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정부 소유 해운기업‘코스코’그리스 항구 임대해 고공 실적행진
‘피라에우스, 그리스’ 선장은 자신의 고급스런 사무실에서 에게해에 연한 항구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거대한 크레인들은 자동 운송차량들이 실어 온 컨테이너들을 지중해를 향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화물선 위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의 화물 처리량은 2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푸 쳉 퀴우 선장은 중국정부 소유인 해상수송업계의 거인 코스코(Cosco)에 의해 2년 전 이곳 책임자로 부임했다. 당시 그리스 정부와 맺어진 계약에 의해 코스코는 피라에우스 항의 절반을 리스해 사용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에 지불한 돈은 6억4,700만달러. 코스코는 그리스 정부가 운영하던 이 항구의 화물 취급량을 단기간 내에 급속히 증가시키며 주목 받고 있다. 항구의 다른 절반은 여전히 그리스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실적은 코스코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리스 경제를 질식시켜온 노동 규정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등 고질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 사이 화물 취급량 두 배로 뛰어
만성 적자 그리스 기업들에 자극제
“저임금·근로안전 등 문제” 비판도
푸 선장은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 선장의 재임 중 코스코 운영 지역은 새로운 고객들이 많이 생기고 따라서 화물 취급량도 크게 늘었다. 많은 면에서 피라에우스 항구에서 코스코가 보여준 대대적인 혁신과 효율성은 24%의 높은 실업률과 지나친 유로존 의존으로 망가지고 있는 그리스경제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국영기업들의 매각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정부로서는 항구의 나머지 절반도 중국에 리스하거나 팔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스코가 모범 사례가 된다 하더라도 그리스 정부에게 대폭적인 임금삭감과 고용보호 규정의 포기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보스턴 컨설팅의 그리스 지사 책임자인 바실리스 안토니아데스는 “노조화된 근로자들은 고용보호규정을 되찾으려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코스코의 투자는 민영화된 경영을 통해 그리스 기업들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푸 선장은 그리스가 코스코 같은 기업으로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인들은 일을 해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럽인들은 2차 세계대전 후 너무 편안하고 보호받는 삶을 추구해 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푸 선장은 “유럽인들은 좋은 삶과 더 많은 휴일을 원한다”며 “또 돈을 벌기 전에 먼저 쓴다. 그래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스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주고 있는 트로이카인 IMF와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유럽위원회는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노동자들과 노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를 끝내고 그리스를 생산적인 현대기업처럼 이끌어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받은 6억4,700만달러 외에도 항구의 비즈니스가 늘어나면서 세금 등으로 얻는 그리스 정부 수입 역시 늘고 있다.
소수의 중국인 매니저들을 제외하고 직원들은 모두 그리스인들이다. 코스코가 그리스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1,000개가 넘는다. 그리스 정부 운영 지역의 일자리 800개보다 많다. 지난 1년 사이에 코스코 지역 화물 취급량은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총매출 9,420만달러에 순익 647만달러로 아직은 순익률이 낮지만 이것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재투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코는 내년에 화물 취급 용량을 연간 370만 컨테이너로 늘리기 위해 3억8,800만달러를 들여 항구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피라에우스는 전 세계 10대 항구 가운데 하나가 된다.
코스코가 들어오기 전 3년 동안 반복된 노조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 항구의 그리스 관할 지역은 중국의 성과로 인해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3분의1만 화물 매출이고 나머지는 여행객 트래픽에 의한 매출이다. 오랫동안 컨테이너 터미널은 수익이 많이 나는 영업이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나빠지면서 비효율성이 커졌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오버타임까지 합쳐 연 18만달러 이상을 가져갔다. 이에 반해 코스코는 통상적으로 연 2만3,3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그리스 관할 지역의 경우 대형 크레인 작업에 9명을 기준으로 하지만 코스코는 4명이 작업한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항만 관리를 책임졌던 관계자는 “당시는 미친 상황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만약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민영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스코가 들어온 이후 “경쟁으로 인해 우리는 운영방식 개선을 고민하게 됐다”고 이 항구 의 그리스 관할지역 관리책임자는 밝혔다. “근로자들이 파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공공부분 근로자들에게 적용한 20% 이상 임금 삭감안을 받아 들여야 했다.
푸 선장은 그리스 정부가 매물로 내놓는다면 그리스 관할지역까지 리스하거나 아예 매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럴 경우 중국은 남유럽과 발칸으로 향하는 해상수송로의 관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그리스 노조와 관리들로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은 노동 문제에 접근하는 코스코의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항만 관리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것은 마치 다른 나라가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스코가 숙련도가 낮은 임시직을 쓰는 하청업체들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는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을 저임금에 고용하는 착취라고 주장했다. 한 항만 노조 관계자는 코스코가 작업장 안전규정들을 느슨하게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코가 제3세계 국가 수준의 노동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스코 측은 “이런 불만들은 신포도와 다르지 않다”며 “코스코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이곳에 와서 본다면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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