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등 거대기업들 흔들리면서“이대로는 안 된다”우려 확산
창업지원 펀드에 지원자 몰려
위험회피 분위기 여전히 강해
글로벌 혁신순위 25위 머물러
<도쿄> 매주 수요일 도쿄 중심가에 잇는 한 바에서는 이색적인 스피드 데이팅 행사가 열린다. 음료도 있고 참석자들은 얌전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맨스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도시바의 스마트폰 엔지니어 출신인 신고 히라누무(29)는 “나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이곳에 왔다”며 “그저 누구든 관계없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라누무는 새로운 지도 앱인 ‘산포’를 최근 개발해 선보였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거대 테크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계속 휘청거리면서 새로운 일본의 테크놀러지 기업인들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는 미국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이들은 창업 인큐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실리콘밸리의 자금을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도쿄의 바를 비롯해 이른바 ‘창업 데이팅 살롱’이라 불리는 이런 장소들은 이들이 장래의 협력자들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금년 26세인 히로 마에다는 “일본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 일본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펜실베니아의 버크넬 대학을 나왔으며 일본으로 돌아가 도쿄 소재 인큐베이터인 ‘오픈 네트웍 랩’을 창업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몇 개의 신생기업에 다녔다.
‘오픈 네트웍 랩’은 2010년 창업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창업기업들에 자금을 댔다. 마에다는 금년에 실시한 창업자금 제공에는 100개나 되는 지원서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해 보다 2배나 늘어난 것이다. 랩은 초기 자금과 사무실, 그리고 멘토링을 제공한다.
일본은 기업가 정신의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제는 둔화되고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일본은 최근 유엔이 발표한 글로벌 혁신순위에서 25위로 떨어졌다. 2007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일본이 20위 밖으로 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일본의 거대 전자기업들에 혁신을 의존할 수 없음은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TV에서 스마트폰에 이르는 상품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들은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훨씬 민첩하고 가격이 저렴한 외국 경쟁업체들에 시장을 잃고 있다.
혁신이라고 한 것이 우스꽝스런 경우도 많다. 파나소닉은 최근 4,500달러짜리 ‘네트웍이 갖춰진’ 세탁기를 출시했다. 이 세탁기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일본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파나소닉이 길을 잃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일본의 테크 기업인들이 거대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일본 사회는 아직도 기업에 대한 종신충성을 높게 여기며 위험 감수와 실패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 또한 새로운 진입을 어렵게 하는 규제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 잠재적인 창업자들 사이에서만 위험 감수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 아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오래된 기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 1996년 형인 마사요시 손과 함께 야후 저팬을 출범시킨 타이조 손은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관련해 일본은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이조 손은 현재 벤터 캐피탈 펀드인 ‘모비다 저팬’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모험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이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에 소재한 ‘벤처 엔터프라이즈 센터’에 따르면 50개 이상 되는 회원사 벤처 캐피탈 펀드들이 2011년에 한 투자는 240억6,000만엔(3억1,600만달러)으로 전년 보다는 35%가 늘었다. 하지만 그 해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진 120억6,000만달러 투자에 비해서는 극히 적은 액수이다.
창업포탈인 InternationalEnterpreneurship.com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혁신기업에서 일하는 인력의 비율도 최저치이다. 2010년의 경우 그 비율은 3.3%로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은 7.6%이다.
사토시 수기와 준페이 나이토, 무네아키 푸쿠오카, 그리고 히로시 쿠리다는 새로운 시도를하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일본의 유수기업들에서 일하던 인재들이다. 네 사람은 현재 휠체어를 전기차로 바꿔주는 장치인 ‘휠’(Whill)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큰 모험이다. 이들은 큰 손을 확보하지 못해 초기 모형을 만드는데 든 600만엔을 자신들의 예금에서 충당해야 했다. 지난 해 도쿄 자동차 쇼에 초청을 받은 이들에게는 일본과 유렵, 미국 등지로부터 투자 제안이 물밀듯 몰렸다. 이들은 곧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니에서 제품엔지니어로 일하다 휠에 합류하기 위해 떠났던 나이토는 “휠에서 우리는 소니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훨씬 빠른 속도로 일을 진척시키며 나는 이것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셜 런치’를 시작한 마카토 푸쿠야마와 전직 구글 직원으로 푸쿠야마의 동업자인 코타 우에무라는 사용자들의 관심이 치솟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기반한 앱인 ‘소셜 런치’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네트워킹을 확대하기 위해 비즈니스 점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 업체는 이미 6만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으며 지금은 매달 1만명씩 사용자가 늘고 있다. 이 업체는 금년 초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회사인 KDDI가 시작한 창업기금으로부터 3,200만엔의 시드머니를 지원 받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액수를 지원하겠다는 투자자는 찾기 힘들었다.
이런 문제의 일단은 일본에서 아직은 창업기업 매입 실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이것은 테크 기업인들이 추자로 현금을 만질 수 있는 길은 주식공개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부분 기업들에게는 성취하기 힘든 목표이다. 지난 해 일본에서 기업공개에 성공한 테크 기업은 11개에 불과했다. 푸쿠야마는 “일본에서 시드 펀딩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액수”라며 테크 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낭인으로 보는 시선이 아직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험 많고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위해 다니던 기업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테크 창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타쿠 하네다이다. 하네다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이벤트 초청장과 티케팅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벤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피 TiX’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창업 전까지 소니와 애플, 그리고 아마존에서 일했던 하네다는 큰 기업에서 인재를 확보하는데 훨씬 용이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에서 일하는 20명 직원의 평균 연령은 30을 훌쩍 넘고 있으며 모든 직원들은 테크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성공 스토리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고위직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도록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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