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통한 중산층 확대 주력
양적완화 지속… 한국환율 큰 영향
■ 오바마 재선’ 이후 경제정책과 과제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금융·증권·경제에 복잡한 함의를 갖는다. 이 바닥의 큰손들이 정치자금 지원 면에서 미트 롬니 후보 쪽에 줄섰던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던 요인 중 하나가 정리되고,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각종 지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증권계의 관심은 당면한 재정위기 극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소득층 세금 올리나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공정’(fairness)이라는 중심 화두와 함께 이를 위한 ‘큰 정부’로 상징된다. 이른바 ‘버핏세’로 상징되는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고, 이를 이용해 교육과 복지를 확대함으로써 중산층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을 옹호하자는 방향이다.
우선 세금정책에서는 연간 소득 20만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이상 가구의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40%로 높이는 대신 그 미만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단행했던 감세조치의 연장을 공약했다. 또 법인세율은 상한선을 35%에서 28%로 낮춰 기업의 부담을 낮춰준다는 방침이나 재계나 공화당의 주장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재정정책에 있어서는 정부 지출을 늘려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지원과 교육, 인프라,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국방 예산을 감축해 국내 경기부양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업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무역정책과 관련해서는 오는 2014년까지 수출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부문에서는 천연개스, 풍력,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 ‘재정절벽’ 대책 합의해 낼까
선거가 끝나면서 금융시장의 관심은 오바마 행정부가 시급한 현안인 재정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임박한 미국 재정위기의 다른 표현인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의 해결 여부가 중대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내년 1월 초 자동 재정적자 감축안 가동 개시에 따라 시작될 총액 6,000억달러 규모의 세금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한층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동시에 이뤄질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이 소비자와 기업의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미국 경제를 더욱 심각한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점친다. 결국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가 ‘타협의 정치’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롬니 지지 성향의 월가 분석가인 제이슨 아서는 “오바마에게 진정한 도전은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과의 입장 차를 좁혀 (재정절벽 극복을 위한) 타협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잠 못 드는 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월스트릿(월가)의 탐욕을 응징하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다는 목표로 금융개혁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월가와는 돌아가기 어려운 다리를 건넜다는 게 중평이다. 2008년 증권·투자분야 종사자로부터 1,6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모금액(900만달러)을 크게 앞섰던 오바마는 이번에 600만달러 대 2,000만달러로 롬니 후보에 한참 뒤졌다. 이를 이유로 오바마가 월가에 보복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기왕에 추진해 온 금융가 규제 및 개혁의 속도를 늦출 리 만무해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개혁법의 핵심 중 하나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창설과정에 깊이 관여한 엘리자베스 워런 전 CFPB 특별고문이 같은 날 연방 상원의원(매서추세츠)에 당선된 사실도 월가를 긴장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워런’ 콤비가 월가 규제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당선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과감한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통화정책 기조도 유지될 공산이 커진 점은 증시에 호재로 여겨진다. 최근 수년간 FRB의 통화 확장 기조는 미국의 증권 및 채권시장을 부양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 경제는 환율 영향권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장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을 부분은 환율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의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쳤다. 양적완화 정책은 대외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수출을 돕는 부분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에 반발해 ‘환율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대놓고 양적완화로 환율을 조작한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떨어진 것도 상당 부분이 세 번째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30원 내린 1085.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9일 1077.30원 이후 최저치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미 FTA가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의회를 설득해 한미 FTA의 발효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 경제에 주는 혜택은 지속할 전망이다.
통상정책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주요 대미 수출국에 대해 공격적이었던 롬니에 비해 오바마가 다소 유연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오바마 정부 역시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에 대해 환율 절상 등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를 지속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과정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종전에 비해서는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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