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월마트 같은 외국 소매업체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오래 논쟁을 벌여왔다. 수백만 자영업자들과 대기업 사이의 이해의 충돌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 기업 진출을 둘러싼 이견이 세대 간 차이로 부각되고 있다. 젊은 층은 외국 브랜드와 현대식 샤핑몰을 좋아하는 반면 나이든 세대는 이들의 진출이 소규모 영세업자들을 몰아낸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세대는 인도 영세업자들 파산 걱정
신세대는 유명 브랜드·샤핑몰 환영
인도의 12억 인구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25세 미만 연령층은 외국 브랜드에 대단히 개방적이다. 외국 제품을 사고 싶고, 샤핑몰에서 샤핑을 하고 싶어 한다. 서구 스타일 샤핑몰인 P&M 몰에 가서 오후 내내 시간을 보내며 베네통 티셔츠를 입어보고 도미노스 피자를 먹어 보고 멕시코 체인인 시네폴리스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젊은 층에게는 이미 한 추세가 되고 있다.
인도의 비하르 주 주도인 파트나의 20살 대학생 마카시 싱도 그런 젊은이에 속한다. 그는 외국 브랜드 업체에 대한 젊은 세대의 태도를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외국 기업들 들어와야 합니다. 나라에 이득이 될 겁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책이 펼쳐지던 이전 시대를 살아온 나이든 계층은 대부분 거대한 샤핑몰들이 들어서는 데 대해 별로 편안치가 않다. 외국기업들이 자국 내 경쟁자들의 비즈니스와 이윤을 다 빨아들이면서 수백만 가족 소유 가게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34세의 이사학 사나탄은 외국 텔레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주로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기업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세대에 속한다.
“국외자들을 왜 들어오게 하는 겁니까? 외국인들이 이 나라에서 이윤을 취할 겁니다.”
그래도 아직은 구세대의 입김이 강하다. 수년에 걸친 논의 끝에 인도 정책결정자들은 지난 달 월마트와 테스코 같은 거대 외국체인들이 인도에서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고려, 인도 내 29개 주 정부들이 외국인 소유 상가를 금지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
비하르를 포함 대부분 인도의 주정부는 외국 소매업체 상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단, 베네통이나 도미노스처럼 단일 브랜드 상품을 팔거나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업체는 인도인과의 동업 조건으로 매장을 낼 수가 있다.
정치인들이 외국 기업 진출에 대해 이같이 부정적인 데는 나이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도전국민의 평균 연령이 25세인데 비해 각료들의 평균 연령은 65세이다. 아울러 젊은 층은 그 부모세대에 비해 투표를 할 확률이 훨씬 낮으니 정책 결정자들이 신경을 덜 쓰는 측면도 있다.
그렇기는 해도 만모한 싱 총리 정부는 이들 젊은 층의 지지에 신경을 쓴다. 20대 이하 연령층은 인도가 자유시장 정책을 채택하고 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던 1990년대 초반을 전후해 대부분 태어났다. 싱 총리는 이들 젊은 세대를 위해 외국 소매업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익하다는 점을 지난 달 한 연설에서 강조했다.
“외국 기업들은 젊은 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정보테크놀로지 분야, 철강분야, 자동차 업계에서 그러했고, 소매업계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인도의 젊은 층은 코카콜라, 스즈키, 리바이스 같은 외국 브랜드들이 막 들어와서 인도 시장을 시험해보던 시기에 성장했다. 몇몇 외국 기업들은 인도 문화의 결 속에 파고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종교 축제 때 전통 다과와 아울러 캐드버리 밀크 초컬릿이 같이 나온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그 부모세대와 달리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치는 전통 가치를 별로 깊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영국 식민지 시절 모한다스 간디 같은 자유의 투사들이 내세웠던 자급자족의 가치 같은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이란 근본적으로 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라고 파트나에 소재한 아시아 개발 연구소의 사이바 굽타는 말한다.
5,000억 달러 규모의 인도 소매업계는 현재 90% 이상이 가족끼리 운영하는 영세업소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아직은 크지 않은 만큼 변화는 느리게 일어날 것이다.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테크노팩의 조사에 의하면 인도의 50개 대도시에서 16세 ~ 23세 연령층이 의복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외식 지출의 경우 16%에 불과하다. 젊은 층은 또 그 부모세대에 비해 현대식 소매업소와 외국 브랜드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전통적 가게에서 인도 국산 제품을 주로 산다.
하지만 인도에는 젊은 인구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이 집단이 앞으로 번창할 것이라고 테크노팩의 살로니 난지아 회장은 말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용돈을 넉넉하게 쓰고 싶어서 파트타임 등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추세는 인구 200만의 파트나와 같은 중소 도시에서 특히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 도시에서 소매 매출은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뭄바이와 뉴델리 등 대도시의 증가폭은 12% 수준이다.
파트나의 대표적 샤핑몰인 P&M 몰은 이 지역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인 프라카시 지하 소유로 미국의 샤핑몰이나 뭄바이의 몰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명소가 되고 있다. 퓨마, 나이키 같은 외국 브랜드 상점들이 입주해 있어서 이들 상품을 구경할 겸, 에스컬레이터를 타볼 겸 사람들이 몰려든다.
전반적으로 소매업계의 풍경은 지난 5년간 현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소득 증가와 부동산 개발붐이 주된 원인이다.
22세의 여대생인 알리샤 마뉴반시도 이런 변화에 일조한다. 그는 매주 적어도 2번은 친구들과 함께 몰에 몰려가서 패션감각 넘치는 브랜드인 베네통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 몰이 개장하고 부터는 다른 가게에 가고 싶지가 않다”고 그는 말한다.
24세의 학생 아비섹 쿠마르는 영화를 보고 푸드코트에서 외식을 하며 윈도우 샤핑을 하느라 샤핑몰에 간다.
한편 나이든 세대는 현대적 매장과 외국 브랜드들이 들어서는 데 대해 탐탁치가 않다. 하지만 이런 추세를 역전시키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난한 집 아이들도 모두 블루진과 티셔츠를 입는다. 신세대는 과거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쿠마르의 아버지, 아난트 쿠마르 신하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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