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남가주 전역에 기림비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태평양은행 윤석원 이사장이 위안부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2007년 7월30일. 이 역사적인 날을 기억하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태평양은행 이사장이자 가주한미포럼 대표, 유니크 스펙트로닉스 대표의 직함을 갖고 있는 윤석원 이사장에게 이날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촉구한 결의안인 HR 121이 연방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날이다.
“역사속으로 묻혀버릴 뻔 했던 위안부 문제가 다시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고 다행한 일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머나먼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문제보다 위안부 문제가 더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주한미포럼 대표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은 미주 한인들이 일궈낸 역사적 쾌거였다”는 윤 이사장은 “이를 위해 서명해 주신 분들,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내신 분들, 연방하원 청사 앞에서 의원들을 기다리며 청원서를 전달하던 노인들을 비롯해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고된 손길과 발길 등 간절한 마음으로 이뤄낸 이 일을 한인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신문에 보도된 위안부 기사를 읽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주말 마다 풀러튼 한남체인, 가든그로브 아리랑 마켓을 돌아다니며 수 천 여장의 위안부 결의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한 손에 서명지를 들고 목에는 성금 통을 걸고 마켓 앞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목이 쉬도록 동참해 달라고 소리치는 윤 이사장에게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60이 넘은 나이에 모금함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내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니었다면 윤 이사장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당시 위안부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윤 이사는 한인 사회의 반응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정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미 전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사람들과 뜻을 같이해 법안의 이름을 딴 가주 121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난 2010년부터는 단체명을 가주 한미포럼으로 바꾼뒤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추진과 함께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저지와 뉴욕에 이어 LA한인타운 다울정 인근에도 내년 상반기 한국식 벽면과 함께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질 예정이며, 풀러튼과 글렌데일에도 현재 추진중에 있다.
윤 이사장은 “위안부 기림비 건립운동은 전쟁 중 발생하는 노약자, 여성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한인사회가 나서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역사 왜곡을 막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니크 스펙트로닉스 대표
곱상한 외모와 달리 해병대 출신인 윤 이사장은 제대 직후인 1970년 노스웨스트 항공사에 입사해 5년간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다 큰 꿈을 품고 가족들과 위스콘신으로 이민을 왔다. 미 중부지역의 추운 날씨를 견디다 못해 1981년 LA로 이주한 그는 83년 구매대행 서비스 사업을 시작으로 85년부터 냉장고와 세탁기를 비롯해 백색 가전제품에 필요한 각종 부품의 연구개발 및 조달 사업을 시작했다.
윤 이사장은 “당시 미국의 가전업체들은 일본에 대한 부품 수입의존도가 높았다”며 “일본 부품들을 미국 스펙으로 바꾸는 일을 시작으로 점차 사업 규모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유니크 스펙트로닉스가 설립 30년 만에 삼성, LG, 대우 등 한국 가전회사는 물론 GE, 월풀, 메이텍, 일레트로닉스 등 주류 가전업체들에 소재, 원자재, 부품의 연구 개발 및 조달을 담당하는 등 연 매출 2,000만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헌신과 윤 이사장의 남다른 ‘감동 마케팅’이 원동력이 됐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한국의 가전업체들은 언어 및 문화 장벽으로 인해 미국 가전업계의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며 “당시 삼성과 LG에 완제품을 보낼 때 미 가전업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신문, 경제 매거진에 보도된 기사를 스크랩해 보낸 것은 물론, 일 년에 한 차례 세계 가전제품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책자를 제작해 한국 거래처에 공급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윤 이사장의 열정과 노력으로 성장한 회사는 지난 2006년에 이어 2009년 LG 전자의 최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무역인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통령 수출상’(The President ‘E’Award)을 수상했다.
■태평양은행 이사장
지난 2005년부터 태평양 은행 이사로 활동하던 윤 대표는 지난 8월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사실 이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이사직 사임까지 생각했었다”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직을 맡아 열정과 헌신으로 은행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이상영 전임 이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은행이 고객들에게 보다 신뢰받고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경영진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간 합병을 통한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윤 이사장은 태평양은행의 구제금융(TARP) 상환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감독국의 시정명령(MOU) 해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은행 경영이 단단해지고 가치가 올라간 뒤 다른 은행과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옳은 것 같다”며 “작년과 재작년 은행 실적이 좋지 않아 합병을 통해 생존하려했으나 이젠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사로서 주주, 고객, 직원들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도록 은행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 ‘믿음’ ‘나눔’의 인간 윤석원
윤 이사장은 30여년 동안 매해 연말이 되면 거래처 관계자들과 지인들에게 감사카드를 보낸다. 거래처 관계자들에게 몇 통씩 보내던 카드도 시간이지나다 보니 이젠 500여장이 넘는다.
그는 “인간관계는 가장 중요한 재산 목록이다”며 “한번 맺은 인연인데 신뢰와 믿음으로 그 관계를 잘 지키는 것이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기업의 대표, 사회운동가, 은행 이사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것도 절대 잊지 않는다. 지난 1995년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테메큘라 지역에 꽃동네를 설립 한 뒤 현재까지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꾸준히 돌보고 있다. 이 외에도 병원비가 없거나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해 몰래 선행을 베푸는 등 윤 이사장은 ‘나눔과 선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도 하고 어떻게 마지막 삶을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성공할 수 있었던 만큼 뭔가 모자르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조금이나마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마지막 남은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띄었다.
윤석원 이사장 약력
▲1947년 강원도 통천 출생
▲1966년 외국어대 아랍어과 입학
▲1975년 도미
▲1983년 유니크 스펙트로닉스 설립
▲2005년 태평양은행 이사
▲2006년 LG전자 최우수협력사 선정
▲2010년 가주한미포럼 대표
▲2011년 ‘대통령 수출상’(The President ‘E’Award) 수상
▲2012년 태평양은행 이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