패기, 60년대 특유의 정서와 향수를 디자인에 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 디자이너가 주도해 제작된 카메로 컨셉카는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완성된 모습을 선보이게 되며 1년 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출연하는 등 양산 이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그는 “자동차의 디자인은 해당 차량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는 디자인이 불가능하다”며“ 매번 디자인 작업을 할 때마다 각 모델 차량의 정체성과 DNA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도전을 꿈꾸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안겨준 11년 간의 GM 생활을 접고 이 디자이너는 2010년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폭스바겐/아우디 어드밴스 스튜디오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13년 1월부터는 세계 최고급 자동차 회사인 벤틀리에서 외관 디자인 총괄 디렉터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영국이라는 낯선 환경, 새로운 팀원들, 최고의 디자인을 위한 스트레스 등 이 디자이너에게는 부담이 되는 요소들이 많지만 ‘최초의 벤틀리 한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과 ‘도전’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그는 “팀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벤틀리 디자인팀의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하며 벤틀리만의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느낌과 DNA가 담긴 디자인을 제시할 것”이라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 실력을 갖춘 이 디자이너는 외관 디자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태어나고 성장한 국가보다 어떠한 시각을 갖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자동차 디자인 마켓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성장한 외국인 디자이너가 세계 최고의 명품 자동차 디자인을 총괄할 수 있는 것처럼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와 열정을 갖고 세계 자동차 디자인 시장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는 이어 “과거에는 한국차들이 실패한 디자인의 예시로 사용되는 등 무시를 당했지만 이젠 세계 어떤 브랜드에 비해 디자인과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차 디자인을 위해서도 꼭 일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상엽 디자이너 약력
▲1969년 11월 서울 출생
▲1994년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1999년 아트센터 졸업
▲1999년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 피닌파리나와 포셰 인턴십
▲1999년 GM 디자인팀 입사
▲2010년 폭스바겐/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2013년 1월 벤틀리 외관 디자인 총괄 디렉터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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