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장질환은 격렬한 일회적인 신체적 활동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 연관성은 높은 수준의 정기적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의 경우 크게 약화된다.
과격한 신체활동이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자극성과 선정성을 추구하는 이른바 황색 언론들이 엉뚱한 신바람을 낸 적이 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당시 미 의학협회 저널에 게재된 터프츠 대학 건강정책 임상연구소의 보고서는 특정한 활동이나 이벤트는 흔히 심장마비라 불리는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대규모 실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 아니라 심장마비의 발생 원인을 조사한 과거 20년간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것이었다. 이미 알려진 내용들을 재확인하고, 재해석한 자료였던 셈이다.
큰 반향 없이 지나갈 뻔했던 보고서가 갑작스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영국의 극성스런 황색 신문들이 선정적인 제목을 앞세워 요란스레 나발을 불어댄 탓이었다.
이 가운데 한 태블로이드 신문은 ‘질펀한 주말이 심장을 망친다’는 주먹 만한 헤드라인을 뽑아냈고 또 다른 경쟁지는 ‘간통남녀 주의해야’라는 익살스런 제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급속도로 부풀어 올랐던 선정성의 거품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갑작스레 터져나간 후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학자들은 “과장된 언론의 호들갑으로 상당한 오해가 끼어들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연구를 이끌었던 터프츠 대학의 이사 다하브레 박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방대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정기적인 신체활동이 개인의 전반적인 심장마비 위험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보고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성탄절이라든지, 과식, 새벽에 잠깨기, 월요병, 직장 스트레스, 대기오염, 코케인 등 마약사용, 지진 경험 등과 같은 특정 활동이나 이벤트가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고 적시했다.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설로 인정을 받은 내용으로 새로울 게 없다.
다하브레 박사는 신체활동과 섹스 역시 심근경색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긴 하지만 심장마비와 관련한 이들의 역할은 상당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축적된 자료 분석을 통해 성행위 도중, 혹은 그 이후에 심장마비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확인했으나 정기적인 신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돌연사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우리가 끌어낸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하브레 박사는 장거리 달리기를 예로 제시했다. 이제까지의 숱한 연구를 통해 드러났듯 장거리 주자는 비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현저하게 낮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주자에게 심장마비가 찾아온다면 운동을 중단한 날보다 달리기를 마친 후 수 시간 뒤에 발생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다하브레 박사의 보고서의 진짜 결론은 이렇다: “급성 심장질환은 일회적인 신체적 활동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 연관성은 높은 수준의 정기적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크게 약화된다”
연구진은 또 “한 차례의 온건한 신체활동 후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은 전혀 몸을 놀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세 배가 높다”는 자료 분석결과도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동일인이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심근경색을 일으킬 위험은 45%, 이로 인해 돌연사할 가능성은 30%가 각각 줄어든다.
과거 20년간의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중년 남성이었고 자료들에 등장하는 물리적 활동이란 조깅에 해당하는 강도의 수준이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 자료는 섹스가 심장마비를 촉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대부분 ‘성행위는 격렬한 신체활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개인 차가 존재하지만 섹스에 요구되는 에너지 수요는 한두 개 층의 계단이 간간이 널려 있는 몇 개 블락을 완만한 속도로 걷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밝혔다.
터프츠의 보고서는 신체활동이 일시적으로 개인의 심장마비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둘 사이의 관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하브레 박사의 조사에 관여하지 않은 보스턴대 예방심장학 디렉터인 개리 배러디 박사는“운동을 하면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여기에 다른 생리적 효과가 보태지면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아드레날린 분비량 급증 현상에 심장이 적응하게 되기 때문에 돌연사의 위험이 줄어든다”며 “터프츠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1년 전 처음 보고서가 나왔을 때 태블로이드 신문들의 아우성은 연구팀이 내린 결론의 정곡을 빗나간 것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바하브레 박사팀의 도달한 목적지가 아니라 그 이전의 지점에 깃발을 꽂고 나발을 불어대며 한바탕 굿판을 벌인 셈이다.
한편 바하브레 박사와 공동으로 터프츠 보고서를 작성한 제시카 폴러스 조교수는 “우리가 찾아낸 결론은 심장마비를 막기 위해 운동을 피하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기적인 운동으로 심장마비를 예방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터프츠 보고서는 황색 언론의 기자들이 반색을 했을 법한 내용, 즉 운동으로 갑작스런 신체활동에 따른 돌연사 위험을 줄일 수 있듯 섹스도 심장을 아드레날린 급증현상에 적응시켜 돌연사를 막을 수 있는지에 관한 대답을 제공하지 않았다.
폴러스 조교수는 “지난 20년간의 자료 가운데 섹스가 돌연사 예방효과를 지니는지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며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을지는 몰라도 섹스는 대체운동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년 전 황색 언론의 횡포에 불만을 토로한 다하브레 박사는 “우리가 과거에 말하려 했고, 지금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을 한 이후 잠깐 스쳐가는 심장이상 위험이 증가하지만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배러디 박사는 “터프츠 보고서는 각 개인에게 심장이상의 위험을 축소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바하브레 박사는 “운동 후의 심장마비 가능성을 줄이려면 평소 꾸준히 몸을 써야 한다”며 “산악자전거 타기처럼 다소 격렬한 운동에서부터 정원 가꾸기에 이르기까지 무엇이건 상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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